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일만 하다 갈 거야?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김현영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즐겨보는 일본 방송 중에 <혼마뎃카 TV>가 있다. 유명 연예인의 고민이나 화제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서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여기 나오는 전문가 패널 중에 한 사람이 <죽도록 일만 하다 갈 거야?>의 저자 이케다 기요히코다. <죽도록 일만 하다 갈 거야?>는 와세다 대학교 교수이자 생물학자, 환경 평론가인 저자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 책으로,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이 평소 방송을 통해 본 저자의 온후하고 평화로운 인상과 닮았다. 



저자는 '노력하면 된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현실은 환상과 다르다. 공부든 일이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재능이 없는 사람은 그 성과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 대신 포기하고 난 뒤 남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행복으로 느끼는 태도가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시험에 떨어졌다고, 돈을 못 번다고, 회사에서 짤렸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건강한 몸과 남아있는 나날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지혜라는 것이다.



이는 대책없는 낙관론에서 근거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노력하면 된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주장이야말로 안 되면 조직이나 사회가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자기책임론'을 강화하고, 개인들 간에 끝없는 경쟁과 불안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특히 일과 관련된 영역이 그렇다. 많은 경우 취직을 못하든, 일을 잘 못하든, 돈을 못 벌든, 해고를 당하든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지만, 실제로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낮은 경제성장률, 산업구조의 개편과 고용 저하 등 사회와 조직의 책임 내지는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펙이 부족하고 노력을 덜 해서, 일을 게을리하고 능력이 딸려서, 운이 없어서 요 모양 요 꼴로 산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나 돌아본다.



저자는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있는 비결로 취미를 든다. 저자의 취미는 어릴 때부터 68세인 지금까지 한결같이 곤충채집. 시간만 나면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희귀한 곤충을 채집하는 그는, 곤충채집이 대단한 명성을 누리게 해주거나 엄청난 부를 안겨주지는 않지만 그 어떤 명성이나 돈도 줄 수 없는 만족과 행복을 준다고 말한다. 명문대 교수, 학자라는 직업과 인기 TV프로그램의 패널이라는 사회적 위치보다 말이다. 언젠가 나도 책 읽기와 글 쓰기가 내 삶을 행복하게 해준 최고의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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