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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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1994)에 실린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남은 9편은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으로, 가부장제와 이성중심 등 전통적 사회질서와 사상 등에 담긴 편견과 위선 그리고 그 편견과 사상에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60년대 유럽,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하고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여성들의 일상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모두 부러워하는 가정을 꾸리던 한 주부가 강요되는 역할들 속에서 점차 무력을 느끼고, 혼자만의 공간을 절실히 찾는 모습을 그린다. 한 여성이 실연으로 미쳐버린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심장을 건네는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의 정부였다는 것을 깨닫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을 다룬 '남자와 남자 사이'를 비롯한 11편의 단편을 모았다.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것처럼 이 단편들은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가감 없이 묘사하여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싱의 작품들은 전통과 권위에 억압받아 개인의 자유를 잃어버린 여성이 얼마나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레싱의 소설에서 모호한 세계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이다. 아마도 레싱은 이른바 ‘여성적인 것’으로 폄하되던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감성이 실은 여성, 혹은 감성적인 남성(〈영국 대 영국〉의 찰리)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본 듯하다. 그들은 고독을 느낄 수 있고 자아를 마주할 수 있으며, 내면의 적(敵)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즉, 레싱은 그동안 불완전하다고 무시되었던 비이성, 비합리, 감성,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가 현실세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법일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다다른 사람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해설을 참고해 기재하자면.. 이 책을 아우르는 이 글의 부제는 '성, 자유, 그리고 불안'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성에 대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행복하기보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의 그레이엄 스펜스는 성공한 작가가 되지 못하고 비평가로 일하는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처지를, 성공한 무대디자이너 바버라 콜스와의 인터뷰 기회를 이용하여 동침을 강행함을써 보상받으려 한다. 반면 자신의 실패를 성공한 여자와의 성행위로 보상받으려는 남자에 대해, 일에 전념하는 여자인 바버라 콜스는 성행위 따위는 빨리 해줘버리고, 그다음 날 할일을 위해 일찍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레싱은 이처럼 바버라 콜스를 성보다는 일을 더 중요시하는 여자로 설정해 남녀관계와 성, 일에 대한 기존 관념을 전복시키고 있다.


'19호실로 가다'에서는 남편 매슈의 ㅂ람은 수전이 방황하고 자살까지 이르도록 하는데 일조하는데, 이는 '성의 자유'는 결호닝라는 제도를 위협하고 여성의 본질이라고 간두되던 모성에 대해서도 제고하도록 한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처럼 자신의 일도 버린 채 가정을 가꾸고 아이들의 교육에 온 힘을 쏟다 보면, 여성은 어느새 자신의 정체성까지 잃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는 희생을 감수하며 완벽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는 남편에 대한 경제적 의존뿐이다.


본문 시작 전 서문 페이지에서 각 단편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설명해 주어서, 책에 조금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울러 본문에 이어 작품 해설 페이지와 작가의 일대기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이 분의 작품을 이제라도 접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19호실로 가다'를 읽으며, 마치...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놀라곤 했다.

내면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해서 마치 내 마음 속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분명 그만큼... 번역도 수준급이라는 반증인지도...

특이한 건... 19호실로 가다가... 이 책의 마지막 단편으로 실린 것이다.. 보통은 맨 앞.. 아니면 중간에 실리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무튼..

2007년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레싱은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제1,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성(性)의 전쟁, 붕괴되는 결혼제도, 가정,모성, 계급사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의 사회, 정치, 문화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가장 장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만큼.. 미처 접하지 못했던 작품을...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최소한의 의무와 바람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19호실에 가다'가 제일 인상깊었다... 다만, 표지 디자인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관심을 끌기엔 살짝 아쉬운 듯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행이겠지만...




