쇠얀 키에르케고어 -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비아 문고 5
매튜 D.커크패트릭 지음, 정진우 옮김 / 비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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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매번 달랐다. '쇠렌'인지 '죄렌'인지 했는데, 이번에는 '쇠얀'이라고 나왔다. '키에르케고르'거나 '키에르케고어'인지도 늘 자신이 없다. 실제로 그의 저술의 상당수는 필명으로 쓰여지기도 했으니 우리말로 그 이름을 정확히 표현하는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가 그를 '가나안 성도'의 원조쯤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덴마크 국가교회와 사제주의를 극도로 혐오했고 실존적인 단독자로 그 체제 전체와 맞섰던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그가 그 과정에서 독보적으로 전개했던 개인성, 윤리, 종교 등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20세기초 서양철학과 신학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그의 핵심 질문이야 말로 '가나안 성도'나 '세속성자'의 고민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이 작은 책은 키에르케고어의 윤리적 사고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60쪽 안에 놀랍도록 압축해서 담아낸다. 본문은 여러 번 되새겨 읽는 것이 필요한 딴딴한 문장들이나, 책 말미에 별도로 달아놓은 40쪽 분량의 참고 서적 '해제'는 내용이 실하고, 가독성이 높다. 문고판 시리즈에 매번 만만치 않은 라인업을 선보여서 즐겁게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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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비밀 - 하나님 나라 내러티브와 교회의 비전과 사명
스캇 맥나이트 지음, 김광남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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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논쟁적인 책이 하나 나왔다. 처음 2 장을 불편한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나머지 부분은 빨려들어가며 먹어치울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우리가 들어왔고, 배웠던 것들이 모두 재검토 대상으로 올려졌다. 거기에는 조지 래드를 비롯한 성서학자, 아브라함 카이퍼, 리차드 니버, 구스타브 구티예레즈 등의 익숙한 이름들, 제임스 헌터 같이 미국 기독교의 문화변혁 논리에 대한 괴멸적 비판을 가한 종교사회학자까지 망라된다. 그러나 스콧 맥나이트의 주 작업은 성경 본문으로부터 그가 발견하는 '하나님 나라'의 의미와 작동방식을 찾아내고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아마도 아나뱁티스트적 관점으로 이 논의를 다룬 가장 세련되고, 치밀한 논증으로 간주할 만하다. "하나님 나라가 교회와 직결된다"는 다소 단순한 주장을 이렇게 폭넓은 독서와 새로운 논리로 제시한 탓에 완전히 설득당할뻔 했다. 읽고 토론하자.    

나는 종종 스콧 맥나이트의 책에 추천사를 써왔다. 그는 빼어난 성서학자이고, 목회적 감수성과 교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갖고 저술하는 사람이다. 헌데 이번 책은 간단치 않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버전의 '하나님 나라 신학' 전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나도 종종 언급하는 '하나님 나라는 교회 보다 크다'는 주장은 옳은가 되묻는다. 그는 조지 래드, 아브라함 카이퍼, 리차드 니버, 월터 라우셴부쉬, 위르겐 몰트만, 구스타브 구티예레즈, 제임스 헌터, 짐 월리스, 토니 캠폴로, 쉐인 클레이본 등을 검토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하나님 나라'가 성경적이냐고 되묻는다. 현재 성공회 목회자인 그는, 이 책에서 아나뱁티스트 전통을 강력한 신학적 자원으로 삼아 논의를 펼치고 있다. 나는 '완전히 설득당할뻔 했다'고 추천사에 썼다. 자칫 하면 그의 주장은 '교회가 곧 하나님 나라'란 단순환원론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그가 공적 영역에 대해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복음, 구원, 하나님 나라를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성서학적으로 강력하나, 정치사회학적 언어와 개념의 활용에는 그만큼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제대로 읽힌다면 '하나님 나라 신학' 논의에 상당히 격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파장이 벌어질까? 나는 그냥 수근수근하다 말지는 않았으면 싶다. 좀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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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5454 2016-07-1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내용인것 같네요
워낙 이런류의 책들에 관심이 많아서요^^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 - 교리, 삶, 공동체의 지평융합에 관한 해석학적 성찰
