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에게 독서는 독(毒)일지 모른다. 화장품과 옷을 살 돈으로 책을 사고, 모처럼 쉬는 날도 데이트를 하거나 소개팅에 나가는 대신 방에서 책을 읽으니 시집 가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조차도 이러다 책만 읽다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도 계속 책을 읽는다. 책보다 멋지고 재밌는 남자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그냥 책이 재미있다. 읽을수록 재미있다. 최근에는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말랑말랑한 감성의 에세이도 성이 안 차고 고전이나 인문서에 눈이 간다. 나, 정말 이렇게 계속 책만 읽어도 될까?


최근 후기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적인 가치가 필요해졌다. 그것은 바로 노와이(Know-why)다. 노와이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일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정확하게 아는 능력이다. 따라서 노와이를 아는 사람은 뚜렷한 삶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된다.... '노와이'의 능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왜'를 통해 본질을 찾게 하며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진실을 찾는 학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즉, '사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그냥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해답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인문고전을 읽으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 힘이 길러진다. (pp.113-4)


베스트셀러 <말공부>의 저자 조윤제의 신간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의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이 책은 논어, 맹자, 중용, 사기, 춘추, 손자병법 등 50여 권의 고전에서 뽑은 명언과 고사를 바탕으로 고전 속 지혜가 현대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경영, 자기계발 등 실용적인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굳이 고전에서 배우는 이유는 창조와 혁신의 본질이 전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융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나온 신간이 수천 년 동안 전해내려온 고전에 대적할 수 없음은 뻔한 이치다.  


문제는 고전을 한두 번 읽어서는 문제에 적용하고 해결하는 힘, 즉 사고력과 통찰력이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고전을 읽기만 하지 말고, 읽은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의 제목이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가 아니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인 까닭이기도 하다. 공부(工夫)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익히고 체득해 가지고 놀 정도가 됨을 이른다. 이는 책을 들입다 읽기만 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소홀한 내가 늘 반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늘 쉬운 책만 읽고 고전을 가까이 하지 않아서일까. 고전 공부, 되도록 빨리 시작해야겠다. 

  

고전을 읽는다면 그 고전이 삶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론으로만 아는 것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철학적인 내용을 내 사고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열심히 읽어봤자 정말 '옛사람의 찌꺼기'가 될 수 있다. 고전은 현재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겪을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말하는 법, 일을 잘할 수 있는 요령, 공부하는 방법, 부자가 되기 위한 지혜 등 우리가 오늘날 자기발전을 위해 읽는 많은 책들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모두 고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p.7)


소설가 김영하는 신작 <말하다>에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몇 년째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평한다. 외모 꾸밀 돈으로 책을 사고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인간다움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면 그건 아마도 내가 현재 결혼보다 자립이 시급한 탓일 것이다. 자립을 하려거든 일에만 집중하면 될텐데 굳이 책을 읽고 고전을 찾는 것은 내가 찾는 길이 현실에는 없어서일 것이다. 이렇게 책은 내게 질문과 답을 준다. 재미없는 몸치장, 답 안 나오는 연애보다 독서가 좋은 이유다. 고전 아닌 책도 좋은데 수천 년을 살아남은 지혜가 담긴 고전은 얼마나 좋을까(점점 나이든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와 같은 이치?). 아무래도 나, 독서에 단단히 중독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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