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책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_인문 교양 지식 편
이동진.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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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비소설 편 말이다. 소설 편은 재작년에 나왔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라고, 출간 기념 북 콘서트까지 다녀왔다. 북 콘서트에서 이동진 작가가 비소설 편이 '조만간' 나온다고 해서 정말 조만간 나올 줄 알았는데 조만간이 약 2년이 될 줄이야.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 나온 지 약 2년 만에 나온 이 책 <질문하는 책들>. 읽어보니 마음에 든다.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 책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이 그동안 빨간 책방에서 함께 나눈 아홉 권의 인문교양서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총, 균, 쇠>, <생각의 탄생>,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비틀스 앤솔로지>, <작가란 무엇인가>,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철학자와 늑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등 빨간 책방 초창기에 다뤄진 책들이 많다. 


빨간 책방을 첫 회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들은 애청자인데도 책을 읽으면서 '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나?' 싶을 만큼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가령 <생각의 탄생>과 <작가란 무엇인가> 편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구체적인 설명이나 예시는 대부분 잊어버렸고, (김중혁 작가에게 굴욕을 안겨준 것으로 유명한) <총, 균, 쇠> 편은 아예 처음 접하는 듯 생소했다. 소리로 듣고 기억하는 것과 글자로 읽고 기억하는 것의 차이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 머리가 나빠서일까(아마도 후자?). 시간 나는 대로 책도 다시 읽고 방송도 다시 들어야겠다.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좋지 않은 책은 간단하고도 명확한 답변을 자신 있게 제시하지만, 좋은 책은 늘 에둘러 가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긴 꼬리를 가진 질문을 남긴다. - 이동진 (p.6)


이동진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은 묻고 또 묻는다. <비틀스 앤솔로지>는 음악인이 무엇을 노래하는지 묻고, <작가란 무엇인가>는 작가가 무엇을 쓰는지 묻는다. 이 책들은 네이버 검색창이나 위키피디아처럼 질문에 대한 답을 즉각 내놓지 않는다. 답을 내놓기는커녕 또 다른 질문으로 되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들은 질문(問)인 동시에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문(門)'이기도 하다. 


나는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답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아니고,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여기서 답을 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속에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면 좋겠다. - 김중혁 (p.5)


김중혁 작가는 '이동진 작가님이 골라준 책을 읽을 때마다 절벽 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라고 회고한다. 지난 4년 동안 빨간 책방을 애청한 나도 김중혁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총, 균, 쇠>나 <사피엔스>처럼 분량도 많고 내용도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절벽 끝에 앉아 있는 기분'을 느꼈고, 두 분의 명쾌한 설명을 들을 때는 같은 책을 읽었는데 나는 왜 두 분처럼 설명을 못할까, 이러려고 책 읽었나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도 4년 동안 빨간 책방을 애청한 건 자괴감보다 두 분이 나누는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늑대> 편을 듣고 철학자의 일상과 철학을 결합한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편을 듣고 평소 무관심했던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편을 듣고 전부터 좋아했던 빌 브라이슨을 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고, <비틀스 앤솔로지> 편을 듣고 비틀스의 음악을 생애 처음 찾아 들어보기도 했다. 이 모두 빨간 책방이 재미있지 않았다면, 빨간 책방을 듣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이 책의 매 챕터 마지막 장에는 이동진 작가와 김중혁 작가가 추천하는 연관 도서가 두 권씩 소개되어 있다. <사피엔스>처럼 이미 방송에서 다룬 책도 있지만 <광대한 여행>, <우주의 통찰> 등 방송에서 다루지 않은 책도 있어서 앞으로 틈틈이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신임자' 이다혜 기자가 가세하기 전에 소개된 책 이야기를 엮었으니, 다음에는 이동진 작가와 이다혜 기자가 나눈 책 이야기도 엮어져 나왔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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