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김교신 선생 70주기였다.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가 창립되어서 봄가을로 강연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자료를 새롭게 발간하는 등 최근 몇년간 노력을 해왔다. 한국교회사에서 그의 존재를 접한 사람이라면 비범한 인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제도교회에서는 그의 '무교회주의'를 문제삼아 이단시 해왔으나, 오히려 역사학계에서는 일제하에서 그가 보여준 주체적 민족주의를 높이 평가했고, 교육학계에서도 그를 참 스승의 사표로 기억하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심있는 젊은 세대가 김교신을 접할 수 있도록 그간 출간된 몇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한다. 



고려대 교육학과의 김정환 선생이 쓴 김교신 평전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2016년말에 다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책을 확인해보지 못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서는 꾸준히 김교신의 교육관을 연구하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인수의 <김교신 평전- 조선을 성서 위에>(삼원서원, 2012)은 비교적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쓰여져 있다. 그는 특히 김교신이 겪었던 몇건의 논쟁(김인서, 장도원, 최태용)의 맥락 위에서 그를 상대편과 대비시켜가며 기술함으로써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었다. 전인수는 김교신의 신앙적 지향이 복음주의의 원형적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느냐는 제안을 한다.   


니이호리 구니지 (김정옥 옮김) <김교신의 신앙과 저항: 한국 무교회주의자의 전투적 생애>(익투스, 2012)도 속도감 있게 잘 정리된 평전인데, 일본인 무교회주의자의 눈에 비친 김교신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고, 특히 우치무라 간조나 야나이하라 다다오 등 일본쪽 무교회주의 지형과의 접합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평전을 권하라면, 후반부의 두권이 부담없이 입문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규의 <김교신, 거대한 뿌리: 조선산 기독교를 온몸으로 살다>(익투스, 2011)은 <성서조선 영인본>등 기존의 자료들에 나누어 실려있던 일기만 연대순으로 가지런히 뽑아서 새로 엮은 책인데, 새롭게 발굴한 사진자료 등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저자 박찬규는 무교회주의자도 아니지만 그야말로 개인적 관심에서 김교신의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을 정리한 재야의 인물이다. 그가 유족들이나 관련자들을 일일이 접촉해서 사실 관계를 정돈하고, 발굴한 내용이 적지 않다. 기념사업회에 포진된 김교신 학자들조차도 그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경우가 여러번이었다. 그는 직접 출판사를 세워 김교신 관련 서적을 출판해나가고 있다.


영인본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간 번역되지 않았던 김교신 선생의 개인적 일기 2권(1932.01-1934.8)이 이번에 <김교신 일보: 육필일기에 담긴 삶과 시대, 고뇌와 꿈>(홍성사, 2016)로 해역되어서 나왔다. 선생의 손글씨와 일본어, 헬라어 등이 포함된 내용이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기념사업회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다.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자료라서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현혜 이화여대 교수의 박사논문 <윤치호와 김교신: 근대 조선의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한울, 2009 [1994])은 김교신과 윤치호를 대비시켜가며 일제하 민족아이덴티티 형성을 다룬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널리 읽힌 책이다. 근대 초기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기독교인이었던 윤치호와 김교신이 얼마나 다른 길을 걸었는지 시종일관 대비시켜나가고 있는데, 두 사람의 삶은 이분법적인가 싶을 정도로 대조된다. 


양현혜 교수는 <김교신의 철학: 사랑과 여흥>(이화여대출판부, 2013)를 통해 김교신의 삶과 철학에 한발 더 다가가보려는 시도를 한다. 연대기적 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백소영의 박사논문을 담은 책 <우리의 사람이 의롭기 위하여- 한국교회가 무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기독교서회, 2005)은 무교회운동을 김교신-함석헌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독법은 무교회운동 내부에서도, 김교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백소영의 제안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통찰을 담고 있어서 일독할 가치가 있고 그것대로 토론할 내용이다. (문제는 책이 POD(publish on demand)상태인 모양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백소영의 <버리지 마라 생명이다: 다시 김교신을 만나다>(꽃자리, 2016) 43개 장에 걸쳐 <성서조선>과 일기를 읽으며 묵상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자연스럽게 김교신의 글을 다시 읽어들어가며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효과를 내면서, 오늘날 삶의 정황과 맞물리는 성찰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에서 70주기를 맞아 주최한 봄 가을의 강연회와 학술대회에 나왔던 8편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가장 최근의 관심사와 맥락을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할 것으로 보이고,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의 취지나 방향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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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2021-08-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리뷰 감사합니다. 혹시 김교신 선생님의 무교회 주의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 싶다면 소개해주신 책 중에 어떤 것을 읽으면 좋을까요? 올바른 교회를 위한 무교회주의에 관심이 많습니다.
 
메가처치를 넘어서
신광은 지음 / 포이에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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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한국의 교회를 논할 때마다 서구의 이론과 관찰을 빌어다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메가처치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밀도 교회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현상에 대한 번듯한 분석과 성찰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신광은 목사의 이 책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다듬어 낸 것인데, 일단 내용이 실하다. 목차와 각주에 촘촘히 새겨놓은 문제의식들은 그의 전작 [메가처치 논박]보다는 훨씬 더 탄탄해진듯 싶다. 아마도 나는 저자의 논지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 대목은 충분히 논쟁거리가 되겠고, 또 그래야만 할 주장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 논의에 필요한 논리와 근거, 이론적 자원들을 거의 다 링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한국교회의 문제가 "공룡이 되어서 생긴 문제와 공룡이 되지 못해 생긴 문제로 나뉘지만, 둘 다 공룡이 되고자 욕망한다는 점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앞으로 등장할 '메가처치 옹호론'은 적어도 이 책은 넘어서야 한다. 나는 대안목회 논의나 작은교회론도 이 책의 집요한 지적질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독법은 아마도 '원래 메가처치가 맘에 안들었지만 역시 나쁘구나'라며 자신의 확증을 재확인하는 것보다는, '메가처치를 넘어설 상상력'을 대폭 업그레이드 시키는 용도로 쓰는 것일테다. 이 동네에 만만찮은 녀석이 등장했다. 다들 주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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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 흑역사 -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
강성호 지음 / 짓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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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국 개신교의 흑역사`를 젊은 사학도의 패기어린 노력 덕분에 정면으로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어내기가 마냥 곤혹스러울 줄 알았는데, 당대의 신문, 저술, 보고서, 사진 등의 방대한 자료를 인용해가며 사실관계를 재확인하는 과정은 오히려 매우 흥미진진했다. 한국 개신교가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려면 이 책에서 다루는 현대사 속의 물음들을 통과해야 마땅하다. 한국교회의 성숙한 성도들 모두에게 탐독을 권한다.˝ _양희송(청어람ARMC 대표)

이 책은 목차만 보면 바로 끌릴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 바로 주문 폭격을 시작하시길 권한다. 정말 많이 배운다. 눈이 확 깨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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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신앙과 저항 - 한국 무교회주의자의 전투적 생애
니이호리 구니지 지음, 김정옥 옮김 / 익두스(IXOYE)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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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눈으로 조명한 김교신의 삶. 그를 이 정도 분량으로 간결명료하게 소개해주는 것은 미덕이다. 김교신 입문서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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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평전 - 조선을 성서 위에
전인수 지음 / 삼원서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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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삶에 대한 적절한 분량의 개관, 그리고 그가 처한 당대의 주요 논쟁을 한 장씩 할애해서 보여줌으로써 그가 당시 서있었던 독특한 포지션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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