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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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기를 바랐건만 내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믿고 읽는 김명남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기고 신형철 평론가가 드물게 칭찬한 책인데도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책보다는 저자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생애에 눈길이 갔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1962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1987년 소설가로 데뷔해 1996년 장편소설 <무한한 재미>로 큰 주목을 받았다. <타임>은 이 소설을 '20세기 100대 걸작 영어 소설' 중 하나로 선정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명성을 얻었는데도 월리스 자신은 행복하지 않았다. 월리스는 십 대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고, 술, 마리화나, 텔레비전, 섹스, 설탕 중독에 시달렸다. 스무 살 이후부터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으며 끝내 2008년 4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작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가 남긴 책은 2.5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소설집, 3권의 산문집이 전부다. 월리스와 더불어 현대 미국 문학을 견인하는 순문학 작가로 추앙받는 조너선 프랜즌이 여전히 활발하게 집필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월리스가 남긴 3권의 산문집에 실린 총 32편의 글 중 9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표제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저자가 <하퍼스>의 의뢰를 받아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한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 특유의 냉소 어린 장광설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며 전체 길이가 150쪽을 넘는다(거의 책 한 권 분량이다). 이어서 카프카, 미국 영어 어법, 랍스터, 도스토옙스키, 페더러 등에 대해 쓴 길거나 짧은 글이 나온다. 문학에 조예가 깊고 영어를 몹시 잘하면 모를까, 이도 저도 아닌 나로서는 글에서 재미를 느끼기가 퍽 힘들었다. 다만 이만한 필력을 지닌 작가가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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