@ 목차


서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옥상 위의 여자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
19호실로 가다

작품 해설: 도리스 레싱의 1960년대 단편소설(민경숙)
도리스 레싱 연보




@ 책 속에서



-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몇 년 전 바버라 콜스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순전히 누군가가 "저 여자가 존슨의 세 여자야."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고, 몸매는 호리호리하지 않고 풍성했다. 하지만 얼굴 생김새는 그럭저럭 예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

그는 결혼생활 20년째였다. 처음에는 폭풍처럼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었다. 헤어짐, 배신, 그리고 달콤한 화해로 가득했다. 적어도 10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마음과 오감으로 그토록 많은 놀라운 일들을 겪으며 살아낸 이 결혼생활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어떤 청년이 바버라 콜스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는 그녀와 위대한 사랑을 했다고 주장했다.

~

"친애하는 바버라, 아직 두 시간이 남았어요. 술을 한두 잔 더 마신 다음에 내가 당신에게 두어 개쯤 질문을 던질 겁니다. 그러고 나서 스튜디오로 가서 방송을 마치면 돼요. 그 다음에는 편안하게 저녁을 먹읍시다."

~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아까 극장에 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까 했던 얘기를 다시 해봐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젠장, 이제 저 여자가 성실하고 지적인 여자처럼 굴겠지.'

그는 바버라의 맞은편에 놓인 작은 의자를 들고, 커피 탁자를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의자에 앉아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바바라 양, 날 그렇게 너무 빨리 보내려고 하지 말아요. 부탁이오." 문제는 저녁 내내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가 지금 이런 어조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뜬금없다는 점이었다.

~

이렇게 시작된 일은, 그가 나중에 생각해 보았을 때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일이 되었따. 그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를 그녀에게 돌렸다.

~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에 드러난 경멸과 피로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제 다시 그녀에 대한 증오심이 엄청나게 커져서, 그녀를 원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과 비슷해진 탓이었다.

~

그레이엄은 무대 인부들 옆을 지나갔다. 그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틀림없었다. 그때 마침내 바버라에게 말하는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였다. "이건 아니야, 뱁스. 당신이 저런 색조의 파란색을 사랑하는 건 알지만, 한번 더 자세히 봐, 그래. 착하자...'

그레이엄은 무대에서 나와 사무실 앞을 지나갔다.

~

그레이엄은 택시를 잡으러 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뭔가 그럴듯한 핑계를 생각해낸 뒤에 집에 전화를 걸어야겠어."

~

다행히 그날 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있었다. 신작 소설을 발표한 젊은 남자를 저녁에 인터뷰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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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빨간 로타의 비밀 4 - 끝내주는 취미가 필요해! 볼 빨간 로타의 비밀 4
알리스 판터뮐러 지음, 다니엘라 콜 그림, 한윤진 옮김 / 제제의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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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사 이력을 가진 알리스 판타뮐러의 글과 재치 넘치는 그림을 그리는 다니엘라 콜의 일러스트가 만난<볼 빨간 로타의 비밀> 시리즈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독일 내에서 아동 도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은 책으로 <볼 빨간 로타의 비밀>시리즈를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독일에서 250만 부수가 판매되었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으며, 각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도 <볼 빨간 로타의 비밀> 시리즈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베스트팔렌 뉴스>에서는 “로타의 삶은 재난으로 가득 차 있다. 재난 속에서 알리스 판타뮐러의 재치가 반짝이며 다니엘라 콜의 삽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책에 빨려 들어간다.”고 극찬했다. 또 독일 아동문학 아카데미 및 뮌헨 국제 청소년 도서 아동 부문에 이 책이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독일 대표 주간 잡지<슈피겔>에서도 어린이 도서 부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독일 내 유명 영화사에 영화 판권이 팔려 제작 중에 있는 만큼 작품성과 재미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췄다는 점은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일기장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학교 숙제로 제출하는 일기가 아니라 로타 스스로 하루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그림과 함께 가득 담고 있다. 로타의 솔직한 속마음이 그대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또래 아이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며 로타는 어른의 시선에 맞춰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하루 일과에서 교훈을 얻어 내려 하지 않는다. 사고를 치면 사고를 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 내고,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부족한 점 많고 실수투성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볼 빨간 다혈질의 초등학교 5학년 악동 소녀!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신도 이 작은 소녀의 당당한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열두 살 소녀 로타는 홈쇼핑에 중독된 엄마, 집에선 제발 조용히 쉬고 싶은 고등학교 선생님 아빠, 매일 광선 검을 쏘아 대며 난리법석인 쌍둥이 남동생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거북이 헤스터스와 살고 있다. 로타에겐 유치원 때부터 죽이 척척 맞는, 악동 기질 다분한 친구 샤이엔도 있다. 에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소녀 아냐? 과연 그럴까?

