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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를 찾아서 - 신약성경이 숨긴
옥성호 지음 / 테리토스(Teritos)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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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호 신작 <야고보를 찾아서>를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다작에 다변으로 뽑아내는 에너지는 놀랍다. 질문은 늘 직선이다. 모든 사안이 그리 단도직입하지만은 않을텐데, 그의 글에는 여백이 거의 없다. 그걸 시원하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내게는 늘 좀 넘친다는 인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한국교회 내에서 이렇게 내지를 수 있는 드문 목소리의 소유자이니 자기 몫 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예수의 동생 야고보의 정체를 규명하는 궤적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바울과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복음서 저자들이 어떻게 초대교회 내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던 예루살렘파, 즉 야고보를 축으로 하는 주류 흐름을 완벽히 묻어버리고 이후의 기독교를 제패하게 되었는가를 그려낸다. 일반인들이 성경본문에서 어렵지 않게 꺼냄직한 상호불일치와 차이를 대조해가며 가설을 세우고 이를 주장한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가설은 그간 신약학계에서 이미 제기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꼼꼼히 찾아가 규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용은 '한국 위키피디아'에 머문다.) 이런 류의 논의를 처음 접한 이들은 쇼크 충격을 적잖이 받으실 듯...

큰 흐름은 '바울의 기독교'는 '예수의 기독교'(혹은 '예수운동')와 많이, 어쩌면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논지다. (이건 신약학계에서는 전혀 낯선 내용이 아니고, 학자들이 갈라서서 찬반을 다투는 매우 큰 주제다.) 작가는 술술 써내려 갔는데, 정작 독자인 나는 읽어가며 한 문장 한 문장의 과감한 주장이 뒷받침 되기 위해서 필요했을 학술적 근거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작업이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해체적 해석이 다량 제공되었는데, 다음 번에는 재구성을 시도할 것인지... 아마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바울과 예수 사이를 벌려놓고 예수를 구하려는 시도가 바울을 혁신적 사상가로 읽으며 예수와 연결짓는 시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나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한 예수를 발견했다고, 바울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믿어낼 것인지는 어차피 확보가 안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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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와 만나다 - 예수를 그린 네 편의 초상화 비아 만나다 시리즈
리처드 버릿지 지음, 손승우 옮김 / 비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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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를 한번 읽어 보고 싶은데 도움이 될만한, 한 손에 선뜻 잡히는 책이 의외로 많지 않다.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오랜동안 성서학을 가르쳐온 리처드 버릿지의 대표작인 이 책은 교양 대중들의 그런 필요에 딱 부합하는 책으로 20년 넘게 읽혀온 클래식이다. 복음서는 왜 하나가 아니고 네 편인가, 왜 세부적 내용이 다른가,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등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에 대해, 그리스-로마시대의 전기(biography)라는 장르를 비교해가면서 적절히 답해나간다. 특히 고대로부터 각각의 복음서에 부여되었던 사자, 인간, 소, 독수리의 이미지가 각 복음서의 특징적 내용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음미하도록 안내한다. 학술적 기본이 탄탄하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쓰여져서 복음서에 관심있는 개인이나 교회 소그룹에서 표준적 입문서로 읽으면 금상첨화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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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소리, 윤종하
성서유니온선교회 편집부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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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교회에서 널리 하고 있는 '경건의시간(Quiet Time)'이란 성경묵상 훈련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들은 <매일성경>이란 책자를 발간하고 있는 성서유니온이다. 1972년 이 성서유니온의 초대 총무를 맡아 평생 성경을 가르쳐온 이가 윤종하 선생이다. 이 책은 윤종하 선생을 기리는 10편의 글과 그와 동역한 3명의 선교사들의 추천사, 다수의 짧은 회고담, 그리고 그의 강의 2편이 실려 있다. 그를 아는 이들은 아마 박대영이 쓴 "말씀의 사람을 떠올릴 때 나에게는 두 사람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성서조선>을 남겨준 김교신 선생과 <매일성경>을 남겨준 윤종하 총무다"(81)는 구절을 진지하게 새길 것이다. 평신도이지만 성경을 묵상하고 가르치는 한 전범을 보여준 그는 일찍부터 '하나님 나라' 신학에 입각한 복음이해를 설파했다. 삶과 행함을 강조한 결과 그는 자주 행위구원을 주장하느냐, 펠라기우스주의자냐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일과 십일조 폐지 등을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모든 시간과 모든 재물이 다 주의 것이란 취지에서 였으나, 이마저도 교회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일찍이 자생적인 성서학자이자 경건한 설교자로서의 면모를 선취한 인물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족적을 남긴 '광야의 소리'가 머물다 떠나갔다는 것만큼은 기억해야겠기에 굳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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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
마르틴 루터 지음, 최주훈 번역 및 해설 / 복있는사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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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최초의 교리서인 <대교리문답>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종교개혁 이후 교황권에서 이탈한 개신교권 교회들에서 목회자의 무지와 게으름, 성도들의 방탕과 방임 현상이 벌어지자 루터는 매우 실망하게 된다. 자격미달의 목회자를 해임하고, 교회와 수도원을 청산하는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는 한편, 목회자와 성도들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바로 이 교리서였다. 이 책에는 루터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이 가감없이 잘 살아있다. 어떻게 교리서에서 '뚱땡이들', '처먹다', '멍청이' 같은 표현을 만날 수 있었을까. 덕분에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 '세례', '성만찬' 차례로 설명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간은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개신교 특유의 신학적 강조점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전이지만, 원래 성인을 위한 신앙교육이란 취지는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루터의 달변을 따라 죽죽 읽어갈 수 있고, 끄덕끄덕 반응하게 된다. 고풍스런 녹색천으로 커버를 씌운 반듯한 책 만듦새가 눈에 띄는데 곁에 오래두고 볼 책이란 인상을 남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루터를 직접 만나는 호사를 누려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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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아나뱁티즘
월터 클라센 지음, 김복기 옮김 / KAP(Korea Anabaptist Press)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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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추천사를 쓴 책을 신간 소개에서 다시 언급하자니 동어반복이 되고 만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우리는 그 시기에 등장한 또 하나의 개혁운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류 개혁자들에 의해 늘 '과격', '급진', '이상', '종파'에 함몰된 실패 사례로만 묘사되었던 아나뱁티스트 운동이 그것이다. 이 책이 간결명료하게 잘 복원하였듯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아닌' 그들 고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오늘날까지 남겨놓은 소중한 교회사의 자산이다. 지금 '본질', '실천', '제자도',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아나뱁티스트를 다시 찾아 읽으라. 오래전 그 길을 걸었던 이들의 경외할 발자취가 여기에 오롯이 남아 있다."는 부분은 그대로 유효하고, 메노나이트 역사학자로 이 분야의 대표선수로 꼽힐 월터 클라센의 담담한 소개 문장들은 매우 매력적이다. 종종 아나뱁티즘은 매력적이지만, 아나뱁티스트들은 자기주장이 강한 소종파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제공하는 아나뱁티즘의 자리매김에 크게 도움을 받고, 많이 설득이 될 것이다. 하마트면, 훅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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