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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각 생산요소(노동, 자본 등)의 보수를 이른바 '한계생산력'(각각의 생산요소가 생산물 또는 서비스에 미치는 특정한 기여분에 적용되는 용어)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는 현대 성장과 혁신 연구를 통해서 "우리의 한계생산물은 우리 자신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 낸다. 
 

바로 오늘날 누구나 (생산요소로서) 기여할 능력이 있는 것은 오래고 오랜 역사적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의미이다. 즉 지금 보유한 노동과 축적의 열매는 "거의 전적으로, 빈곤한 석기시대부터 21세기 풍요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누려 온 학습의 누적적 과정 덕택이다." 따라서 애컬로프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생활수준은" 확실히 과거에 "빚진" 것이다. (pp.46-7)
 
   


 

이 책의 서문은 제법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에서 최고 부자 중의 한사람인 워런 버핏의 자산 가치는 600억 달러가 넘는다. 그가 이 돈을 모두 가질 '자격'이 있는가?"(p.13)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둘 다 세계 1,2위의 갑부이지만,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제조업체'의 창업자로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반면 워런 버핏은 그저 투자를 하여 번 재산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독식 비판>의 저자들은 워런 버핏을 비롯한 자산가들에게 분배된 부가 과연 '온전히' 그들의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의 지식과 기술은 전 인류가 이룩한 발전의 산물이자 우리 자신의 노력을 하나도 거치지 않은 채 얻어진
'불로소득' 내지는 '공짜점심' 이기 때문에 이를 소수의 자산가가 독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을지라도 그 옷 마저 내놓고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과연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 교육제도, 법률, 경제 체제, 언론, 과학 기술, 의료 등 - 중에 내 몫은, 내가 만들어낸 가치는 얼마나 되는 걸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만약 당신이 개인을 사회에 떼어 내 분리시킨 뒤, 그에게 섬이나 대륙을 줘서 소유하도록 하면...... 그 스스로가 재산을 개인적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는 부자가 될 수도 없다. 모든 경우에 수단과 목적은 너무나도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목적도 얻어질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손으로 생산한 것을 초과한 개인의 재산 축적물은 바로 그가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의, 은총, 문명이라는 모든 원리 덕분에 일부의 축적물을 채무로서 갖게 되는데, 그것은 다시 원래대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토머스 페인의 주장 p.122)  
   



 

토머스 페인의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읽다가 얼마전 서점에서 읽은 책 내용이 생각났다. 국내의 모 기업가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가 외국에서 유학을 하며 골프를 배우고 차를 수집했던 일에 대한 대목을 읽다가 잘 생각해보니 그 시기가 딱 우리 국민들이 한국전쟁을 겪고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모로부터 상속된 부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국내의 값싼 노동력과 유능한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국민들이 피를 흘려가며 이룩한 민주화마저 그 자신은 외국에서 구경이나 하는 동안 거저 얻어진 것이라니. 과연 그를 토머스 페인의 주장대로 사회로부터 떼어 어느 곳에 격리하여 놓았다고 해도 그가 지금의 성공과 부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 기업가가 가진 부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에 살고, 주류 경제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이 책의 주장이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다. 축적되고 발전되어온 지식과 기술에 비해 현대인들이 기여한 부분이 작기 때문에 현재의 분배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현대인들이 기여한 부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의 기여분을 완벽하게 측정할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대안적인 분배 시스템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점점 극심해지는 양극화 현상과 빈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배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고, 과세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정도의 대안은 제시되어 있다. 경제학적인 논의는 언제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고, 대안의 결함을 발견하고,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이 책은 경제학 이론과 사상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생산과 소비는 몰라도 분배 문제에 있어서는 양극화라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책의 논의와 지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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