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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 융합과 혁신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MIT미디어랩 이야기
프랭크 모스 지음, 박미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21세기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연구소라고 하면 단연 미국 MIT 미디어랩을 들 수 있다. 미디어랩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그 이름을 들을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름만 알았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등은 알지 못했는데, 신간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을 읽으면서 MIT 미디어랩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MIT 미디어랩 제3대 소장을 역임한 프랭크 모스가 직접 썼다. 저자는 컴퓨터 업계에서 이십여 년을 일하다가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고 2006년 MIT 미디어랩의 소장으로 취임했다. MIT 미디어랩은 1985년 미디어 석학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와 전 MIT 학장 제롬 위즈너가 분과 학문의 벽을 타파하고 다가오는 디지털 혁명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세계 최고의 미디어융합 기술연구소다. 창립 30주년을 앞둔 현재 1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과 단체들의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30여 명의 교수진과 140여 명의 연구생들이 3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산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MIT 미디어랩의 성공 요인으로 미디어랩 특유의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 면모를 든다. "여기서는 컴퓨터 과학자가 디자인과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음악가가 뇌과학을 연구하며, 예술가가 전기공학과 로봇 조립에 능통해지고, 몽상가와 사상가가 실천가와 발명가가 된다. (중략) 이곳에서 그들은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두려움 없이 넘나들면서 놀랍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낡은 문제를 재구성할 수 있다." (pp.27-8) 학문을 경계를 나누고 구분짓던 근대적 패러다임을 극복한 것이 미디어랩의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학문의 경계와 구분을 타파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각 학문의 장단점이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상쇄되고 보완되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이다. "컴퓨터 과학만 공부한 사람은 인간 행동에 대한 넘쳐 나는 정보를 분석하는 일에는 흥미를 느끼겠지만, 그 정보를 가지고 뭘 할지에 대해선 특별히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반면 경영을 전공한 사람은 조직을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은 많이 갖고 있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에는 능숙하지 않아요. 그들을 한데 모아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면 정말 흥미로워지죠. 그들이 그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에요." (p.71)


사실 학제간 연구는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도 많은 대학과 기업들이 MIT 미디어랩을 본따서 유사한 형태와 목적의 미디어랩 또는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MIT 미디어랩만큼의 명성과 성과를 자랑하는 곳은 없다. 학제간 연구라는 말 자체도 일반화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나는 그 이유를 미디어랩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문화와 교육제도의 측면에서 찾는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미디어랩이 산학협력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서 상용화하여 제품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은 창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신규창업자에 대한 지원 기반이 탄탄하여 굳이 기업과 연계하지 않아도 기술개발을 할 유인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창업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하는 목적과 유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경향이 높다. 교육제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은 학과 구분이 많지 않고, 학과 이동의 장벽이 높지 않으며, 기초 소양 교육이 탄탄하여 학제간 연구를 하기가 쉽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과 구분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고, 학과 이동에 따르는 비용이 높으며, 기초 소양 교육이 탄탄하지 않아서 학제간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


미디어랩을 비롯하여 비슷한 목적의 기술연구소 지원 사업은 학계뿐 아니라 산업 및 경제,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대학대로 기업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기업은 기업대로 저비용으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보통 사람들도 정말 대단한 일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인 건강과 부와 행복 또한 자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을 발전시킨다." 라는 MIT 미디어랩의 사명이 국내 미디어랩에도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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