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 2 - 어느 만화가의 시코쿠 헨로 순례기
시마 타케히토 지음, 김부장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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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에서 나온 시마 타케히토의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오타쿠 남자와 백수 여자가 시코쿠 헨로를 걷는 이야기' 정도 될까. 시코쿠 헨로는 도쿠시마, 에히메, 고치, 가가와 4개 현으로 이루어진 일본 혼슈 아래에 위치한 섬 시코쿠에 있는 88개의 찰소를 순서대로 순례하는 길을 일컫는다. 정년퇴직자부터 학생, 노숙자, 병자, 도망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장장 1,200km를 걷는 고행을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 안 팔리는 중년의 에로 만화가와 직장을 때려치우고 일 년을 집에만 쳐박혀 있던 백수 여자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엔 이 길을 걸어도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백 퍼센트 믿지는 않았고 걷는 동안에도 수없이 의심했지만, 다 걷고 난 뒤의 표정은 무척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의 표정도 그랬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웃고 울었으니 아마도 그랬으리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례자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걷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떠올렸다. 비록 나는 국토 대장정은커녕 제주 올레길 걷기도 해본 적 없지만, 매주 몇 번은 집 근처 공원을 걷는 '자칭' 걷기 예찬론자로서 걷기의 매력을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걷기의 매력은, 걷기 전엔 귀찮고 걸을 때는 힘든데 걷고 나면 행복하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끝내놓고 보면 비로소 의미가 보이고 가치가 느껴지는 일이 살다 보면 제법 많다. 그러니 해보기도 전에 의미를 따지지 말고, 하면서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궁시렁대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볼 것.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아니 넉넉 잡아 내년 안에 시코쿠 헨로는 못 가도 제주 올레길 한 번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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