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배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학과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 수강하게 되는 과목이 '경제학 원론'이다. 그리고 경제학 원론 맨 첫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 바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워낙 유명한 개념이라서 경제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을 위해 쓴 교양 경제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교 때 모 교수님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도 너무 길다고 학기 내내 '비시수(非示手)'라고 줄여서 부르셨던 기억도 난다. 그 강의 성적은 어땠더라...) 

 

하지만 이 유명한 개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현재의 국내경제, 세계경제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80년대 신보수주의와 탈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공산주의 경제체제보다 낫다는 것이 자명해졌지만,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내부적 결함 -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상충관계 등 - 이 시장 중심 경제체제 자체에 대해 의혹을 품게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도대체 왜, 경제학의 'ㄱ'자도 모르는 경제학과 신입생도 아는 이개념이, 수많은 경제학 석학과 유수의 명문대 경제학과 졸업장을 거머쥔 엘리트들이 만든 현실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제대로 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시장의 배반> 표지에 적힌 문구 한 줄이 오랫동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한 달 전에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시장 기능을 신뢰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조차도 100퍼센트 자유방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미국, 영국 등 자유주의, 시장주의의 선봉에 있는 국가들조차도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의 경제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계획경제'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미국을 보면 전에는 일본, 이제는 중국에 밀려 죽어있는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살인적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외국인인 내 눈에도 여실히 비친다. 반세기 넘도록 세계 만방에 자유시장주의를 수출하기 위해 애써온 국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계와 정계의 주류는 시장에 더욱 자율성을 주고, 정부는 개입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배반>의 저자 존 캐서디는 이러한 모순에 착안하여 애덤 스미스부터 최근 2008년 금융 위기까지, 몇 백년에 걸쳐 경제학자들이 논쟁해온 경제이론을 경제사적으로 분석하고, 이 이론들을 유토피아 경제학, 현실 경제학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책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처럼 경제사와 현실 경제를 접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드물다. 경제사에 대한 책은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지기 쉬운데, 이 책은 경제 이론이 현실 경제와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되는지를 연결해서 서술했기 때문에 신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다 할 결론이 없이 마무리된 점은 아쉬웠다. 시장이 너무 방만해지면 적절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주의자들도 동의하는 사항이다. 정부 개입이 지나친 것 또한 문제라는 주장은 시장주의자들이 수없이 반복한 주장이다. 결국 이 이상의 해결책은 결국 없는 것일까? 경제학은 시장과 국가, 자유방임주의와 계획경제의 줄다리기에 불과한 것일까?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장 현실 경제는 물론, 앞으로 경제학 전체의 미래도 불투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 시장이 문제면 정부가, 정부가 문제면 시장이 나서는 미봉책뿐인 경제학. 이것이야말로 경제와 경제학의 진짜 '보이지 않는' 위기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