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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어떤 책은 내게 삶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자극을 주고, 어떤 책은 내게 세상을 제대로 바라봐야겠다는 깨달음을 준다. 어떤 책은 내게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를 만큼의 웃음을 주고, 어떤 책은 내게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될만큼 긴장과 공포를 준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이 책은 내게 시심 없음, 감성의 메마름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등 다수의 에세이집을 쓴 변종모 작가의 신작인 이 여행 에세이는 길, 꽃, 대화, 여행 등 키워드에 따라 시와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 짧은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고 한 편의 시처럼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이라는 주제도 좋고, 에세이라는 장르도 좋고, 사진도 글도 근사하지만, 나는 어쩐지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내용이 장소별로 또는 시간 순서대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키워드마다 달라져서 감상이 툭툭 끊기고, 여행 에세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가 빈약해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지 않았다. 여행지가 상당히 많은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정보가 별로 없으니 공감하기가 어렵고, 여행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감상이나 경험보다도 짤막짤막한 단상 위주라 딱히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그냥 에세이, 아니면 새롭고 독특한 형식의 여행 에세이로 넓게 본다면 모를까, 나처럼 일반적인 기행문 형식의 여행 에세이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것 같다. 게다가 나처럼 시보다는 산문을 좋아하고, 감성보다는 이성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시심 가득한 이런 책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을 것 같다.
서평을 써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비슷한 책을 다시 찾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가능한 한 편견 없이, 취향 구분 없이 넓은 마음으로 독서를 하고 싶은데, 이런 책을 즐겁게 읽어낼 만큼의 시심과 감성이 나에게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그래서 자꾸 연애에 실패하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