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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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13년 차 라디오 작가 박애희의 에세이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읽는 내내 떠올린 생각이다. ​ 


저자의 어머니는 매일 같은 시각,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저자의 오프닝을 듣고 문자를 보내줬다. 어쩌다 DJ가 외롭다고 말하면 '딸 외로워?'라고 물었다. 저자가 그동안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원고에 담으면 '딸, 엄마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그렇게 평생 라디오를 통해 엄마한테 편지를 보내면 어김없이 답장이 돌아오는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엄마가 세상을 떠나버렸다. 방송 일을 시작한 지 13년째 되던 해 겨울이었다. ​ 


갑작스러운 이별은 저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었고, 멍하게 있다가 보이스 피싱에 걸려들 뻔한 적도 있었다. 엄마 생각을 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유난히 힘든 삶을 사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결혼해 세 자녀를 얻었다. 술 좋아하는 남편 대신 고된 식당 일을 하며 식구들을 건사했다. 세 자녀를 출가시키고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겠다 싶을 때 난데없이 큰 병이 발견되었다.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은 준비한다고 그 아픔이 덜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 


저자는 휴대폰에서 엄마의 번호를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가끔 못 견디게 문자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아직도 힘들 때면 엄마 생각이 제일 먼저 나서 말이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날이 내게도 올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남은 날을 모두 엄마에게 바쳐도, 엄마가 내게 바친 날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차오른다. 나에게 잘해줬든 못해줬든 간에 나를 배에 품어주고 세상에 낳아준 유일한 존재인 엄마. 그런 엄마에게 오늘은 안부 인사 내지는 문자라도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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