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의 기술 - 일잘과 일못을 가르는 한 끗 차이
로스 맥커먼 지음, 김현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행동이 빠른 반면, 과소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작고 행동이 굼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잘 포장하고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고, 능력 있고 성격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내쳐지고 사라진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스 맥커먼이 쓴 <직장살이의 기술>은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는 방법도 몰랐다. 대학 졸업 후 뉴욕에 있는 유명 언론사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나는 그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들었고, 뉴욕에서 결국 실패할 거라고 믿었으며, 한 달 안에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들통날 거라고 여겼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은 저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1978년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는 '가면 현상'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 현상은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의 감정을 말한다. 첫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 둘째, 자신의 성취는 순전히 운이 좋은 덕택이라는 생각, 셋째, 자신이 일군 성공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윈슬렛도 이런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감 없는 사람이 새 직장에 면접을 보러 갈 때, 직장에 첫 출근할 때, 미팅에 참석했을 때, 지각했을 때, 퇴근 후 술 약속이 잡혔을 때 등의 상황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지각했을 때는 왜 늦었는지 솔직하게 말하되 너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당신이 지각한 이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회의에 10분 늦었다면, 도착한 뒤 10분간은 질문도 하지 않고 발언도 하지 않는다. "제가 놓친 게 뭐죠?" 같은 질문은 회의 시간을 늘려서 사람들을 더 짜증 나게 만들 뿐이다. 물론 이런 팁은 당신이 아주, 아주 유능할 때만 통한다. 무능한 데다가 지각까지 상습적으로 하면... (끝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왕재수와 일하게 되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첫째,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셋째, 그들에게 맞서야 한다. 이도 저도 도움이 안 된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자.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이 질문은 왕재수가 자신의 왕 재수 없음을 해명하도록 종용하는 동시에, 재수 없음은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입을 다물게 되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 질문을 들은 왕재수는 백이면 백, 말을 더듬거리다가 끝내 입을 다물었다고. 


반대로 내가 왕재수 취급 당하는 경우, 즉 직장 내에 대놓고 나를 싫어하고, 경계하고, 내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는 첫째, 그들의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둘째, 왕재수에게 던지는 기본 질문을 똑같이 던진다.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셋째, 이들을 대할 때는 결코 쓸데없이 친절하고 착하게 굴거나, 울거나 화를 내선 안 된다. '길거리를 걸어가다 선원 복장을 하고 뒷다리로 걷고 있는 치와와를 본 것처럼'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적당하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에스콰이어지 편집장인 백인 남성이다. 별 볼 일 없는 직장에 다니는 한국 여성이 겪는 '직장살이'는 이보다 더 독하고 가혹하다는 뜻이다. 참고할 만한 팁은 참고하되 어느 정도 깎아서 듣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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