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성경의 대화 IVP 모던 클래식스 13
버나드 램 지음, 박지우 옮김, 송인규 해설 / IVP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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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고서 두 가지 감상이 교차했다. 첫째, 1954년에 저술된 ‘과학과 신앙’ 책을 이제서야 신간으로 읽어야 하는가 싶은 일종의 자괴감이다. 둘째, 그런데 이 책이 오늘의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맥락 있게 읽힌다는 사실에서 오는 당혹감이다. 적어도 ‘과학과 신앙’ 이슈에 있어서 한국교회는 1950년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에 있다는 말이다. 버나드 램은 이 책으로 당대의 이슈에 과감하게 개입했다. 그는 홍수지질학의 주요 주장을 논박하고, 창조와 진화는 양극단으로 볼 것은 아니며 유신론을 견지하는 한 진화론적 주장도 수용 가능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그럼으로써 가장 나은 대안으로 ‘점진적 창조론’을 개진한다. 그는 특히 ‘초정통주의자’라고 불렀던 근본주의자들의 즉성적 창조론(‘젊은 지구론’에 해당)이 복음주의 신앙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드러냈다.

이 책을 출간한 이후 그는 스위스 바젤로 가서 칼 바르트와 함께 연구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고 돌아와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바르트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 많지 않은 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버나드 램은 당대의 질문과 과제를 에둘러가지 않고 맞대면했던 미국 복음주의 운동 초창기의 역동적인 지적 기풍을 잘 드러내는 신학자이다. 과거를 보수하는 작업과 미래로 진보하는 작업은 상호 괴리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이 ‘과학과 성경’의 관계에 관한 초시간적 논의보다는, 미국의 당대적 맥락에서 어떤 논의가 제출되었는가를 읽어냄으로써 오늘 여기(here and now)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 질문을 제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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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어워스 - 시민, 국가 종교, 자기만의 신을 넘어서 비아 문고 7
마크 코피 지음, 한문덕 옮김 / 비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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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문제가 신학적 교양의 부재와 긴밀하게 연관된다면 우리는 그 공유 지식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과 효과적 전달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잘 기획된 속도전이 필요할 텐데, 비아출판사의 이 작은 책 시리즈의 미덕은 긴 말을 짧게 하는 효율성과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담아내는 압축미를 매번 성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그의 독특한 신학적 탐색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신학자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이를 제기하게 된 미국의 맥락을 이해하는 작업이 없다면 매우 낯설게 여겨지기 쉽다. 이 책은 주요한 키워드로 근대성, 변증, 덕, 자본주의, 콘스탄틴주의 등을 다룬다. 기독교 복음은 미국에서 근대 자유주의 민주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근대성), 세속사회가 정한 질문에 허겁지겁 답안지를 쓰는 식의 변증은 이미 승산 없는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 것임을 꼬집으며 복음의 존재증명은 교회가 스스로 증인공동체 역할을 할 때라야 가능하다고 보았다(변증). 기독교 윤리의 과제는 현대사회의 윤리적 딜레마를 분석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살아낼 역량의 계발, 즉 덕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하며(덕), 교회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맞서는 최전선이 되어야 하기에(자본주의) 콘스탄티누스 이래 지속해온 교회와 국가의 부적절한 동맹은 깨어져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콘스탄틴주의). 하우어워스의 독특한 맛을 느꼈다면 아마 본문 이상으로 책의 1/3 분량을 차지하는 해제에서 소개하는 하우어워스의 저술 7권과 함께 읽을 책 7권이 크게 유용할 것이다. 이 짧은 지면에 이런 촘촘한 구성이라니, 가성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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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기원 논쟁 - 우주, 생명, 종 인간의 시작에 관한 여섯 가지 모델
제럴드 라우 지음, 한국기독과학자회(KCiS)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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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과학’, 혹은 ‘진화와 창조’ 등의 주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핫한 이슈가 되어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과학철학이나 제반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훨씬 섬세한 논의를 진행할 여건은 확보된 듯하여 반갑다. 이 책은 고도의 학술적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수준의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될 ‘지도’ 역할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제럴드 라우는 상당히 포괄적인 논의를 적절한 수준으로 정돈하면서 만족스럽게 잘 수행해내었다.

