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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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만 않다면 북유럽에서 살고 싶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무민의 고향 핀란드도 좋겠고, 복지 혜택이 좋다는 스웨덴도 좋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부스의 책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 따르면, 북유럽이 여느 나라들에 비해 복지 혜택이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건 맞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천국'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을 아우르는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10년 넘게 살면서 경험하거나 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나라들은 저자가 나고 자란 영국에 비하면 복지 혜택도 훨씬 좋고 자연환경도 훨씬 뛰어나다. 덴마크 사람들은 애국심이 대단하고, 핀란드 사람들은 교육열이 매우 높으며,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노르웨이 사람들은 부유하고, 스웨덴 사람들은 근면하고 성실하다. 노르웨이가 '북유럽의 두바이'라고 불릴 만큼 부유한 것은 1961년부터 북해유전을 개발한 덕분이다. 그전까지 노르웨이를 은근히 무시하고 비하했던 스웨덴, 덴마크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는 지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5개국이 최근 들어서는 영 신통치가 않다. 정치적으로는 외국인, 이민자, 이슬람교 신자, 성소수자, 여성을 차별하는 극우파가 득세하고,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복지 혜택이 줄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5개국 또한 한국,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서로 침략하고 침략당한 역사가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사이에도 분쟁이나 갈등이 있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조롱하거나 비하하고, 서로 대놓고 또는 은근히 견주고 시기한다. 


띠지에 적힌 '미친 듯이 웃긴다. 큰 소리로 웃었다. 엄청나게 웃긴다.'라는 문구에는 속은 느낌이 들지만('미친 듯이' 웃기지는 않았다. '큰 소리로' 웃은 적도 없다. '엄청나게' 웃기길 바랐건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북유럽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깨고 보다 냉철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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