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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읽은 경제학 책에 따르면,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는 바로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 경제심리학, 소비자심리학 같은 학문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워낙 유명해져서 새롭지도 않은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전의 몇 십 년에 걸쳐 경제학계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논쟁들이 대개 경제학과 수학, 통계학 등을 결합하는 경제학의 실증에 관한 내용, 또는 시장에서의 정부, 또는 제도의 역할 등을 다루는 규범적인 내용이었던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퍽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남으로써 '합리적 경제인' 이라는, 아담 스미스 시절부터 내려온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부터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이다. 1979년에 쓴 논문으로 행동경제학을 창시했고,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함으로써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워낙 '대세'인 분이다보니 여러 책을 통해 이 분의 이름과 이론에 대해서는 자주 접했지만 정작 저작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이제까지의 그의 연구를 총정리한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그의 글을 바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총 5부에 걸쳐 이제까지 그가 연구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내용은 많지만, 핵심은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반론'이다. 그 유명한 '뮐러리어의 도형'에서처럼(양쪽 끝에 화살표시가 붙은, 서로 길이가 다른 것 같으나 실제로는 같은 두 개의 평행선) 인간은 길이가 같은 선을 다르다고 인식하기도 하고, 인과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자아 고갈'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자아 고갈 현상은 포도당을 섭취하면 잠깐 동안이지만 약화되는데, 이로 인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밥을 먹기 전과 후의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식사 전후의 가석방 승인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p.67)

 

비합리성의 또다른 예로 '후광효과'를 들 수 있다. 후광효과는 첫인상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인터뷰나 면접을 할 때 서류 평가점수와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점수가 좋을 수록 인상도 좋고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평가사항을 정해놓고, 자신의 직관이나 인상은 무시하고 오로지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것이 평가의 정확성을 높인다고 했다. 이제까지 인터뷰, 면접이라는 것이 면접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그런 면접일수록 타당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회사나 조직에 손실이 될테니 기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피면접자인 경우가 많은 사람으로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연구는 바로 '경험 측정'이었다. 어떤 연구인지 짧게 설명해보자면, 60년을 평생 행복하게 산 사람과 65년 중 60년은 행복하게 살고 마지막 5년은 전보다 덜 행복하게 산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험 결과 많은 사람들이 전자라고 답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두 사람 다 60년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점에서 똑같다. 비록 마지막 5년을 전보다 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도, 그 기간 때문에 전체 인생을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가. 책만 해도, 앞의 200장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50장이 재미없었다면 우리는 보통 그 책을 '재미없다'고 말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앞의 200장을 읽은 즐거운 경험은 사라진다. 사랑이, 추억이, 인생이, 결국 마지막은 모두 비극으로 끝난다고 해서 그 시간 전체를 비극으로 기억한다면 너무 아깝고 아쉽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최근 학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경제학 뒤집기'인 것 같다.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도 그렇고, 최근에 나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 역시 도덕 철학의 입장에서 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경제학 이론 중에 허구적인 전제도 많고,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도 많기 때문이겠지만, 또 그만큼 경제학이 현대 사회와 다른 학문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인 것도 같다.

 

경제학을 배우고 있고,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고, 앞으로 후속 저작이나 다른 책들을 통해 더욱 깊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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