기원에 대한 질문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종의 기원, 인류의 기원 등 영역에 따라 실제로 다루는 이론과 논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한 장씩 따로 처리했고, 그에 앞서 자연주의적 진화, 비목적론적 진화, 계획된 진화, 인도된 진화, 오래된 지구창조론, 젊은 지구 창조론 등 이 논의에 단골로 호명되는 주요한 주장들을 총 6개의 모델로 정리하고, 각 모델이 어떤 설명논리를 제공하는지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접근의 장점은 명백하다. 하나의 극단적 주장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입장들이 제기되는 것이므로, 자신이 수용하는 입장이 과학적-신앙적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는 객관화 작업은 중요하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시야를 열어주고, 다른 견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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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로이드 존스 - 20세기 최고의 설교자 하나님의 사람 17
이안 머레이 지음, 오현미 옮김 / 복있는사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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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존스에 대한 두 권짜리 두꺼운 전기를 쓴 바 있는 이안 머레이가 이를 한 권으로 축약한 전기를 출간했다. 한글로 800쪽 분량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나, 다수의 두껍고 긴 시리즈 설교집으로 유명한 로이드 존스의 일대기를 다루기에는 이 정도 분량은 감내할만한 수준이 아닐까? 한국의 로이드 존스 팬들은 대부분 그의 설교집을 통해 강해설교자로서의 면모를 접한 이들일 것이다. 설교론, 부흥론, 성령론 등의 주제로 그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신앙에 끼친 순기능은 한국과 영어권 전체에서 결코 적지 않다. 이 전기는 로이드 존스를 영국 복음주의의 구체적인 역사와 정황 속에 자리매김하여 살펴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여러 유명한 인물과의 교류 관계, 두드러진 사건들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고 후일담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나는 그가 선택했던 결론에 늘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약간의 이견을 제출해놓을 필요를 느낀다. 저자 이안 머레이는 로이드 존스를 20세기 영국 복음주의의 흐름 속에서 ‘반에큐메니컬’ 노선의 일관된 실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로이드 존스는 영국 복음주의의 쌍두마차 중 한 축인 존 스토트와 대립적으로 묘사된다. 1966년 복음주의자 대회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충돌한 사건은 유명하고, 그로 인한 후폭풍은 길고도 넓었다. 이 주제는 역사적, 신학적 함의가 큰 사안이라 양쪽의 이야기를 다 경청할 필요가 있다. 책 서두에 있는 박영선 목사의 ‘해설’은 그런 면에서 한국 복음주의자의 입장에서 양자를 조금 더 포용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를 제기한다. 평전, 자서전 등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를 읽는다는 것은 삶에 대해 숙연해지는 경험이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보는 역동적 경험이다. 로이드 존스에게 과감한 질문을 마구 던져볼 드문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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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성경 - 내 손으로 읽고 쓰고 그리고
박대영 지음, 이소연 그림 / 선율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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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출판계에서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이 대유행을 했고, 그 사이에 교계에서는 성경 필사가 꽤 널리 확산되었다. 각각이 가진 고유의 미덕이 만나 이 책 <나만의 성경>을 이루었다. 트렌드를 좇아 이루어진 게으른 기획이라면 당장 흠잡을 구석이 적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은 일단 결과물이 우수하다. 박대영 목사는 <매일성경>과 <묵상과 설교> 편집자로 탄탄하게 사역했고, 그의 저술 <묵상의 여정>은 말씀 묵상에 한국적 정취와 문제의식을 잘 담아낸 특출한 저작으로 기억하고 있기에 기대가 되었다. 그가 본문 해설을 쓰고 이소연 작가가 일러스트를 했는데, 문장은 충분히 곱씹고 새길만 한 풍취가 있어 좋았고 그림은 단순히 서양 그림책 옮겨다 놓은 느낌이 아닌 고유의 선이 살아있어 좋았다. 구약의 44개 이야기를 각 4페이지 단위로 담았는데, ‘성경 본문’과 저자의 ‘본문 해설’, 독자의 ‘필사하기와 묵상하기’, 그리고 ‘색칠하기’에 각 한쪽씩을 할애했다. 개인 묵상이나 선물용으로도 좋겠지만, 가정예배나 주일학교 차원에서 활용하면 안성맞춤이겠다는 느낌이다.

책을 보고 살짝 의문이 들었던 것은, 구약의 역사와 내러티브 중심으로 본문을 선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예언서와 시가서가 빠져있고, 신약 본문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향후 2권과 3권의 출판을 암시하는 복선인지 궁금했다. ‘침묵하며 명상하는 것’이라는 ‘묵상’에 관한 정적인 이해를 ‘오감을 동원하는 능동적 행위’로 인식전환을 하는 데에 크게 한몫할 책이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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