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약간의 변화
김래현 지음 / 유어마인드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항상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닌다. 머리를 길게 풀고 다니자니 머릿결이 좋지 않은 데다가 손질도 잘 못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자니 짧은 머리는 짧은 머리대로 관리하는 데 품이 들어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고 다닌다. 다른 헤어스타일은 웬만해선 시도조차 안 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김래현의 장편 데뷔작 <아주 약간의 변화>는 주인공이 일 년 동안 짧은 머리를 기르면서 보내는 일상을 그린다. 주인공은 가족의 품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 중인 프리랜서다. 오랫동안 짧은 단발머리를 고수했던 주인공은 어느 날 머리카락이 제법 길게 자란 걸 보고 미용실 예약을 하려다 조금 더 길러보기로 마음을 바꾼다. 짧은 머리 묶기, 단발 디스코 머리 묶기, 단발 반묶음 묶기, 옆머리 포인트 양갈래 땋기, 머리끈 없이 머리 묶기 등 다양한 머리 묶기 방법을 에피소드마다 하나씩 선보인다. 헤어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저자의 일상과 관계도 조금씩 바뀐다. 


주인공은 말한다. 머리카락을 정성 들여 묶을 때마다 나를 아주 소중히 돌보는 느낌이 든다고. 머리카락을 묶을 때만이 아니다. 몸을 씻을 때, 보디로션을 바를 때, 손톱 정리를 할 때, 마스크팩을 할 때,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을 때, 새 신발을 고를 때, 우리는 조금 더 우리 자신을 돌보게 되고 우리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사회의 관습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보다 정성스럽게 돌보기 위한 단장은 즐겁다. 오늘은 늘 하는 대로 머리를 질끈 묶는 대신, 이 책에 나와있는 머리 묶는 방법 중 하나를 시도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