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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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은 매혹적인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매혹적인 이야기꾼이다. 2013년에 발표한 <사생활의 천재들>은 정혜윤이 만난 사람들의 매혹적인 이야기와 정혜윤이 쓴 매혹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연다큐 감독 박수용,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야생 영장류학자 야생 영장류학자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야생 영장류학자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천문인 마을 천문대장 정병호 등을 만난다. 연령도 전공도 다르고 몸담고 있는 분야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재능은 타고난 것도, 일부러 노력하고 훈련해서 얻은 것도 아니라 평범하다 못해 흔해 빠진 '사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자연다큐 감독 박수용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강권으로 소몰이를 하느라 학교를 빼먹기 일쑤였다. 그때는 서운했지만 돌이켜보면 학교보다 자연에서, 소를 사고파는 시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고, 이는 그가 만드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반영되어 있다. 영화감독 변영주는 <낮은 목소리> 제작 이후 잇따른 실패를 겪으면서 자기혐오에 시달리다가 <화차>를 만났다. 원작 <화차>는 신용불량자의 파멸을 그렸지만, 그에게 <화차>는 과도한 자기 연민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이고, 이러한 해석은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고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조성주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후배들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청년 유니언'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하고 가까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열망을 이루려고 노력했고, 이것이 도리어 성공의 단초가 되고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나의 사생활은 나를 어떤 천재로 만들어줄까(게으름 천재? 우유부단 천재?).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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