 
로타가 솔직하게 쓴 로타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면 로타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소녀라는 걸 알 수 있다. 로타는 남들 좋아하는 걸 그대로 따라 좋아하지 않고 남들 선망하는 걸 그대로 선망하지 않는다. 가끔은 두 남동생을 잘 돌볼 만큼 착한 아이일 때도 있다. 쌍둥이가 광선 검으로 코를 찌르고 레이저 총으로 머리를 때려도 봐주며 놀기도 하니까. 하지만 로타는 오늘도 쌍둥이 남동생들을 자기 방에 들이는 걸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며 통쾌한 복수를 꿈꾼다. 그렇다. 로타는 아웃사이더 기질 다분하고 볼이 빨개지도록 울퉁붕퉁 버럭 화를 내기도 하는 다혈질에 절친 샤이엔과도 툭하면 부딪히지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춘기 소녀다. 이 소녀가 바로 우리의 볼 빨간 로타다.

 
볼 빨간 로타는 소리 소문 없이 바로 독일의 250만 독자를 사로잡았다. 또한 로타의 매력은 만국 공통이라 전 세계 27개국에 출간되었고, 독일의 대표 주간 잡지 <슈피겔>에 어린이 도서 부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이미 이 책 시리즈의 1,2권을 봤던 딸들이라 이 책도 재밌게 봤다. 각 권마다 표지 그림과 색상이 달라서, 모아서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너무나 예쁘다. 아마 그래서 시리즈를 소장하게 되나보다.

특히나 각 권마다 스토리가 너무나 재밌고, 중간중간 들어간 그림들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일기 형식은 책들은.. 도크 다이어리도 그랬듯이.. 언제 읽어도 재밌다는 거다. 가볍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일기를 써 놓으면... 나중에 커서 다시 읽어도.. 읽는 재미가 있을 듯 싶은데... 아직 우리 딸들의 일기엔.. 그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로타의 일기처럼.. 그다지.. 아기자기 재밌지도 않긴 하지만..

무튼..

이 시리즈의 책을 접할 때마다.. 우리 딸들의 일기도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중간에 빠진 권들.. 그리고 나머지.. 책들도 곧 구입해놔야 할 듯 싶다.




@ 책 속에서


- 4월 30일 월요일


오늘은 학교에 안 가도 돼! 이유를 알려 줄까? 수두에 걸렸거든!

우아, 수두는 정말 최고로 멋진 병이야.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집에서 쉴 수 있으니까.

단지 가려운 거만 빼면 말이지. 그건 정말 끔찍해.

~

야콥은 수포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퍼진거라고 했어. 시몬은 이건 수포가 아니라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가래톳 페스트라 했고.




- 5월 2일 수요일


드디어 끔찍한 수두가 전부 사라졌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거야!

쉬는 시간에 학교 운동장에서 파울을 만났지.

샤이엔, 파울, 나 이렇게 우리 셋은 함께 야생 토끼 클럽을 결성했거든.

파울네 집에는 진짜 멋진 트리하우스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아지트야.

~

당연히 어린 양 클럽도 곧바로 피겨 스케이팅 대열에 동참했어. 얼마 전 멤보가 된 엠마도 동참했고 한나랑 리브 레테도 동참했어.

