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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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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한 해의 시작이니까,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 참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공 못한 사람들은 가을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에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따뜻한 음식을 더 찾게 되고, 매운 음식은 매운 음식대로, 단 음식은 단 음식대로 여름보다 더 맛있다. 가장 큰 고비는 뭐니뭐니해도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일찌감치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먹고, 명절이라고 먹고, 명절 끝난 다음에는 음식 치운다고 먹다보면 살은 모르는 새에 찌게 마련이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아니 늘어난 살만 봐도 한숨이 푹푹 나오고 당장 살을 빼야 한다는 결심이 서지만, 결국에는 이 달콤한 말 한 마디에 오늘도 먹고 내일도 또 먹는다. 오.늘.까.지.만.

 

사실 이 '오늘까지만 먹겠다'는 말도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내일부터는 운동을 꼬박꼬박해야지, TV는 몇 시까지만 봐야지, 오늘까지만 늦게 자고 내일은 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등등. 가끔은 남한테도 거짓말을 한다. 싫은데 좋다고,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거짓말. 싫어져서 헤어지는 건데 사랑하니까 헤어져야 한다는 희망고문. 이 정도 사소한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며 쉽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소한 거짓말을 수 천, 수 만 명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회사에서, 금융가에서, 정부에서....!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소한 거짓말이 낳는 엄청난 폐해에 관한 책이다. 최근 몇 년 간 경제학계의 대세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인간의 비합리성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경제학의 하위 분야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 중에서도 거짓말에 주목했다. 왜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경제학을 떠나 윤리학, 심리학에서도 궁금해할 법한 주제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와 결과를 비용편익분석, 퍼지요인 이론, 이익충돌 등 경제학적인 차원뿐 아니라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자기기만 등 심리학적 차원, 사회적 전염, 사회적 의존 등 사회학적 차원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같은 심리적 차원의 분석이 아주 재미있었다.

 

자아고갈은 쉽게 말해서 이런 현상이다. 대학 시절, 강의 초기에는 앉을 자리 없이 빽빽했던 강의실이 시험기간만 되면 텅텅 비었다. 교수님이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를 댄다. 왜 대학생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들은 유독 시험 기간에 많이 돌아가시는 걸까? (물론 강의를 듣는 대신 시험 공부를 하거나 쉬기 위한 거짓말이 분명하다. 그 중에는 진짜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 이유를 '자아고갈'이라고 분석했다. 자아고갈은 심리적 압박이 극도에 달해 도덕성이나 자기통제력이 고갈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평소 같으면 안 했을 거짓말도 쉽게 해버린다는 것이다.

 

자기신호화의 예로는 소위 말하는 '짝퉁'을 들 수 있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진짜 명품을 들고 있는 사람에 비해 짝퉁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가짜 명품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가짜, 즉 거짓말을 하도록 자기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기 쉽다는 설명이다. 하기야 거짓말을 한 번 하기가 어렵지, 한 번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하기는 쉬울 것이다. 가짜를 진짜인 양 들고 다니는 것도 거짓말이라면, 짝퉁을 들고다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 이해가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거짓말에 관해 분석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요즘 나오는 경제학 서적 중 대다수가 심리학과 접목하거나 도덕, 윤리에 관해 논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과 심리학에 베이스를 두면서 도덕, 윤리적 문제를 논했다는 점에서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 책인 것 같고, 특히나 금융위기와 각종 부정 사건으로 인해 재계, 금융계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아도 시의적절한 테마를 다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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