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아프기로 했다 - 모든 것에 지쳐버린 나 데리고 사는 법
김영아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쓴 치유심리학자 김영아는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태어나자마자 안면기형 판정을 받고 마흔이 넘어 코 재건 수술을 받기까지 얼굴에는 코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밋밋한 얼굴의 한가운데에는 두 개의 콧구멍뿐이었다. 열두 살에는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여덟 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기적처럼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든 생각은 '내가 왜 살았을까?'였다. 그렇게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살아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가난과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심리학을 공부해 치유심리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만난 내담자들의 사례, 화제가 되었던 사건, 필요에 따라서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중심에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작가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 이론이 있다. 빅터 프랭클에 따르면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삶을 택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런 존재여야만 한다.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순간 죽음을 택하고 싶어지겠지만 그때마다 삶의 이유를 찾고 결국엔 삶을 택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 빅터 프랭클의 지론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오랜 불경기와 갈수록 적어지는 일자리로 인해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취업,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다양한 감정들을 짚어본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청년들, 인생의 실패를 부모나 선생, 친구나 연인 등의 탓으로 돌리는 청년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나만 아프다는 생각, 계속 그 아픔을 끌어안고 몰입하는 감정이 우울증으로 연결되고 큰 질병으로 발전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저자는 우울감이 심한 나머지 사람 만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말한다. 무작정 타인과 어울리는 것은 우울감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문제는 고립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다. 어쩌면 외로움에 몰입하고 외로움과 동행하는 것이야말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어설프게 외로운 것보다는 바닥끝까지 외로운 감정을 느껴보는 편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뜻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