~

뭐, 어쨌든 아이디어는 꽤 괜찮던 걸!

피겨 스케이팅 말이야. 생각해 봐!

한겨울에 꽁꽁 언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거야. 완전 멋지잖아.




- 5월 12일 토요일


야호! 오늘이 바로 영화 출연진을 돕는 날이야!

너무 긴장해서 아침을 거의 한 숟가락도 먹지 못했어.

게다가 멍청한 남동생들이 또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소리만 하더라고. 내가 따로 분장할 필요도 없이 바로 좀비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거라나. 뭐 그런 얘기였지.

~

내 눈에 틸 테턴보튼은 정말 평범해 보였어. 짧은 머리카락에 젤을 발랐다는 것만 빼면 약간은 카시미르 같기도 했지.

~

샤이엔이 왜 저렇게까지 열광하는지 좀 생각해 보고 있는데 안트예젤트잠이 종이 가방을 들고 다가와서 당장 샤이엔이 하고 있는 액세서리를 전부 그 안에 넣으라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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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쾌 상쾌 통쾌 솜사탕 문고
박수현 지음, 심윤정 그림 / 머스트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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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나도 재밌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제목도 그렇고..


이 책의 주인공인 금유, 금상, 금통은 세쌍둥이로 태어나 언제든 붙어 다니는 소울메이트이다.

하지만 세쌍둥이들은 제각각 외모도 성격도 천지차이다.

제일 큰 형인 금유는 아침마다 빳빳하게 다린 와이셔츠에 헤어 젤을 바른 스타일을 고수하는 깔끔쟁이 타입이고, 둘째 금상은 상남자라는 별명답게 털털하고, 셋째 금통은 옷을 찍찍 늘어뜨리기 좋아하는 수더분한 외모와 막내다운 귀여운 성격을 지녔다. 이렇게나 달라 보이지만, 세쌍둥이는 호기심이 많고 엉뚱한 장난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세쌍둥이의 아빠와 엄마 역시 만만치 않게 독특하고 재밌는 성격을 지녔는데, 세쌍둥이의 이름을 유쾌 상쾌 통쾌로 지을 만큼 괴짜인 아빠는 언제나 아이들의 말을 귀기울여듣고 꿈을 응원해 준다. 드라마를 챙겨 보며 소녀 감성에 젖어 있는 엄마 역시 언제나 열정이 넘친다. 그림 작가의 손에서 개성 가득 귀여운 매력으로 피어난 이 가족의 모습은 유쾌한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며, 또한 평범하지만 조금은 남다른 재미를 찾는 세쌍둥이와 가족의 생활 속 모습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소소한 공감과 웃음을 선사해 주고 있다.


세쌍둥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이라면, 분명 재밌을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이 책도 그렇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장난끼가 가득한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아이스럽고....


특히.. 세쌍둥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쌍둥이 친구들이 보면 이 책을 더 반가워 할 것도 같다.


솜사탕문고 시리즈는 처음인데, 다른 시리즈도 찾아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 속에서


- 일 분 형


 "금유, 이제 동생들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

"벌써 아홉 시예요?"

"벌써라니! 엄마 연속극 봐야 돼. 빨리 들어가."

~

"오늘 진짜 중요한 날이야. 편지를 주고받던 주인공들이 드디어 만나는 날이거든. 아, 정말이지 '미래로 간 편지'는 최고의 드라마야!"

~

내 이름은 금유, 둘째는 금상, 막내는 금통입니다. 동생이라고 해 봐야 같은 학년, 같은 반입니다. 우리는 세쌍둥이거든요. 하지만 나는 첫째라는 이유로 억울한 일이 많습니다. 똑같이 잘못해도 첫째라서 더 많이 혼나고요. 내가 한 게 아니라도 동생들을 대신해서 꾸지람을 듣습니다.

