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1
마유즈키 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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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과 중년 남성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교복 미소녀를 향한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하거나 후쿠야마 마사하루나 니시지마 히데토시 같은 꽃중년을 향한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마유즈미 준의 만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다르다. 여고생 타치바나 아키라가 마흔다섯 중년의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을 짝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미성숙한 여성에 열광하는 남성의 판타지도 꽃중년을 향한 여성의 판타지도 아니다. 



육상 단거리 유망주였던 아키라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더는 달릴 수 없게 된다. 상심해 있던 차에 우연히 들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마음씨가 상냥한 점장 콘도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짝사랑을 키워나간다. 콘도는 꽃중년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원형탈모도 있고, 가끔은 바지 지퍼가 열린 채 일터를 활보하기도 하고, 사람이 지나치게 좋아서 아랫사람한테 구박을 받기도 하는 안쓰럽기까지 한 중년이다. 아키라 또한 남성들이 꿈꿀 법한 교복 미소녀는 아니다. 긴 생머리에 날씬한 몸매만 보면 교복 미소녀 축에 낄 법도 하지만, 성격이 무뚝뚝하고 눈초리가 매서워 스물여덟 살 연상인 점장 콘도마저 벌벌 떨 정도다. 그런 아키라가 그런 콘도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이 짝사랑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육상 선수의 꿈이 좌절되어 방황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준 사람,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그를 더 잘 알고 싶어 그의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키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살며시 웃음이 났다. 아키라처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랑을 해 본 게 언제였더라. 여고생과 중년 남성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는 드물게, 순수했던 첫사랑의 추억마저 끄집어내게 만드는 만화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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