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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쉽게 속는가
유키토모 지음, 이수진 옮김 / 부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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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화투판의 타짜는 손기술을 이용하여 상대를 속인다. 타짜가 상대에게 손기술을 들키지 않으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보통 조력자는 미모의 여성이다. 이 여성은 짧은 치마를 입고 타짜가 손기술을 하기 전에 상대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살짝 팬티를 보여주는 수법이다. 속는 상대는 여성의 팬티에 정신이 팔려 타짜가 화투를 바꿔치기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곧바로 수십억의 사기 도박에 당하고 만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타짜 - 신의 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뉴스에도 사기에 관련된 기사가 종종 등장한다. 사기 도박을 비롯해서 투자나 결혼 등을 빙자한 사기, 보이스피싱, 심지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에 빠지는 것도 넓은 의미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는 수법에 속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다. 일본의 클로즈업 마술사 유키토모의 <사람은 왜 쉽게 속는가>(부표, 2007)에 의하면 어떤 특정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의외로 쉽게 속아버리는 것이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몇가지 간단한 마술을 예로 들면서 마술도 사기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유치하고 단순한 속임수의 약점을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 바꾸는 수법은 의외로 간단하다.사람은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대로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일단 받아들이고 또 굳게 믿어버리면 그 신념을 뒤집기란 좀처럼 불가능해진다.
우선적으로 보다 치밀하고 완벽하게 속임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시간을 투자해서 그를 위한 사전준비를 빠트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속이는 측에서 볼 때, 소위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수법은 속일 대상(마술사라면 관객, 사기꾼이라면 목표물)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는 ‘진짜 비밀’에서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가능한 한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책략을 연마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79쪽
근대 마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베르 우단이 “마술사는 마술을 사용하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이다”라고 했듯이 똑같은 수법이라도 얼마나 그럴듯하게 연기를 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점술이나 종교적 영능력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책에서 말한 최강의 트릭을 소개한다.
상대에게 그림을 하나 보여준다(아무 그림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1~5 사이의 아무 숫자를 생각하게 한다. 마술사는 상대가 생각한 그 숫자를 맞춘다. 어떻게? 마술사는 그냥 찍은 것이다. 1~5 중 숫자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5분의 1의 확율로 걸려든 사람만 노리는 것이다. 트릭이 아닌 진짜 트릭, 그것은 확율이라는 우연과 마술사의 능숙한 연기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번의 우연이 겹치면서 용한 점쟁이가 되고, 영능력 있는 예지자나 사이비 교주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쉽게 속는 이유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려면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짧게 강조한다.
다시 영화 <타짜>로 돌아가보자. 수십억의 사기도박에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은 전설의 고수를 만나 마음으로 화투 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을 속였던 적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웬만한 속임수에는 걸려들지 않는 적의 수법을 역이용하여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게 했다. 만약 복수의 방법이 타짜들이 하는 똑같은 수법이었다면 그들은 걸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타짜>에서 보여준 마음으로 보는 역발상이 바로 마술사 유키토모가 말하려던 ‘상상력’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