~

"그래, 일 분 차이라도 형은 형이지. 일 분 형!"

~

이럴 수가! 정말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놀라운 것이 말입니다.




- 이상한 새집


"누가 버렸을까?"

~

"새집처럼 생겼다."

~

"요정이 사는 집인가?"

~

"쓸모가 없어졌나 보지. 아무튼 이건 우리가 접수하자! '비밀 우체통'으로 말이야. 어디다 놓는 게 좋을까?"

~

상이가 연필을 꺼내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면 나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세쌍둥이니까요. 역시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일 때 더 용감해집니다.

~

머리 위로 따가운 가을 햇살이 느껴졌습니다. 뒤돌아보니 저 멀리 햇빛을 받는 우체통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 미래로 날아간 편지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일 분단입니다. 키가 제일 작은 나는 첫 번째 줄에, 상이는 두 번째 줄에, 그리고 제일 큰 통이는 맨 뒷줄에 앉습니다. 학교에서만큼은 동생들이 나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사이가 서먹해질까 봐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생긴 변화였습니다.

~

사실 '유쾌 상쾌 통쾌'는 우리 집 가훈이기도 합니다. 늘 밝게 자라라는 뜻으로 아빠기 지어 주셨지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끼리 통하는 마법의 주문이 되었습니다. 크게 외치면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았거든요.

~

"정말 미래로 날아간 거 아냐?"

~

동생들은 이미 대단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나도 기분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쓴 쪽지가 사라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어쩐지 좋은 상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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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탐정 칸
하민석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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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명랑 추리 만화

우리 마을에서 미스터리 사건이 벌어지면 탐정 ‘칸’과 조수 ‘니발리우스’가 출동한다!

흰 벽에 창문 하나, 초록색 책상 위에 노란색 전화기가 놓인 탐정 사무소. 이 사무소에 어른들이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어린이 탐정 ‘칸’이 있다. 탐정 사무소의 전화기가 울리면 탐정 칸은 고양이 조수 니발리우스와 함께 사건 현장으로 부리나케 출동한다.

이 책은 그동안 매력적인 캐릭터와 개성 있는 그림체로 어린이 창작 만화를 그려 온 작가 하민석이 내놓은 명랑 추리 만화다.

하민석 작가는 어떤 사건이 벌어진 뒤 탐정이 나타나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 추리물의 구조 속에 유쾌한 명랑 만화의 주인공을 배치하여 참신한 어린이 창작 만화를 만들어 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칸과 니발리우스는 번뜩이는 지혜와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어른들이 쩔쩔매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신기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풍긴다. 칸과 니발리우스는 세계 구슬치기 챔피언이 잃어버린 구슬을 찾거나, 마음을 조종하는 향기로운 편지의 정체를 밝히고, 사라진 레슬러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사건을 맡아 범인을 찾아 나선다. 실제 탐정이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것처럼 증거 수집, 용의자 심문, 함정 수사 등 꼼꼼한 조사와 여러 수사 기법을 활용하여 범인을 잡아낸다. 두 주인공이 사건마다 추리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푼 것 같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탐정 칸은 “모든 사건은 저녁을 먹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지킨다. 그 이유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다. 칸은 사건을 해결할 땐 유능하고 의젓한 탐정이지만, 엄마 앞에서는 잔소리가 무서운 어린이가 된다. 일상의 현실 묘사를 바탕으로 표현된 탐정 칸 캐릭터는 아이들이 친구처럼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탐정 칸이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용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멋지고 매력적이다. 또한 고양이 조수 니발리우스는 칸과 언제나 함께 출동하며 수사를 진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평소 과묵하지만 탐정 카 ‘융카’를 운전하고 ‘1000배 돋보기’, ‘단추 사다리’, ‘냄새 추적기’처럼 수사에 필요한 여러 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종이 상자 속에 사는 니발리우스의 비밀스러운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할 것이다.
그 밖에도 만화에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출동 명령을 내리는 국내 최고의 수사 반장 ‘콩 반장’, 색동저고리를 좋아하는 ‘송과선 박사’, 비밀 정보부 요원 ‘코코’ 등 탐정 칸의 수사를 돕는 기발하고 엉뚱한 캐릭터들의 활약이 빛난다. 개성을 내뿜는 조연들이 긴장감 넘치는 추리 이야기 속에 적절히 등장하여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딸들은 명랑 추리만화는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책은... 표지부터 아이들 시선을 확 끌 정도로 강렬하다. 샛노랑 바탕에 핫핑크 모자와 옷을 입은... 최근 본 책 중에 표지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두께감이 있는 책이긴 하지만, 올컬러로 되어 있고, 본문 글자도 그다지 작지 않아서 초3,초5 딸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책은.. 내용이 워낙 매력적이서 그런지, 단번에 책을 읽고 나서는 재밌다며 하민석 작가의 다른 책은 또 없냐며 묻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는 건.. 분명 이 책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대신..

