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살래? - 통장 잔고와 외로움에 대처하는 세 여자의 유쾌한 동거
이유정.하수진 지음, 나루진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한둘이겠냐마는 조금 더 어릴 때 부모님 품을 떠나 독립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 학교도 직장도 서울에 있어서 등하교와 출퇴근의 어려움을 핑계로 독립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독립을 막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졸업 후에도 한참 동안 취업 준비생이었고 취업한 후에도 한 직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계약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탓에 보증금으로 쓸 목돈을 마련하지 못 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릴 염치도 없고, 그렇다고 독립을 목적으로 결혼을 감행할 수도 없고. 결국 이 나이 먹도록 월세에 맞먹는 생활비를 부모님께 갖다 바치며 방 하나를 차지하는 것으로 타협해 살고 있다. 


이유정, 하수진의 <우리 같이 살래?>를 읽으니 포기하고 있던 독립의 꿈이 다시 살아났다. 각각 시나리오 작가, 카피라이터, 회사원인 세 여자는 비싼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님 품을 떠나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같이 살기로 정했고 그 후 6년을 함께 살았다. 직업도 성격도 다른 세 여자가 한 집에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소한 일 때문에 큰 싸움이 날 뻔한 적도 있었고, 서로의 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이 자그마치 6년이나 함께 살 수 있었던 비결을 비롯해 집안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팁과 자취, 동거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가 자세히 나와 있다. 자취든 동거든 조만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


누구와 같이 살기로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돈도 아니요, 집도 아니요, 같이 살 사람이다. 저자는 언젠가 기혼자들과 혼자 사는 싱글들이 모인 자리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누군가 "그래도 혼자 살면 아플 때 서럽잖아요~"라고 엄살을 피우자 결혼 10년 차인 유부남 왈, "아파서 마누라 옆에 누웠는데, 떨어지라고 발로 걷어챌 때의 서러움을 네가 아냐?"고 했다. 저자는 후배로부터 심한 감기에 걸린 멤버가 작업실에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성실하게 나와서 곤란하다는 말을 듣고 감기에 걸리든 허리를 삐끗하든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돌봐주는 자신의 동거인들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고마운지 새삼 느꼈다. 역시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고 관계인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어떤 경로로든 1인 가구가 늘어 가는 이때, 인생의 후반을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는 독립 후 같이 살아도 보고 혼자 살아도 본 결과, 한 번쯤 생각해 볼 사안이다. 동거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생활 형태라 확신한다.' (p.15) 이제까지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과 살아본 적도 없고 혼자서만 살아본 적도 없는 나는 손해를 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자취든 동거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훗날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언니들의 조언이 내 마음을 흔든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체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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