앤서니 C. 티슬턴 지음, 김귀탁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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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차마 사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가격은 5만원에 1086쪽짜리 대작이다. 영국의 노팅엄 대학에서 오랜 동안 교수로 가르치다 은퇴한 티슬턴은 일찍부터 기독교의 해석학(hermeneutics) 분야에 독보적 권위였다. 해석학과 관련된 철학적 이론과 그 쓸모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그리스도인이라면 그에게 빚을 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있었기에 영국 복음주의권의 성서해석은 단순한 문자주의에 머물지 않고 풍성한 학문적 논의와 병행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저술은 성서 해석학 분야에 표준적 안내서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한두권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과거의 저술이 주로 성서해석에 관심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이번 책은 '교리(doctrine)'에 주목했다. 분량으로나 내용으로 볼 때 이 논의의 결정판 역할을 염두에 둔 저술임에 분명하다. 제1부와 제2부는 교리 해석학의 이론적 논의를 풍성하게 다뤄준다. 제3부는 조직신학의 주요 주제들을 해석학적 질문과 더불어 하나씩 재구성한다. 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필히 탐독하기를 권한다. 이론이 낯설고 논의가 어려워도, 우리가 당연시하는 교리가 이런 질문과 토론을 통과한 이야기임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평소 인문학이나 약간의 철학적 선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문제 의식을 쉽게 납득할 것이다. 이 책을 차마 사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그러나 이런 책을 버젓이 읽어내는 성도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의 꿈은 너무 야무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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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신앙
잭 레비슨 지음, 홍병룡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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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성령론 책이 한권 나왔다. 최근 국내에는 막스 터너의 책도 소개가 되었고, 고든 피의 대형 저술도 번역이 되어서 과거에 비해 성령론에 대한 성서학 책은 깊고 풍성해졌다. 잭 레비슨은 이 두 학자들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구약뿐 아니라 유대교 문헌에 정통한 일급의 성경학자이다. 게다가 그는 오순절 배경의 학자이지만 흔히 오순절 전통이 강조해왔던 협소한 성경본문이 아니라 창조신학에서부터 '성령론'의 근거를 끌어내면서 논의의 스케일을 키우고, 판을 흔드는 기개를 보여준다. 책의 부제로 언급된 '미덕, 황홀경, 지성'은 기존 논의에서는 성령론과 한번에 어울리기 쉽지 않은 제각각의 주제들이었으나, 그는 이 책에서 매우 노련하고도 설득력 있게 바로 이 키워드가 성령 이해의 핵심 주제어가 되어야 함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그는 메이저 신학자들의 논의를 맞상대하며 이 과제를 해치웠는데, 호출당한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성서학 분야에서는 헤르만 궁켈, 제임스 던, 막스 터너를 비롯 성령론 연구에는 필히 훑어야 할 주요 학자들을 다 망라하고 있고, 조직신학자로 바르트, 판넨베르크, 몰트만 등도 줄줄이 이끌려 나왔다. 이만한 논의를 펼치면서도 학술적이란 느낌보다는 교양서란 인상을 받는 것은 그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문제의식이 학자들 세계의 질문이 아니라, 성령론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물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여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으니, 이 참에 '성령론' 구슬 꿰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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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톰 라이트 지음, 안종희 옮김 / IVP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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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톰 라이트의 한국 에이전시쯤 되는 역할을 그간 자처했지 싶다. 그의 책이 널리 읽히기를 바랬기에 나선 일인데, 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느덧 그를 읽는 상당한 저변과 평판이 형성된 듯 하다. 나는 '톰 라이트 무오주의자'는 아니지만 그가 큰 오류나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여전히 그의 독자이자 팬으로 남을 것이다. 그간의 아쉬움은 그의 전문 영역이 주로 1세기 유대-기독교의 등장과 관련된 '역사적 예수'나 '바울신학의 새관점' 같은 주제이고, 약간 확장되어봐야 '성경관', '천국과 지옥', '교회론' 등이었기에 그의 작업이 현대 세계의 질문에 던지는 함의를 좀더 직접적으로 다루는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책은 반갑게도 '과학과 종교', '여성', '생태환경', '악의 문제', '정치' 등을 한 챕터씩 할애해서 직접 답하고 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성서학자로 주로 발언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적절한 독서와 조언에 기반한 신중한 답변은 꽤나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가 섣불리 모든 분야의 전문가처럼 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가외의 소득은,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같은 주제를 다루는 미국과 영국의 정황이 많이 다르고, 질문이 달라지면 답의 내용도 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알아챌 수 있어서 우리의 과도한 미국편향을 조금은 교정할 수 있지 않겠나 기대가 된다. 여전히 톰빠로서, 이 책을 기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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