만화 시작 전에.. 캐릭터 소개가 있었으면 왠지 더 빠르고 쉽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는 했다.

대신 핫핑크 신사모자와 노란 바지.. 그리고 네모난 얼굴의 칸 캐릭터도 독특하고, 고양이 조수 니발리우스의 세모 고깔모자도 인상깊다.

딸들이 보기에.. 조수가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 더 좋아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작가의 말 페이지에 있듯이 이 만화는 그동안 탐정 칸이 어떻게 지구를 지켜 왔는지 알리는 보고서다. 탐정 칸과 니발리우스는 온갖 어렵고 힘든 사건들을 해결해 왔고, 또다시 악당들과의 끝없는 대결을 앞두고 있다.

아, 그리고 지구를 걱정하는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칸 주제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마음을 추스르기 바란다고 작가는 전하고 있다.


'우뚝 솟은 모자 눌렀고 옷깃을 세우면 안 풀리는 것이 없네.

그 이름은 탐정 칸.

무시무시 구리구리 부리부리단.

탐정 칸과 니발리우스와 함께하면 무서울 것이 없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




@ 목차


1화 구슬 도난 사건
2화 만화가 잠수 사건
3화 이상한 편지
4화 레슬러 X의 죽음 1
5화 레슬러 X의 죽음 2
6화 레슬러 X의 죽음 3
7화 탐정 니발리우스의 대단한 모험
8화 사탕 요정
9화 앵두나무 살인 사건
10화 부리부리단
11화 푸른도롱뇽의 비밀 1
12화 푸른도롱뇽의 비밀 2
13화 푸른도롱뇽의 비밀 3
14화 푸른도롱뇽의 비밀 4
15화 푸른도롱뇽의 비밀 5
16화 완전 범죄 1
17화 완전 범죄 2
18화 완전 범죄 3
19화 악당의 길
20화 이상한 실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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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장군 김돌쇠 청소년시대 6
하신하 지음, 장선환 그림, 김해규 감수 / 논장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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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 소사벌 전투에서 일본군을 물리친 바늘장군 김돌쇠!

장애를 가진 소년에서 민중 영웅이 된 바늘장군 김돌쇠에 관한 책이다.

봄의 생명력이 어렴풋이 깨어나는 새벽, 강쇠는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린다. 하필 아버지가 장에 가신 이때, 어머니의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강쇠는 때맞춰 산파 할머니를 데려오고, 마침 아버지도 장에서 돌아온다.
조선의 여느 농사꾼 집처럼, 돌쇠는 그렇게 태어났다. 귀염둥이 막내로 평범하게 자라기도 잠시, 돌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열병을 앓고는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바느질하는 어머니의 말동무로 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돌쇠는 바늘을 던져 파리를 맞히고, 그 뒤로 바늘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독이 오른 지네나, 추수를 방해하는 참새에게 바늘 날리기를 수십 차례. 돌쇠의 바늘은 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나선 멧돼지 사냥에서 결정타가 될 만큼 강력해진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던 11살의 봄. 왜구가 쳐들어오고 조선 땅이 발칵 뒤집힌다. 아버지와 형은 차례로 출전하고, 가족을 잃는 것이 두려운 돌쇠는 전쟁터로 향하는 형을 향해 바늘을 들게 된다.


