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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ㅣ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평점 :
주인공 발랑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호기심이 많고,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을 지키는 듯하지만 어느새 탱탱볼처럼 저만치 튀어나가는 여느 아이들이나 다름없다.
순수하고 다소 고지식한 발랑탱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소년의 모험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발랑탱은 자폐아입니다’라는 전제가 있다면, 이 책은 아주 다르게 읽힐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장애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을 테고, 아이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하게 되겠지만, 어쩌면 장애에 대한 편견은 차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른다. 조금만 다르면 겁을 내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을 먼저 심어 주는 것이 자칫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이야기 어느 곳에서도 장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이야기라는 것을 제목부터 언급함으로써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알려주고 그들을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독자들이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주인공이 어떤 아이인지, 장애를 가졌는지 밝히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한 발 한 발 주인공과 함께 걸으며 외톨이인 자폐아가 혼자 세상에 나가 겪는 하루 동안의 경험과 생각, 혼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반응을 세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를 통해 작가는 장애아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편견없이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책 표지 디자인이 참 예쁜 것 같다.
책 속 주인공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물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하고, 장애, 차이, 존중, 배려를 담고 있다.
가끔 이런 내용의 책을 읽다 보면, 어김없이 난... 주인공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거 같다.
참.. 존경스러운 부모님!!
정말 내 상황이라면.. 난.. 그렇게까지 헌신적일 수 있을까?
부모란.. 자식에게 얼마나 헌신적일 수 있는 걸까? 얼마나 사랑해야 희생할 수 있는 걸까?라는..
책은... 표지만큼이나 본문 그림도 사랑스럽고, 내용도 정말 사랑스럽다...
그림도 있긴 하지만, 그림이 없더라도 장면이 그려지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재미와 교훈, 그리고 감동도 있는 그런 책!!!
생김새나 생각, 행동 방식 등이 다르다는 것, 더구나 장애로 인한 다름은 삶을 쉽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모두 주위의 이해와 사랑, 노력의 부족 때문이다. 작가의 지인 중에 중증 장애를 가진 어린 아들을 둔 가정이 있어서 몇 년 동안 관심 있게 지켜 볼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작가의 바람처럼..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모님의 바람처럼..
사랑과 이해의 힘이 필요한 것 같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 어떤 도움이 그들의 자리를 찾게 해 줄 수 있는지..
다르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가지는대신 그들을 조금은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우리 딸들도 가져줬으면 좋겠다.
@ 목차
8:20
8:23
8:32
8:55
11:10
1:30
3:00
4:10
5:30
하지만!
작가의 말
선생님과 읽어요
@ 책 속에서
-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하루 보내라."
엄마는 아침마다 왼손으로는 내 어깨에서 살짝 흘러내린 가방끈을 올려 주고, 오른손으로는 내 정수리에 뻗치는 머리카락을 가라앉히려고 쓱쓱 쓰다듬어요.
"길 건널 때 조심하고. 특히 길에서 뛰면 안 된다!"
이어서 엄마는 왼쪽 뺨부터 시작해 양쪽 뺨을 번갈아 가며 한 번, 두 번, 세 번, 뽀뽀를 해 줘요.
- 골목을 끝까지 가려면 백여든아홉 걸음을 걸어야 해요. 우선 옆집까지 세어 보면 서른일곱 걸음이고, 정원이 큰 페로 아저씨 집까지는 일흔두 걸음이에요. 그리고 여든 걸음째 길모퉁이에 있는 소제르 아줌마 집 대문에 다다라요.
소제르 아줌마는 나이가 꽤 많아요. 우리 엄마보다 훨씬 많거나 우리 할머니와 비슷할 거예요. 어떻게 아줌마 혼자서 저렿게 큰 집을 청소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
왜냐하면 아빠가 항상 예의 발라야 한다고, 그게 중요하다고 말하거든요.
- 나는 호기심이 많아요. 사실이에요. 이게 단점이라고들 해요. 하지만 어쩔 ㅅ 없어요. 원래 이런 걸요. 게다가 나는 고칠 마음이 없어요. 도랑에 있는 작은 물건이 눈에 들어왔을 때, 비옷을 입은 아줌마가 떨어뜨렸다는 걸 곧장 알아챘어요.
~
나는 몇 초 동안 꿈쩍하지 않아요. 겉으로는 침착해 보여도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요란하게 부딪쳐요.
- 지갑이에요. 신분증, 사진이나 신용 카드를 넣는 칸과 동전을 담는 지퍼 달린 칸이 있고 옆으로 열면 지폐를 넣을 수 있는 칸도 있는 검은색 지갑이에요. 지갑은 두껍고, 두툼하고, 터질 듯이 가득 차 보여요. 나는 이걸 소중하게 다루어요.
엄마가 종종 말했어요.
"남의 물건에 손대면 안 된다."
엄마는 그게 누구든 자기 가방을 여는 것을 싫어해요. 나는 엄마 말이 틀림없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내가 이 지갑을 집는다면 그건 도둑질이 되겠지요?
- 등교하지 않은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겁이 나요. 내가 아빠의 믿음을 저버린 걸까요? 아빠가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오늘 아침에 나는 마치 중세의 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물론 나는 갑옷을 입지 않았어요. 그저 가방만 맸을 뿐이에요. 하지만 나의 임무는 기사와 닮았어요. 왜냐하면 소중한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아줌마를 찾아야 하잖아요.
- "얘, 넌 학교에 안 다니냐?"
나는 소스라쳣어요. 눈이 따끔거려요.
이제껏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크고, 뚱뚱하고, 거인 같은 아저씨가 내 앞에 떡하니 서 있지 뭐예요. 케다가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서 와락 무서운 기분이 들어요.
아빠가 자주 그랬어요.
"절대로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
아빠의 말은 대게 맞아요.
- 아멜리 누나와 나는 큰길까지 왔어요. 우리 학교가 있는 길이지요. 언덕배기에 서니 차들이 많이 보여요. 경찰차도 있어요. 회전 경보등이 보이거든요. 나는 뛰어가고 싶지만 참아요.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아요. 도둑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오늘 나는 이 길을 달릴만큼 달렸어요. 그래서 아멜리 누나와 학교 근처까지 조용히 걸어가요. 길과 교문 앞에 경찰들이 많이 있어요. 나는 오전 내내 경찰서를 찾아 헤맸는데 말이에요. 이것 참....
- "발랑탱이 일부러 학교를 빠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학교에 와서 어떻게 지갑을 가지게 된 건지 말했어야 하지요.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이 아이의 말을 순순히 믿어 주셨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교장 선생님이 펜을 빙빙 돌려요.
"교장 선생님에게는 아이를 강제로 전학시킬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발랑탱은 학교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특별한 아이인 것은 저희도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반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숫자나 셈에서는 다른 아이들을 넘어서지요. 게다기 이 아이의 정직함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듣지 않아요. 나와 상관없어요. 나는 특별해요. 그래서요? 어쩌면 나와 다른 아이는 나보다 더 결정을 잘 내릴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아무튼 상관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해요. 지갑을 잃어버린 소피 르모니에 아줌마 덕분에 아멜리 누나를 만났다는 거예요.
지금 누나는 내 친구예요. 나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