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과다운 미친 사랑이야기.

안정된 삶에 도대체가 적응할 수 없는 사람.

나와 풀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서로를 미치게 하고 망가뜨리고 포기하게 만드는 관계가 진절머리가 나다가도, 문득 그 삶이 애달프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는 만듬새가 거친 프랑스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이 장점인지는 모르겠다.

너는 니가 오고 싶어서 왔지? 그리고 다시 가고 싶어지면 갈거잖아?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서 그 말을 반복했다. - 263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삶은 이어졌다.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걸, 우리는 마침내 깨달아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더이상 어떤 기쁨도 놀라움도 설렘도 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끝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늙어갈 것이다. 그는 끝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우리는 두 마리의 거분이나 염소처럼 시시하게 늙어갈 것이다. 삶은 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남은 것은 그 삶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손을 잡아줄 사람은 서로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깨달음이었다. 우린 단지 너무 외로워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잡아줄 손이, 그 손을 올려놓을 어깨가 필요했다. 아니 그저 살아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거북이건 염소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 276

2017.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850년대와 2000년대 2090년대의 양봉의 역사와 환경변화와 인간과 벌에 대한 이야기.

헝거게임과 매더덤의 중간이라는 것은 미래 이야기에 한해서는 매우 적확한 표현인듯 하다.

윌리엄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누구보다 영리한 딸 샬롯을 홀대할 때마다 답답증이 일었고,

조지의 억척스러움이 자연의 힘앞에 별 수 없이 무너질 때 문득 내 주변의 사소한 지점들에 불안을 느꼈다.

윌리엄, 조지, 타오의 이야기가 짧게 돌아가며 진행되어, 집종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볼륨이 무색하게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야기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일년에 몇주 이상 심각한 환경오염을 느끼는 우리로선 타오의 일이 멀지 않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불안감을 느끼는 와중에 뭔가 주도적인 행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딱히 떠오르는 건 별로 없는 현실도 답답하다.

일회용품 쓰지않기? 재활용 잘하기? 과잉 소비하지 않기?

상당부분 신경쓰고 조금이라도 잘 하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지구상의 먼지 정도인 내가 아등바등한다고 될 일인가 싶다.

2017.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를 빨리 익히는 저자의 방법 중 인상적인 것.

폭격이 쏟아지는 공습 대피소에서 외국어 소설을 읽는다.

ㅋㅋㅋ 1세대 통역사인 저자의 언어 습득기를 아주 잘 읽었다.

역자가 우려한 바와 같이 조금 옛날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언어를 배우는데는 정도라는 것이 있으니까.

흥미를 가지고 쉬지않고 읽는다.. 정도의 조언을 남기는 책.

2017.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다르지 않음의 불편함.

‘모든 사물의 빛이 발하는 행복의 땅‘에 결코 정착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필연적으로 불편과 불안이 따라 붙었다.

기대하는 삶과 영위하는 삶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들에겐 반복되는 실망과 끝없는 갈망 뿐.
그렇다면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는, 충족 되지 않을 물질에 경도되는 그 마음은 그저 속물적이라고 비난받을 부분일까.

삶에 얽매이지 않고 홀연히 모험을 떠날 수 있으리라는 철부지같은 희망을 부정해야 할까.

‘사소한 불협화음, 대수롭지 않은 주저의 순간들, 무례한 태도만으로‘(p.59) 무너져 내릴 일상이라면 대체 어느 지점에서 변곡점을 만들어야 할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일하는 자는 분명 더이상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제롬과 실비가 갈구하는 것은 결국 돈일까. 그들에게 사상과 철학은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p.61)

프티 부르주아와 그랑 부르주아의 넘을 수 없는 벽, 물질이 이끌어가는 세계의 새로운 카스트를 그들은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실비와 제롬의 실패는 그들이 꿈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모험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면서, 단절과 이별을 꿈꾸면서 그들이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하나 둘 늘어난 질문들을 들여다 보니 60년대 프랑스 청년의 질문들은 이 시대 어느 누구의 질문들과도 병립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찰나적이고 아스라한 만족‘을 생의 가운데 드문드문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잠시의 불행과 잠시의 평온 와중에 가끔 찾아오는 행운에 소소하게 기뻐하면서 갈구와 순응 사이에서 숨을 고르며 살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본다.

실비와 제롬은 안온하고 결점없는 생활을 꿈꾸면서도 모험과 단절을 원하고,
막상 친숙한 세계와 멀어지면 고립의 고통에 시들어갔다. 
어리석고 하찮다. 
그 어리석음과 하찮음이 나에게 없는 전혀 생소한 것이라 장담할 수 없으니 나는 실비와 제롬과 다르지 않다는 아픈 진실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문명이 우리에게 제공한 혜택은 셀 수 없고, 과학의 발명과 발견이 가져온 생산력으로 얻게 된 온갖 풍요로움은 비할 데 없다.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완벽하고자 인간이 만든 경이로운 창작품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수정처럼 맑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새로운 삶이라는 샘은 고통스럽고 비루한 노동에 시달리며 이를 좇는 사람들의 목마른 입술에는 여전히 아득히 멀다. - 맬컴 로리

이상하리만치 달콤하게 빠져드는 부푼 몽상과 달리 실제로 그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객관적 필요와 재정 상태의 절충을 꾀한 어떤 이성적 계획도 끼어들지 못했다. 무한한 욕망만이 그들을 압도했다. - 26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점점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되어 가고 있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 63

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 안에 있었다. 그들을 타락 시키고, 부패시켰으며 황폐화시켰다. 그들은 속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세상의 충실하고 고분고분한 소시민이었다. 기껏해야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할 과자에 완전히 빠져 있는 꼴이었다. - 79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들은 경주의 끝, 6년 동안 삶이 굴러온 모호한 궤도의 끝, 어느 곳으로도 인도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우유부단한 탐색의 끝에 서있었다. - 126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 카를 마르크스

2017.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이경희 그림,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16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아...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이토록 재미가 없다니....

두통이 온다....

2017. oct.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깨비 2017-10-25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아프신데 웃어서 죄송합니다. 대체 얼마나 재미가 없길래 상상이 되서 그만 ㅋㅋㅋㅋ 🤣

hellas 2017-10-25 06:03   좋아요 1 | URL
고양이에 낚인 인생 어언.... 하여튼 그러한데, 이 정도는 좀 머리가 아프네요. 산만한 막장드라마의 해피엔딩으로 가는 영차영차 되겠습니다.

moli 2017-11-28 14:55   좋아요 0 | URL
제목과 달리 고양이가 주연이 아닌 거의 엑스트라 급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