“내 앞의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자기 길을 걸었듯이, 우리 또한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살아 낼 뿐!”
오랜 시간 구전되어 온 이야기 속 영웅을 뜨거운 가슴으로 되살려 낸 역사 소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사는 곳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외세의 침략에 맞서며 온몸으로 역사를 견뎌 낸 우리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의 삶을 만나며 오늘날 우리를 돌아본다.

한 줄 역사적 사실 위에 비범한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서사의 미학, 유려한 문장, 문학의 놀라운 성과!
《바늘 장군 김돌쇠》는 임진왜란의 육전(陸戰) 3대첩으로 꼽히는 ‘소사벌 전투’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아르코문학 창작기금 수상작인 이 작품은 탄탄한 서사의 힘으로 조선 시대, 소년 ‘돌쇠’의 삶을 펼쳐 보이며 오늘날 우리와 뿌리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평범한 소년이 바늘 하나로 적국의 장수를 물리치기까지, 한 생명이 태어나 아픔 속에 성장하고 국난에 휘말려 가족을 잃는 고통 끝에 마침내 민중 영웅으로……, “명나라 군대가 갑옷 입힌 원숭이를 말에 태워 적진을 교란시켰다”는 짧은 기록에서 출발해 몸이 성치 않은 한 소년의 성장과 진한 가족애를 전쟁이 망가뜨린 평범한 삶 속에 녹여내며, 이 땅 장삼이사들의 헌신적인 희생을 서정적으로 무엇보다도 가슴 뜨겁게 되살려 낸다.


이야기의 중요한 무대인 ‘소사벌’은 오늘날 평택 소사1동에 위치해 있다. 정유재란 때에 이곳에서 벌어진 소사벌 대첩은 명군과 일본군이 맞붙어 일본의 북진을 막은 중요한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 격렬한 전투의 자국은 흔적조차 없지만 왜란의 판도를 바꾼 중요한 격전지였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사건들의 순서나 인물들을 외우는 작업이 아닌, 우리 주변에 깃든 이야기와 그곳에서 먼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이들의 숨결을 만나고 가까이에서 느끼는 과정 아닐까? 


책은.. 페이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물론 옛날 이야기인데다가  그림이 따로 곁들여져 있지 않아서, 초5 초3 딸들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안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읽기엔 참 재밌었다. 끈끈하고 정겨운 가족의 느낌이랄까.... 진한 기족애가 느껴져서.. 짠하고 좋았다.


큰 애가 초5가 되면서, 요즘 역사 강의를 듣기 시각했다. 사실 예전만 해도 이미 지나간 과거인 역사를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지만, 설민석님의 강의를 몇번 접하다 보니.. 역사라는 게.. 그저 과거의 흔적이 다가 아니라는 거.. 지금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평화롭게 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는지..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바로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역사 강의를 들을 때면, 나도 귀를 쫑긋하고 듣기 시작했고.. 아이에게도 그 중요성을.. 어설프지만, 강조하게 된 듯 싶다.

어찌됐든.. 책은..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인물 김돌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명..

