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결권 -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빨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밥도 빨리 먹고, 걸음도 빨리 걷고, 일도 빨리 하고, 책도 빨리 읽고, 뭐든 빨리 해치우고(!) 싶어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다. 결혼만큼은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지만. 나처럼 뭘 하든 '빨리'를 외치는 성격이라면 칼 오너리의 <시간자결권>을 읽어보길 권한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몇 년 전에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쉽게 조급증을 느끼고 심하게는 분노와 격분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로 '속도에 대한 강박'을 든다. 내가 그렇다. 빨리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면 짜증이 나고 가끔씩은 화마저 난다. 내가 시간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쫓는 것 같달까. 시간이 가든 말든 상관 없이 느긋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저자는 이런 속도에 대한 강박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슬로운동'을 제시한다. 슬로운동은 단순히 느린 것을 찬양하며 매사를 느리게 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자기 삶의 리듬을 자신이 조절한다'. 즉 빠름과 느림 사이에 균형을 잡는다는 의미가 더 크다. 슬로운동은 의식주는 물론 업무, 운전, 의료, 교육, 심지어는 성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빠름에 중독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중 다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값싼 패스트 푸드로 한 끼를 때우는 대신 직접 재료를 골라 조리해 먹는 '슬로푸드', 성냥갑 같은 아파트 대신 설계부터 완공까지 직접 참여해 지은 집에 사는 '슬로주택' 등이 그 예다. DIY, 셀프 인테리어, 뜨개질, 컬러링북도 기성품을 구입하는 대신 시간을 들여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된 '느린 취미'다. 한 권의 책을 몇 시간, 며칠씩 사유하며 읽어나가는 독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슬로활동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에 있어서도 슬로운동을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 등 거대한 관료제 조직 속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며 일에만 매여 사는 것이 과거의 일에 대한 관념이었다면, 이제는 탄력근무제, 잡셰어링,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일을 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대안이 있다. 저자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업하면서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수입이 줄긴 했어도 출퇴근, 외식 등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지출도 줄어 오히려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하니 솔깃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