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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처럼 사고하고 버지니아 울프처럼 표현하라
에드워드 P. J. 코벳 & 로사 A. 에벌리 지음, 신예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추론의 기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제목을 바꿔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딱딱한 책 제목 대신 ˝비트겐슈타인처럼 사고하고 버지니아 울프처럼 표현하라˝ 정말 멋진 타이틀이다. 책의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그걸 가치있게 포장하는 것도 놓치면 안될 듯 하다.
책의 내용은 비트겐슈타인, 버지니아 울프와 전혀 상관없다는 게 함정이다.
처음엔 수사학의 용어들이 줄줄이 튀어나와 난감하다. 에로스, 로고스, 파토스, 크리시스, 착상, 귀납법, 연역법, 삼단논법 등등.. 책을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또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연습문제까지 내주는 친절함까지 ㅠㅠ. 눈은 글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미 머리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만다.
설득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사람의 추론을 이해해야 한다는 케네스 버크의 생각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 전에 - 또는 자신의 마음을 바꾸기 전에 -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에 공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94쪽
이 문장을 보고서야 비로소 방향성을 찾았다. 어렵게 보이기만 했던 책이 내게 다가왔다. 용어들은 어쨌든 상관없다. 완벽한 추론이란 없다. 불완전하더라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추론이 훌륭한 거다.
생략삼단논법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영어와 한글의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략삼단논법의 문장구조는 ‘결과 - 왜냐하면 - 이유’ 식이다. 우리말은 이유를 먼저 말하고 결과를 말하는 구조이다. 귀납법적 추론인데 근데 희안하게 우린 이런 추론에 약하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언어가 강제하는 삶이 있는 법인데 귀납법적 언어 구조를 쓰면서도 그것에 약하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분명 사소한 언어적 차이가 번역 뿐만 아니라 삶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텐데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알겠지.
잘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다 읽고나면 성취감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뻔한 결론을 내리자면 내가 추론에 약한 것은 교육을 못받아서 라는 것. 주입식 교육이 빠르게 학습을 향상시켜주는 장점도 있겠지만 사고력을 높여주지 못한다. 학교에서 하지 않는다고 내버려두면 안된다. 그건 아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