김돌쇠라는 분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훌륭한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디.. 그 분들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더 이상의 아픈 역사는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목차


1. 봄
2. 가족
3. 병에 걸린 돌쇠
4. 앉은뱅이와 바늘
5. 과녁
6. 절름발이
7. 바늘대장, 김돌쇠
8. 멧돼지 사냥
9. 어절씨구, 단오 잔치!
10. 물꼬를 트자!
11. 임진년의 왜침
12. 탄금대의 패배
13. 출전
14. 돌아온 강쇠
15. 아버지와 아들
16. 살아남은 사람들
17. 도둑들
18. 정유년의 재침
19. 명나라 장수와의 담판
20. 소사벌에 선 바늘장군
 


​@ 책 속에서


- 봄


~

강쇠는 뛰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어머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자신의 뜀박질에 동생의 생명이 달렸다고 여기고 뛰었다.

~

강쇠는 뭔가 할 일이 주어졌다는 게 감사했다. ~ 강쇠는 짬짬이 울타리 머 동구 밖 쪽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오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

"서로 의지하며 평생 함께할 형제야. 동생 잘 돌봐야 한다."

"네, 전 형이니까요."

강쇠는 꽉 쥔 동생의 주먹을 살살 쓰다듬으며 평생 잘 돌보겠다고 굳게 속다짐했다.

아버지는 강쇠에게서 아기를 바아 안고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너도 형을 잘 따라야 한다. 굳센 바위처럼 오달지게" 자라지라, 돌쇠야."

1582년, 갓 숨을 터트린 생명들이 켜는 기지개에 눈이 부신 조선의 4월이었다.




- 가족


~

용골에서 대대로 살아온 강쇠 아버지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농부였다. 아버지는 말이 많으면 실수를 낳지만 손이 정직하면 생명을 살린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다른 집보다 먼저 농사일을 시작했다.

~

강쇠 아버지는 강쇠에게 큰소리도 내지 않았다. 말수가 적고 몸이 다부진 사내인 강쇠 아버지는 동네 아이들에게도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다.

~

"요즘 이 은 때문에 명이고 왜고 아주 난리란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어렵게 구했다. 우리 돌쇠도 이제 곧 제 손으로 밥을 먹을 게 아니냐."




- 병에 걸린 돌쇠

돌쇠는 형을 따라 산과 들, 개울가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허약한 돌쇠에게 터울이 크게 나고 영리한 형의 존재는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 같았다.

~

"우리 형이 대장이야!"

일부러 하는 소리가 아니라 돌쇠가 보기에 강쇠는 천하무적이었다. 막대기로 칼싸움을 하다가 돌쇠가 넘어져 곧 죽을 위기에 처하면 어디선가 형이 나타나 구해 줬다.

~ 어머니는 아들의 숨소리가 더 뜨거워진 걸 알아챘다. 아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눈물이 쏟아졌다.

~

어머니는 급한 바느질감을 받으러 나가고 형도 아침 일찍 바깥으로 나간 날, 돌쇠는 방 안에 앉아 힘없이 쭉 뻗은 자기 다리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을 따라 멱을 감고 전쟁놀이를 하던 몸이었다.




- 앉은뱅이와 바늘


온 가족의 정성으로 기운을 차렸지만 돌쇠는 이제 집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

그 대신 방 안에 늘 돌쇠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돌쇠네 집은 언제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

외삼촌 곁에서 이야기를 듣느라 돌쇠는 날이 새는 줄 몰랐다. 이야기르 듣는 것 외에 앉은뱅이 돌쇠에게도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기 위해 실패에 실을 감을 때 맞은편에서 실뭉치를 붙잡아 주는 것이었다. 실을 감고, 필요한 길이만큼 실을 끊어 주고, 바늘귀에 실도 꿰어 주었다. 일미 많을 때는 꽃분이가 와서 바느질을 도왔다. 그럼 돌쇠가 실음 감고 꿰어야 할 바늘도 많아졌다.

~

실도 꿰지 않은 바늘로 어머니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흉내 내다가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 난 커다란 얼룩이 눈에 띄었다. 돌쇠는 순전히 호기심에 손에 쥔 바늘을 벽을 향해 튕겼다. 바늘이 휭 하고 날아가더니 흙벽에 '팍!' 소리를 내며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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