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놀이 -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 반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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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깔끔 콤플렉스는 체면 콤플렉스와 통한다. 청소 중독증은 여자를 길들이는 아주 고약한 수법이다. 단언하건대, 남자들이 청소를 직접 해야 했다면 끊임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털고 광내는 청소를 매일매일의 의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략) 틈만 나면 바닥을 걸레로 훔치는 강박증 대신, 어떻게 어질러져도 괜찮아 보일까를 고심해보자. (58)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이자 전 국회의원인 김진애가 쓴 책이다. 건축가가 쓴 집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설계가 어떻고 구조가 어떻고... 이런 난해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솔직 담백하고 시원시원한 말투 그대로 집과 관련된 경험과 집에 관한 생각을 풀어놓은 생활 밀착형 에세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집을 인테리어의 대상이나 부동산으로 보지 말고 삶의 터전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힘들게 돈 벌어서 어렵게 집 구해 놓고, 막상 그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면 무슨 재민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실컷 책을 사들여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서재를 꾸며보기도 하자.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을 홈시어터로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친구들이 마음 편히 놀다 갈 만한 장소로 인테리어를 바꿔보자. (자가 소유라면) 집값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집을 무대로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익이다. '사는[買] 사람'이 아니라 '사는(住) 사람'을 위한 집을 만들어 보자. 


아울러 저자는 우리네 집이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예부터 이 나라에선 부엌을 비롯한 살림 공간을 여성 전용의, 남성은 들어가선 안 되는 공간으로 규정해왔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음식을 만드는 조리대,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 빨래를 하고 말리는 세탁기와 건조대 등은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규격화되어 있다. 스스로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남성들을 위해 우리네 집을 남성 친화적인 집으로 바꿔야 한다. 합리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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