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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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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말고." (p.52)


딴짓이야말로 한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모 요리 평론가의 유명한 말을 빌자면 "나에게 네가 하는 딴짓을 말해보아라.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다"랄까? '2NE1 CL 아빠'로 유명한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쓴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저자에 대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물리학 교수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이며 화가, 만화가, 공예가인 재주꾼이자, 일본과 프랑스, 아르메니아 등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삶을 중요시하는 저자는 '딴짓'도 남다르다. 장안동 고미술상가에서 이빨 나간 도자기를 모아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고, 외국에 나가서도 명품 쇼핑 대신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을 사며, 직접 디자인한 깡통 로봇을 철공소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 한 번 받지 않고 동화책에 만화책까지 냈다. 딴짓이라고는 일하는 틈틈이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거나 휴일에 술 마시며 노는 게 전부인 나로서는 말그대로 '깜놀'(과연 내가 하는 딴짓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까?). 이렇게 근사하면서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딴짓이 있었을 줄이야. 배우고 싶다.

   
여기에 더해진 물리학적인 식견은 또 어찌나 멋지던지.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물리학은커녕 이과 전반과 친하지 않은데, 저자의 "깡통&병따개는 작용점에 대한 회전 모멘트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이라느니, "팬티는 물리학에서 열역학 분야에 해당된다"느니 하는 설명을 읽으면서 아주 드물게 과학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만 했지, 사실 나는 이런 관점의 차이, 취향의 차이에 대해 (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아도) 무관심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반성도 하며...  저자의 남다른 취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다름' 자체를 체화해 실천하는 그의 인생이 멋져 읽는 내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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