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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현재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핫'한 기업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애플이다. 애플은 산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가히 '세상을 바꾸었다'고 부를 수 있을만큼의 혁신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기술적인 혁신이다. 매킨토시에 이어 2000년대에 내놓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이른바 '아이(i)시리즈'는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자판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에서 쌍방향,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애플의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과 마케팅, 홍보 등 기업 스토리텔링에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최신 기술에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혁신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단연 타계한 전 CEO 스티브 잡스다. 그의 사망 소식은 기업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세계, 전계층에 걸쳐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식지 않았다.

 

그의 사망 이후 애플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예측도 끊이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워낙 카리스마 있는 CEO였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애플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애플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앞으로 몇 년 후, 길면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애플의 입지가 지금과 같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인사이드 애플>은 애플을 조직, 비즈니스, 경영 차원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제까지 애플을 IT기업의 측면에서, 또는 CEO 리더십의 측면에서 분석한 책은 많았지만 비즈니스, 경영 측면에서 분석한 책은 많지 않았다. 저널리스트나 학자들이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애플이 기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철저히 비공개에 붙이는, 이른바 '비밀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여러 측면에서 현대 경영학 이론과 다른 경쟁 기업들과는 다른 기업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알다시피 요즘은 투명경영, 권력분산, 정보공유 등이 유행이라면 유행인데, 애플은 앞서 말했듯이 기업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적어도 스티브 잡스 체제 하에서는) CEO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형태의 경영 전략을 보여왔다.

 

이렇게 대세를 거스르는 전략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나서 얻은 답은 역시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는 기업 내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조직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자신과 다른 의견은 전부 말살했다. 오죽하면 최측근은 물론 가장 말단에 있는 사원까지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What would Jobs do?)'를 끊임없이 되뇌이도록 세뇌시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스티브 잡스가 범인(凡人)이었다면, 최악의 경우 부정이나 재산 축재를 저지르는 리더였다면 이런 시스템이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가져다 주었겠지만, 다행히도 스티브 잡스는 트렌드에 대한 감각과 기술에 관한 집착은 가히 천재의 수준이었고, 일 외의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 덕분에 그러한 혁신과 성공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애플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도 역시 잡스다. 잡스처럼 최대 권력을 가진 CEO가 잡스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기업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권력을 악용해 기업내 소통을 막고, 부정을 방지하기는커녕 양산하게 되기 쉽다. 진시황이 그러했듯이 선대의 리더가 강력한만큼 후대의 리더가 부실해보이는 악영향도 있을 수 있다. 잡스가 만든 시스템을 잡스 없이도 잘 굴러갈 수 있게 체질 개선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진통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리스크를 과연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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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칭 '잡스빠'도 아니고, 아이(i)자가 들어간 물건은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제까지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관해 막연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애플은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감동적인 연설부터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 스티브잡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화법 등, 언제나 신선하고 혁명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점이 좋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이미지는 그저 수면위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에 불과하고, 그 속에 감춰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애플의 진짜 모습이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고 애플이라는 기업이 스스로 그려온대로 마냥 무지개빛인 것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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