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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오래 할수록 나는 점점 더 절실하게 깨닫는다. 수십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도, 유서 깊은 장소를 직접 방문해 보고 내 머리와 내 마음으로 그 장소의 뿌리를 탐구하는 몸짓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멋진 지식 탐구의 길이라는 것을' (p.167)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자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후자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떠난 중국 동북부로 생애 첫 해외 여행을 갔다. 말이 좋아 여행이지 대학생들이 단체로 가는 답사 형식의 패키지 투어여서 열흘 가까이 내내 3~40명 되는 인원과 다니다보니 나중엔 여행 자체보다 사람에 지쳤다. 그 때의 악몽 때문에 몇 년 후 일본 여행은 비행기와 호텔 예약부터 일정까지 전부 직접 정했다. 숙소 분위기가 인터넷에서 본 것과 달라서 당황하기도 하고, 식당을 못 찾거나 점원과 말이 안 통해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다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다. 그 때 정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만 하기로. 



상반기 최고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후속편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10>의 저자 정여울도 후자다. 자유 여행이 '적극적으로 내가 계획을 짜고 내가 묻고 내가 방향을 잡아 가는 여행'이라면, 패키지 여행은 ''편안함'과 '양적 만족'은 주되 주체적인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려운' 여행이며, '당신이 혼자 여행할 수 있다면, 당신은 혼자 살 수 있는 용기와 능력 또한 지닌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p.334) 나는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는가, 자유 여행을 좋아하는가로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자는 안정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나 실패가 두려워 남에게 의존하려는 사람이고, 후자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직접 부딪쳐보고 성장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물론 후자이며, 후자인 사람이 좋다.



같은 의미에서 저자 정여울도 좋아한다. 10년 동안 열 번 이상 유럽 땅을 밟았다는 저자는 갈 때마다 일에 치여 잊고 지냈던 자기 안의 자유를 발견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유명하지 않은 관광지를 둘러보며 자유를 몸에 익혔다고 한다. 자유 여행을 사랑하는 저자답게 지적 탐구 또한 자유롭다. 전공은 문학인데 철학과 심리학에도 조예가 깊고, 문학평론가인데 에세이스트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책에서도 여행지와 그곳에서의 단상을 서술하는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 포맷에 얽매이지 않고,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 괴테, 카를 융 등 저자가 사랑하는 작가와 학자의 이야기를 조잘조잘 재미나게 들려준다. ​넓디 넓은 학문의 바다에서 풍랑에는 아랑곳 않고 유쾌히, 가볍게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지금은 대학 강사로, 문학평론가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나가는 저자이지만, 과거에는 그녀도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이십대 내내 넓은 학문의 세계에 겁없이 발을 들여놓았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에 달려들었다가 맥없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대책 없이 정을 주었다가 거절 당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들이 내 이십대를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다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투성이지만 나를 성장시킨 자유 여행의 추억처럼 말이다. 기왕 구속보다 자유를 더 사랑하는 영혼으로 태어난 몸. 더욱 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살고싶다. '인생의 자유 여행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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