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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몰락 -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40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남우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수익률이 높다. 단기 수익률로 보면 단연 주식이 더 낫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만한 투자 대상은 없다. 저축보다 나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투자의 진입장벽(?)이 낮다. 주식은 웬만큼 전문 지식을 쌓고 많은 시간을 들이는 사람도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다. 반면 부동산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나 동네 부동산 등에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용어나 절차 등이 많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 ㅡ 한국사회의 시스템(?)상 정치, 경제적 유력 인사들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의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한 몫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의 매력은 앞으로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하루를 멀다하고 집값 하락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지만, 거품이 슬슬 빠지는 것인지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두고봐야 안다. 아파트는 몰라도, 범위를 넓혀서 부동산 전체로 보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낙관적이다. 요즘 트렌드만 봐도 그렇다. 이제까지 아파트 투자에 골몰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고시촌 등 임대 사업으로 이동 중이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는 금방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이사만 몇 번 해보면, 나처럼 부동산 투자 경험도 없고 지식도 일절 없는 사람도 이만한 '썰'을 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아파트의 몰락> 이런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이런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당연한 얘기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이 있을 것이며, 행여 아파트값 거품이 꺼지면 이들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겪을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나라 인구는 2011년~2018년 35만여 명이 늘어나 정점을 이루고, 앞으로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20년간의 인구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늘어나는 인구도 35만 명(1퍼센트)이고 2030년까지 감소되는 인구도 35만 명(1퍼센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향후 20년간 인구는 정체 상태일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세대인 35세~54세 인구는 2011년부터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pp.156-7)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은 부동산, 아파트 투자에 빠삭한 투자자들이 아니다. 어디서 들은 소문, 주변 사람이나 중개인의 권유, 또는 부동산 불패 신화만 믿고 거액의 부채를 져가며 실수요와도 맞지 않는 고가의 대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경제 원리, 인구학, 정부 정책, 일본 사례 등 다양한 근거를 들며 부동산 불패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저자뿐만 아니라 현재 부동산 전문가 다수가 무분별한 투자를 멈추고 자신의 재정 상태에 맞는 실용적인 투자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가끔 부모님과 케이블 부동산 채널을 시청하는데, 투자 상담 사례를 보다보면 거액의 부채를 지면서까지 몇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뢰인들이 꽤 많다. 그 때마다 전문가들은 한 채만 남기고 하루라도 빨리 다른 부동산은 처분하라고 조언한다. 필요한 것, 제 형편에 맞는 것만 산다. 이 간단하고 기초적인 구매 원칙은 부동산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하루 아침에 종잇조각이 될 걱정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만약 부모님이 부동산에 전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거기에 거액의 부채까지 있다면 자식들이 떠안게 될 부담이 얼마나 크겠는가. 부동산도 자산이고, 투자 대상이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GDP에서 건설투자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09년 16.4퍼센트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건설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석 해법이다. 국내 노동인구 가운데 실제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창호나 커튼, 가구, 인테리어 등 건설과 연관된 직업을 가진 사람 수를 모두 따져보면 노동인구 중에서 4분의 1이나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주택건설을 중단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가운데 4분의 1을 실업자로 만드는 것과 같은 얘기가 된다. (p.173)
투자 대상으로서 아파트의 가치가 폭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얘기다. 아파트의 가치가 폭락하면 이제까지처럼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드는 풍조도 사라질 것이다. 일본이 그렇고, 현재 주택청약 관련 상품의 인기가 뚝 떨어진 것만 봐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 소비와 투자 방법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아파트를 굳이 자가 보유하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다) 수입 중 대부분이 집세로 빠질 것이다. 이는 지금 대출금 등이 빠지는 금액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문제는 투자 방법인데, 앞으로는 아파트가 아닌 어떤 대상에 투자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까지 제시해주었다면 이 책이 더욱 빛났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