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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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홍대에 있는 독립서점 두 곳에 다녀왔다. 두 곳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이 구비된 책들이나 매대 위 책들의 배열에 엿보여 흥미로웠다. 이런 흥미를 대형 서점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대형 서점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책들이 있고 비슷하게 진열되어 있다. 편하지만 재미는 없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은 어떨까. 이곳은 독립서점은 아니고, 베스트셀러와 독립출판물, 참고서와 문제집이 공존하는 일반 서점이다. 역사는 1956년부터 현재까지 60년에 이르며, 그동안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표자가 바뀌었다. 3대 대표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영건은 서울에서 비정규직 공연기획자로 일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가 막막하던 차에 '서점해볼 생각 있느냐'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덜컥 서점 일을 하게 되었다. 


대학 진학을 계기로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서점 아들'로 살아온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서점 운영쯤이야 어렵지 않게 해낼 줄 알았지만, 막상 서점 일을 시작해보니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낡은 외관을 뜯어고치고 내부를 리뉴얼하는 일부터 원래 있던 책을 반품하고, 새로운 책을 들이고, 매대에 진열하고,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을 홍보 문구를 만드는 일까지 죄다 자기 손으로 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환갑을 넘긴 아버지와 서른을 바라보는 아들 사이에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이 이 목소리를 듣고 책을 펼칠 수 있을까? 별것 아닌 진열 하나에도 새삼 절실함이 깃들고 때로 가슴 아파지는 까닭도 실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서울 아닌 속초에서, 대형서점 아닌 동네 작은 서점에서 매일같이 책으로 '말을 건' 저자의 노력은 통해 이제는 오직 동아서점에 가기 위해 속초를 찾는 사람도 있고, 동아서점이 만들어낸 동아서점만의 베스트셀러도 있을 정도다(심지어 저자의 말이 가닿아 지금의 아내분과도 만났다는!). 


서점이나 헌책방 이야기라면 덮어놓고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았다. 외국 서점 이야기가 아니고 한국의 어려운 출판 환경 속에서 분투하는 지방 서점 이야기라는 점,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소망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에 녹여 쓴 점도 좋았다. 언젠가 동아서점에 꼭 가보고 싶다. 그곳의 책들은 내게 어떤 말을 걸어줄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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