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인 '정여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쓴 후에 그 두번째 여행 이야기를 담은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을 출간했다.

나는 공교롭게도 <헤세의 여행>과 함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헤세'는 " (...) 그가 로마로 여행하는 것은 그것이 교양 여행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여행하는 주된 이유는 그의 모든 사촌과 이웃도 여행을 가는데다, 또 여행을 갔다 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무척 쾌적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 헤세의 여행, p. 32) 라는 글로 당시의 사람들이 여행하는 이유를 꼬집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봇물 터지듯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자랑하기 위한' 이유도 여행을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책들을 읽다 보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여행자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건축물이나 예술품, 장소 등에 눈도장을 찍는 여행을 폄하하는 글을 많이 읽게 된다. 또한 패키지 여행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여행이란 그곳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여행이 되어야 함을 일깨우는 글도 많이 본다. 그러나 나는 그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 패키지 여행도 해 보았고, 자유여행도 다녀 보았지만 여행은 여행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유형으로 행해질 수 있다고 본다.

마치 남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닌 곳으로 가는 여행만을 의미있는 여행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된다.

7월말에 지리산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순천을 들리게 되었다. 지인이 소개하는 맛있는 한정식집을 가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중간에 순천만 정원을 보고 나오는 길에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는 80대 노인 가족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할아버지는 딸들의 효도 선물로 70살에 유럽 여행을 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않았다는 할아버지에게 유럽 여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할아버지는 유럽의 역사도, 문화도 전혀 알지 못하니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눈높이에 맞는 여행을 하였을 것이고, 그 여행을 보내준 딸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과 옆에 있는 할머니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서 여행을 가도 좋고, 그냥 훌쩍 떠났다가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체험을 해도 좋고, 목적지 없이 어슬렁거리면서 그곳의 주민처럼 몇 날을 지내도 좋고...

그런 것이 여행이 아닐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여행은 인생을 아름답게, 활기차게, 멋지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정여울은 이 책에서 ' 여행 전문가들이 발굴해낸 '진짜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숨겨진 스팟들을 다루었다' (책 소개글 중에서)고 하지만 유럽을 여행했던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 가보았던 곳, 맛 보았던 음식 들이 다수 담겨 있고, 일부만이 여행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유럽,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이다. 

정여울은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유럽을 10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소개한다.

1. 특별한 하루를 부탁해
2. 위대한 예술을 만나는 시간
3. 달콤한 유혹 한 조각
4. 그들처럼 살아보는 하루
5. 마법 같은 풍경 속으로
6. 생각이 깊어지는 그곳
7. 맘껏 취해도 좋아
8. 작가처럼, 영화 주인공처럼
9. 선물 같은 축제를 만나다
10. 인생도, 여행도 휴식이 필요해


파리와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날은 상제리제 거리를 거닐면 좋을 것이고,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가면 좋을 것이고, 위대한 예술을 만나기 위해서는 뮤지컬 공연이나 연주회, 연극을 보면 좋을 것이고, 달콤함이 땡기는 날에는 마카롱이나 젤라또를 먹으면 좋을 것이고.

 

여행자는 우리의 삶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기에 그런 것들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적에 한 장의 달력 사진을 보면서 '유럽이란 어떤 곳일까', '저 곳에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던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가 책 속에 담겨 있음을 보게 된다.

여러 해 전에 동화속 작은 마을처럼 아름다웠던 '할슈타트'에 갔던 그 날이 생각이 난다. 그 때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기에 마을 어귀의 기념품 가게도 생각나고, 마을의 성당도 생각이 난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이정표, 분명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왔지만 그 이정표를 따라서 또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 준다.

" 나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또 다른 여행자의 뒷모습은 언제나 신비롭다. 내가 보는 것과 똑같은 풍경을, 그들은 과연 어떤 빛깔과 어떤 향기로 바라보고 있을까." (p. 338)

여행은 떠나기 전에는 설렘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돌아온 후에는 그날들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두근거리는 것이 아닐까.

정여울은 책표지의 책제목 옆에 이런 글을 적어 놓았다. "꿈만 꾸어도 좋고, 당장 떠나도 좋다."  

당장 떠날 수는 없으니 꿈을 꾸어야 겠다. 올해  마지막 날을 아드리아해의 어느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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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8-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노부부가 자식들 덕분에 몹시도 힘에 겨운 여행을 다녀온다손 치더라도, 결국 그 여행을 다녀온 노부부는 두고두고 그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고, 또 그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꽃을 피우지 않을까요?

라일락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어떤 유명한 여행지에 가게 되면 단지 그곳에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고 눈물이 솟을 듯한 격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더라구요. 제 경우에는 그런 곳들이 정말 너무나 많았답니다. 백두산도 그랬고 히말라야도 그랬고요. 이집트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고, 어디선가 나타난 '사막의 여우'를 만났을 때도 그랬고요.

할슈타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온지는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음에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쪽으로 가게 되면 그곳은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간절하네요..

* * *

여행자!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여행자는 여행자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우리의 인생을 가장 잘 상징하는 말이 '여행' 아니겠는가. 개인의 역사란 결국 요약하면 '어디'에서 '어디'를 향해 가는 것 아니겠는가.
- 헨리 데이빗 소로우,『소로우의 일기』

라일락 2014-08-07 18:33   좋아요 0 | URL
노부부에게도 마음에 상처가 있었어요. 1남 5녀를 낳았는데, 아들이 세상을 먼저 떠났대요.
할아버지의 말씀에 마음이 숙연해졌답니다.


oren 2014-08-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14.7.15 아침 나절에 가봤던 '비가 갠 후의 할슈타트 풍경' 하나 올려 봅니다.







라일락 2014-08-0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 년도 더 전에 갔다 온 곳인데,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네요. 어릴적 사진 속의 그 모습 그대로이기도 하구요.
오스트리아는 정말 다시 가 보고 싶은 나라이고, 그 중에서도 할슈타트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