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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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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여행은 못 할거야!'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는 내내 난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여행은 못 할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팔에 머무는 동안 줄곧 작가님을 괴롭혔던, 정체불명의 맛과 향을 지닌 마샬라는 어떻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얼마 전 남산 한 번 올라갔다 내려 다음날 근육통으로 온종일 고생한 데다가, 대한민국 땅에서도 감기에 면역력 저하로 인한 피부질환, 배변 장애(!) 등을 안고 사는 내가 네팔에서 버틸 리가 없고, 뜨끈한 물에 샤워도 못하고 잠자리까지 불편해 불면의 밤이 이어지는 걸 견딜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 전 내내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마누라를 말릴 만큼 스윗한 남편을 홀로 두다니! 저질 체력과 연약한 멘탈을 지닌 나로서는 첫 여행 에세이의 목적지, 심지어는 생애 첫 해외여행지로 네팔 히말라야를 택한 정유정 작가의 터프한 선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설마 저산소증 증세는 아니겠지? 이제 겨우 3200미터인데." 

등반 일정은 모두 17일. 사실 처음엔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는 데 고작 삼 주 남짓한 기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에이, 별거 아니네' 싶었다. 게다가 정유정 작가님이 강철 체력이 기본인 간호사 출신이기는 해도 지금은 하루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님이신데 전문 산악인이나 오를 법한 안나푸르나에 도전한다고 하니 행여 실패하진 않았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선택하신 안나푸르나 환상종주는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 하지만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를 통과하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등반 중에 고산증에 걸리면 헬리콥터에 실려 내려와야 하고 일 년에 최소 몇 명은 사망하는 난코스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작가님이 트레킹 중에 만난 중국인 여학생이 추락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작가님 또한 등반 중에 고산증, 저산소증 비슷한 증세를 겪으셨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음식이 입이 안 맞고, 변비에 불면증까지 걸려 이중, 삼중으로 고생하셨다. 

 

 

 

"나는 나를 연료로 태워 움직이는 인간이었다." 

작가님은 왜 하필이면 이렇게 고생스러운 여행을 선택하신 걸까? 보통 여행, 그것도 힐링 여행이라고 하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에서 일광욕을 하면서 쉬거나 유럽의 명승지들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재충전하는 여행을 떠올리는데, 세상에서 가장 척박하고 살기에 열악한 히말라야를 여행지로 택하신 건지 사실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산에 오르는 일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 했던가. 저자는 등반 틈틈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기억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리운 얼굴들을 환상처럼 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넌 장녀니까 남들보다 배로 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타일렀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 남겨진 가족들을 이끌고 아등바등 살았던 젊은 시절, 오랜 소망이었던 작가가 된 이후에도 세간의 평가와 문단의 기대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내 심장을 쏴라>,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7년의 밤>, <28> 등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저자의 저력이, 단순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겁 많은 자아를 극복하고 더욱 터프하고 치열하게 살려고 애쓴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아팠다. 

 

 

 

"유 알 어 파이터(너는 선수야)" 

그러나 종주를 마친 후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젠 그냥 겁쟁이로 살래, 가 아니었다. 가이드 검부의 말을 빌리자면, "유 알 어 파이터(너는 선수야)". 안나푸르나를 지리산이나 한라산에 다녀오듯 가뿐히(?) 오르내린 끈기와 배포는 타고난 것이지 결코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글쓰기가 지겨워 떠난 여행이었건만 여행을 마치기가 무섭게 글이 쓰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했다는 대목만 봐도 그렇지만, 저자에겐 쉼[休]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벌써부터 다음 소설, 다음 여행 에세이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정글? 사막? 북극? 우주? 그 어떤 곳도 끄떡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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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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