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Biblia 2018.3
(주)위즈덤샐러(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위즈덤샐러(잡지)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책에 대한 잡지, 도서 문화 전문 월간지 <비블리아>가 개편을 마치고 2018년 3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비블리아> 3월호의 주제는 '관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책과 사람의 관계, 책과 책의 관계 등 책과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테마를 관계라는 주제로 묶어내고 싶었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책과 사람의 관계, 책과 책의 관계, 이 모든 것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여는 글의 주인공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을 그린 <35년>으로 다시 찾아온 만화가 박시백이다. 안 그래도 요즘 <35년>을 읽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서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는데 인터뷰 기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일제강점기 하면 머나먼 시절의 역사 같지만, 이 시기에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활약과 와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행위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9년 일제의 무력 통치에 맞서 자주독립을 외친 사건인 '3.1 운동'을 '3.1 혁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박 화백의 말대로 4.19혁명, 6.10 민주항쟁, 촛불혁명 같은 사건들과 견주어 볼 때 3.1운동이 '운동'에 그쳐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를 연출한 영화감독 김보람의 인터뷰도 실렸다. <피의 연대기>는 이 땅의 여성들이 은밀하게 나누었던 혹은 감췄던 생리에 관해 공감을 넘어 공론화를 시도한 용감한 영화다. 김 감독은 생리를 자신의 입봉작의 주제로 택한 이유에 대해 2015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네덜란드의 아시아 영화제 팀 샬롯 일행과의 만남을 소개한다. 외할머니가 만든 생리대 주머니를 샬롯에게 소개했을 때 샬롯 왈, "난 이제 생리 안 해. 내 동생도. 열여덟 살에 자궁 내 피임 장치를 삽입했거든." 얼마 전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살인 출산>에서 자궁 내 피임 장치가 보편화된 사회를 상상한 (판타지 비슷한) 작품을 읽었는데, 네덜란드에선 이미 자궁 내 피임 장치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니 놀랍다. 김 감독이 쓴 책 <생리 공감>도 읽어봐야지. 


매월 실리는 도서관 특집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도서관이 소개되었다. 남양도서관, 동탄중앙이음터도서관 등 지역 명물 도서관, 화성시 내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성시 서점조합연합회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북로그 컴퍼니 김정민 대표, SNS 1세대 작가 김재식, 독립출판 책방 코너스툴 김성은 대표, 첫눈출판사 한진아 에디터와의 인터뷰 기사도 실렸다. 경상남도 진주를 대표하는 헌책방으로 소소책방, 동훈서점 취재기도 실려 있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들,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혐오 문제, 세대 간 갈등, 역사 인식의 차이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 리스트도 나와 있다. 


3.1절을 기념해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에 관한 기획 기사도 실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기념관,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 등이 그곳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기념관은 학창 시절 학교에서 체험 학습 명목으로 몇 번인가 가본 적이 있는데,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은 존재조차 몰랐다. 과거 중국 상해에 있었던 임시정부청사 건물을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함평군 상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은 2009년 김구, 여운형, 손병희 선생 등과 함께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철 선생의 고향인 전라남도 함평 구봉마을에 설립되었으며, 전시실은 총 3층으로 되어 있고 전시 내용이 충실하다고 한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신학기를 맞이해 독서 교육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기사도 실렸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및 소통 능력,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또는 '온작품읽기', '온책읽기'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과거 득점을 위한 토막글 읽기, 요약 읽기에 그쳤던 국어 교육, 독서 교육을 반성하고,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고 표현하는 독서 활동을 목표로 한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나 문학 시간에 재미있는 문학 작품을 일부분만 배우는 게 안타까웠는데, 요즘 학생들은 전체를 배운다니 부럽다. 


학교 내 인간관계, 교우 관계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추천 도서도 실려 있다. 내 눈길이 머무른 책은 수전 케인의 베스트셀러 <콰이어트>를 청소년의 시각에 맞춰 재구성한 <청소년을 위한 콰이어트 파워>다. 여러 명의 아는 사람보다 한 명의 절친이 낫다는 메시지에 절대 공감. 특히 학창 시절에는 학업 스트레스나 마음속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소중하다. 돌아보면 성적을 몇 점 받았는지 보다 친구들과 무슨 얘길 하고 뭘 하고 놀았는지가 기억에 더 남는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좋을 출판계 소식과 신간 목록이 실려 있다. 다음 달엔 어떤 주제, 어떤 기사로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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