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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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을 시대배경으로 한 소설, 그 내용이 야사에서 비롯되었다면 흥미롭지만 그저 시대적인 배경과 역사적인 인물을 빌려온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자칫 이런 소설을 읽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순수의 시대>는 안상훈 감독의 영화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소설적인 구성요소가 빠진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더군다나 요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탄탄한 소설가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단지 어설픈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영상으로 보여주어야 할 부분들이 소설의 지문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소설이 가지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398년, 조선이 건국한지 7년이 되는 때의 이야기이다. 첫 장면부터 피비린내나는 전장에서의 이족(異族)과 조선 병사의 전투 장면이 나온다.

" 뿌려진 피가 강물로 흐르는 북방의 땅, 어둠 속에서 인간들의 절규가 땅을 뒤덮었다." ( 책 속에서)

소설 속에서도 갈등의 대상이 되는 도총제사 조영규와 우군총제사 김민재가 등장한다. 김민재라는 인물은 조선 건국의 이념과 강령을 만들어 내고 한양으로 도읍지를 정하는데 큰 힘이 된 정도전의 사위이다.

정도전은 태조의 오른팔이자 조선의 정치,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요즘 드라마, 도서 등에서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는 인물이니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그의 딸이 왜 민재와 같은 인물과 결혼을 하였을까?

민재의 출신성분은 정도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민재의 어머니가 여진족의 기녀였고, 민재는 자신의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정도전의 사위라는 이유로 승승장구하고 주상의 은총을 받는 민재.

"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칼을 들게, 그 칼로 세자를 지켜주게나. 세자를 노리는 모든 자들을 향해, 그 칼을 뽑아 들어!" (p.p. 67~68)

그를 시기하는 인물인 조영규, 그리고 그의 뒤에서 묵묵히 민재를 눈여겨 보는 인물인 정안군. 정안군은 태조의 다섯 째 아들인 이방원이니 그는 시시각각으로 정도전을 견제하면서 왕위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녀 가희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은데, 그의 순수함의 이미지를 가진 가희의 본심을 알게 되면.... 그리고 그 본심 속에 숨겨진 사랑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소설이지만 영화를 각색했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출생의 비밀, 그리고 음모, 성적 묘사.

영화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잘 모르겠으나 소설로서는 몇 % 부족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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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4-2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역으로 영화 후 소설인 경우가 잦네요. 저는 영화를 먼저 봤어요. 신하균, 민재의 순수하달 수 있는 사랑이 다소 과하지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안 감독의 `색계˝가 생각나는 지점이 많더군요.

2015-04-23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