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시리즈를 드디어 다 읽었다.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셋 다 재미있고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래도 굳이 제일 좋았던 책을 고르라면 <반딧불이>이다. 그의 대표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모티프가 된 <반딧불이>를 시작으로 <헛간을 태우다>, <춤추는 난쟁이>,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등 다섯 편의 소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하루키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나는 <반딧불이>가 <노르웨이의 숲>의 모티프가 된 줄 모르고 소설을 읽었는데, 사실을 알고 다시 읽어보니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서 신기했다. 단편과 장편은 글의 길이만 줄이고 늘린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그러고 보니 몇 년 사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참 많이도 읽었다.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캐릭터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읽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나이를 먹고 많은 작품을 써도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지는 그의 세계를 보는 것이 경이롭고 즐겁다. 이 책 <반딧불이>만 해도, 여기에 실린 소설은 전부 그가 80년대 초반에 쓴 것인데도 최근에 쓴 작품들과 세계관과 문체가 크게 바뀌지 않아 이 작가가 예전부터 얼마나 공고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알게 해 주었다. 변해가는, 그것도 안좋게 변해가는 작가들을 보는 건 독자로서 참 슬픈 일인데,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작가의 작품을 동시대에 읽으며 함께 호흡하고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