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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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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불쌍하는 생각은 들었어도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부러운지 모르겠다. 주말에 집 근처 올림픽 공원에 가면 체조경기장으로 콘서트를 보러온 십대들의 행렬을 자주 보는데, 십대 시절 서울에 살지 않았고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보러 갈 여유도 없었던 나는 이 젊다못해 어린 팬들이 너무 부럽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이 아이들은 알까? 직접 보러 갈 시간이 없고 용기가 없어서 돈으로 때우는 아픔을 너희는 모를 거다. 부디 있을 때 즐겨라, 젊음을.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읽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듦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젊은 여성들에게만 나눠주는 휴대용 티슈나 전단을 받았을 때 기쁨을 느끼고(참고로 저자는 1969년생), 한국 영화 <써니>를 보다가 같은 시절 친구들과 마돈나에 열광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아이 엄마가 나를 보고 아이한테 '이모한테 인사해야지'가 아닌 '언니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말할 때, 모르는 사람이 나를 '학생'이나 '아가씨'라고 부를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한 걸까? 음, 이런 걸 기뻐한다는 것부터가 나이들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불과 3,4년 전까지는 떠맡기듯이 해서 받았던 티슈였는데 지금은 거들떠봐주지도 않는다. 내 마흔두 살의 외모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주 가끔 "여기요" 하고 내밀 때가 있으나 받으려고 하면 "앗, 실수했네" 하는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합격을 취소당한 것 같은 어이없음이다. (p.53)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많은 모래를 체 안에 담는 작업과 비슷하다. 많이 담으면 걸리는 것도 늘어난다. 내 체는 좀 큼직하지만...... 그러나 무언가가 도톨도톨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80)



저자의 일상과 체험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답게 생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은 점도 좋았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부터 타니타 식당, "언제 할 거야, 지금이잖아" 같은 유행어, 스카이 트리, 우에노 공원의 명물 판다빵,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 <우주형제> 등 최근 3년 간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들이 줄줄이 등장해 재미있었다(저자의 대표 캐릭터 '수짱'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다나카 요시코와 관계가 있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중에는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벌써 3년 전 일이라니.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섬뜩한데 도쿄에서 직접 겪은 저자는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그녀의 글과 그림이 그녀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왜 또 그리 뭉클하던지. 늘 젊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어른답게 자각 있는 행동을 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시간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도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되 철들어야 할 부분은 철들겠다는 유연한 태도. 아, 멋지다. 마스다 미리. 그녀를 보니 어른이 되는 것도 썩 나쁘지만은 않은 일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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