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자유의 역사 - 칼뱅에서 애덤스까지 인권과 종교 자유를 향한 진보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 IVP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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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모리대학의 '법과 종교 연구센터' 소장으로 법역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흥미로운 문제제기로 책을 시작한다. "제이콥 탈몬은 프랑스혁명이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전조인 동시에 근대 전체주의적 파시즘의 전조라고 묘사했다. ... 칼뱅주의 종교개혁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 칼뱅의 본래 정치사상 역시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등 상반된 두 성향에 널리 영감을 줄 만큼 충분히 '변화무쌍'하고 '선동적'이었다. 많은 주요 칼뱅주의자들에게서 전체주의적 성향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칼뱅의 사상이 어떻게 주요한 '권리'와 '자유'의 사상을 낳는데 핵심적 기여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한 대작이다. 우리 주변에 유통되는 칼뱅은 매우 협소한 종교지도자에 머물고 말지만, 역사 속에서 그의 흔적을 폭넓게 읽어내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칼뱅을 순치시키고, 가부장으로 만들고, 왜소한 인물로 만들어 버렸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 책이 그려내는 칼뱅과 그의 후예들은 언뜻 언뜻 '자유와 권리'를 끝까지 추구한 혁명가의 풍모를 풍긴다. 나는 칼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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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종교의 다양성 -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재고찰
찰스 테일러 지음, 송재룡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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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단언컨대 복음주의권 지식인 그룹에게 향후 10년은 읽히게 될 학자인 '찰스 테일러'의 저술 하나가 소개되었다. 이 책은 1999년 그가 유서깊은 에딘버러대의 기포드 강연(Gifford Lecture)에서 자신보다 100년 전에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이란 제목으로 기포드 강연을 했던 윌리엄 제임스의 책을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내어놓았다. 종교란 근본적으로 '개인이 신성한 것과 대면하면서 갖는 감정, 행위, 경험'이며, '신학, 철학, 교회 조직 등은 2차적이다'는 제임스의 근대적 개인주의적 종교관이 오늘날에 얼마나 더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그 가치와 한계를 꼼꼼히 평가하면서, 자신의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견해를 피력한다. 오늘날의 교회론 논의는 '세속성'과 '개인성'이란 두 주제를 피할 수 없는데, 현재 이 주제에 대한 가장 거대한 지적 산맥은 찰스 테일러이다. 그의 질문은 치명적으로 매력적이고, 그가 답하는 방식은 불가항력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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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어떻게 관용사회가 되었나 - 근대 유럽의 종교 갈등과 관용 실천
벤자민 J. 카플란 지음, 김응종 옮김 / 푸른역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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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개신교인들이 당연시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또한 우리는 사회적 소통이 가장 힘든 사안들이 주로 종교적 신념이 개입한 사례들이란 점을 경험적으로 안다. 물론 이런 문제를 역사 이래로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교수로, 종교개혁 이후 피로 물든 유럽대륙이 상호공존을 위해 어떤 종류의 사상과 실천양식을 개발했는지에 천착해온 학자이다. 이 책은 흔히 학자들이 그러했듯 '관용의 사상'을 논제로 삼는 경로 대신 그런 사상을 알지 못했던 이들에 의해서도 수행되었던 '관용의 실천'에 주목했고, 그 결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관용의 사회사'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불관용'의 문제는 결코 미개한 시대에만 속한 것이 아니며, '관용' 역시 근대화의 성취로만 여겨질 수는 없다는 시각 교정을 받을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특히 개신교계는 가장 적대적인 주도세력이 되어 있는 '불관용'의 문제를 제대로 캐내어 맞대면 하려면 이 책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귀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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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 - 정치와 종교에 실망한 이들을 위한 삶의 철학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 문순표 옮김 / 이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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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세속성의 기반 위에서 수행하고, 종교는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몰아넣어 두는 것으로 정치와 종교의 문제가 풀린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상황은 반대로 전개된다. 근본주의적 종교의 신정정치가 되살아나는가 싶은데, 그 반대편에는 전통적으로 정치의 세속성을 옹호했던 그룹들 안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함의를 급진적으로 재발견하자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된다. 바울과 예수에서 새로운 정치성의 자원을 찾고 있다. 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기독교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적 적자로 부활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믿음 없는 자들의 믿음(The Faith of the Faithless)'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근대는 탈신성화(de-sacralization)가 아니라 재신성화 (re-sacralization)로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고, 그 맥락에서 이전의 정치철학의 논의들을 재정렬해보자는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저자의 통찰력 있는 정리를 따라 '원죄'나 '마르시온주의', '폭력/비폭력' 등의 신학적 모티브들이 철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사고를 촉발하고,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지 흥미로운 지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주요한 학자들은 칼 슈미트, 마틴 하이데거, 슬라보예 지젝, 발터 벤야민, 임마누엘 레비나스 등을 망라한다. 저자는 뉴욕의 진보적 대학인 뉴스쿨에서 가르치며, 현재 이런 논의에 주도적 기여를 하는 중진학자이다. 인문사회과학 논의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급진화되고, 파격적 통찰의 근원이 되는지 볼 수 있는 '지식 어드벤쳐 코스'에 겁내지 말고 한발 들여놔 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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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뿔이다 - 어느 헤겔주의자의 우리 철학 뒤집어 읽기
전대호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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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마음에 든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철학과 대학원으로 가 칸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로 건너가 헤겔 공부를 했으나 학위 취득에는 관심이 없이(?) 공부만 하고 돌아왔다. 귀국 후 영어와 독일어로 된 과학책과 철학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일찍 시인으로 등단했었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면 뭐 이렇게 괜찮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다 있냐 싶다.  


책 내용이 마음에 든다. 일단 이 책은 국내의 현존하는 명망가들을 다 까겠다는 기세로 쓴 책이다. 김상봉, 이진경, 김상환, 이어령을 대놓고 실명비판 하고 있고, 그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가끔은 잊혀가고, 종종 오해받고, 자주 무시당하는 헤겔의 철학을 새롭게, 쓸모있게, 재미있게 복권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이다. 원래 책 제목을 '철학은 개뿔이다'라고 하려 했다는데, 정말 그래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출판사가 그만큼 객기를 부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나는 이 책의 알라딘 북펀드 과정에 참여했다. 손해보지 않을만큼 팔리긴 한 모양인데, '개뿔'이라고 했으면 분명 더 팔렸을 것이란 쪽에 5,000원 건다. 철학을 너무 고상한 언어로만 다루는데, 패기와 박력으로 대결하는 모습도 종종 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과 저자에게 아낌 없는 '좋아요'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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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문학은 이상하게 실명 비판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비평의 본질은 실명 비판이 아닐까요.

cyrus 2016-07-1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말씀이 맞습니다.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문제점을 따지는 학자나 비평가들은 결국 문단, 학계라는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노는 상황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