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6 -사각의 링


한 경기, 한 경기가

온몸을 던져야 하는 것

스파링 파트너 상대의

쉬운 경기도,

온몸을 얻어터져

기권하고 마는

경기도,

힘들게, 힘들게

끝까지 판정으로 가는

경기도,

펼쳐지는 사각의 링.

땡~땡!

1라운드, 2라운드……

라운드 넘어가는 공소리.

사각사각

한 장, 한 장(章)

넘어가는 책 소리.


승패를 떠나

쌓이는

더 좋은

지식, 지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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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5 -책 수집가에게

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금강경에서)


인생 굽이굽이,

건너야 할 강이 얼마.

마지막

망각의 강까지

셀 수 없을 그 강을,

건네주는 배.

뗏목, 나룻배, 통통배, 유람선, 쾌속선……

강마다

다른 것을 타고

건너는

형형색색, 대소경중(大小輕重)

모두 내 삶의

방편.

내 삶,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비상하는 방편.

그러나 

건넌 뒤,

미련 없이 두고 와야 하는

더 함께 할 수 없는

놓아야 할 무엇.

놓아야

쓸모가 있는 것,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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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 -철길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풍경을 음미하며

내면을 응시하며

글자 하나하나가

침목이 되고

문단 하나하나가

철로가 되고

글을 나누는 장들이

역을 이룬다.

잠시 멈췄다 가는 역,

한참을 정차했다 가는 역,

휙 스쳐지나가기만 하는 역,

많은 역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며

과정을 잊고

미련도 없이

빠져나간다.

탁!

문 닫히는 소리.

책 덮이는 소리.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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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 -부흐링의 말


과식하지 말자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자

먹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자

완전히 소화시켜

내가 될 수 있도록

잘 먹자

많이, 무조건 먹어

되는 대로 싸지

말자

많이 먹어

남에게 해를 끼치면

차라리

책 속에 갇혀

영원히 

사는 것이 낫다.

 

지식인이란

잘 먹을 줄

아는

부흐링,

그 부흐링 족임을

명심하자.

 

1)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나오는 책을 읽는 것이 식사가 된다는 종족 이름

2)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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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 죽음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는

누구는 시간까지도

빛까지도 들어가

나오지 못한다고 말한 세계

또 누구는 들어가는 곳이 있으면

나오는 곳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다른 세계로 가는 길목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이 세계에 존재했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하여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에 놓여

각기 다른 세계를 볼 수 없는,

한 세계에선

단 한 번 경험으로

끝내야 하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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