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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평점 :
겨울동안에 움츠리고 있던 자연이 경이로운 꽃의 향연을 펼치는 계절이 돌아왔다. 꽃비 나리는 봄날에 읽으면 좋을 것같은 책이 <완벽한 날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 올리버'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인데, 우리에게는 좀 낯선 시인이다. 김연수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ㅣ 문학동네 ㅣ 2007>에 그녀의 시 <기러기>가 인용되면서 국내 독자들이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시인의 글이 정식으로 번역되고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 것은 <완벽한 날들>이 처음이다.
그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영향을 받았기때문인지 이 책에 실린 산문과 시를 읽어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자연시인', '생태시인'이라고 지칭되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나타낸다.
그녀의 눈에 비친 까나리는 '올리브색과 은빛 몸에 점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으로, 아귀는 '그로테스크한 몸, 지독히도 불쾌한 몸, 몸 전체 크기만큼 거대한 어둠의 문(입)' 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렇게 흉칙한 몸을 가진 아귀이지만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했는지, '에머랄드보다 더 아름다운 초록색 눈을 본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아귀의 눈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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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서문'을 통해서 산문과 시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 나는 언제 어디서나 산문보다는 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산문은 산문 나름의, 시는 시 나름의 힘을 갖고 있다. 산문은 용감하게, 그리고 대개는 차분히 흐르며 서서히 감정을 드러낸다. 모든 인물, 모든 생각이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여 결구 복잡성이 자산이 되고 우리는 그 저변과 이면의 전체적인 문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시는 그보다 덜 조심스럽고, 시의 목소리는 홀로 남는다. 그것은 살과 뼈를 지닌 목소리로 스르르 미끄러져 둑을 뛰어 넘어 아무 강으로나 들어가 예리한 날로 작디작은 얼음 조각에 착지한다. 산문 작업과 시 작업은 심장 박동 정도가 다르다." (서문 중에서, p. 13)
이렇게 그는 산문과 시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서문'에 담아 놓았는데, 이 글을 읽게 되면 그의 글쓰기 작업에 대한 생각을 엿 볼 수 있다.
<완벽한 날들>에는 이렇게 ' 메리 올리버'가 쓴 산문과 시가 한 권의 책에 함께 담겨 있다. 그녀가 들판과 숲을 지나면서, 바닷가에서 거닐면서 만났던 자연을 노래한 시들과 그녀의 일상을 적어내려갔지만, 그녀만의 철학이 담긴 산문들이다. 산문 중에는 독일의 신비주의 사상가인 '야콥 뵈메'. 미국의 초월주의자인 '에머슨', 그리고 당연히 그녀가 영향을 받았을 영국의 낭만주의자인 '워즈워스', 우리에게는 <주홍글씨>로 잘 알려진 ' 너새니얼 호손'에 관한 글이도 있다.
특히 '에머슨의 <자연>과 '너새니얼 호손'의 <낡은 목사관의 이끼>와 <일곱 박공의 집>에 관한 작품해설까지 곁들여 있다.
나에게는 이 책들이 생소한 책들이기에 <완벽한 날들>을 통해서 또 몇 권의 책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는 즐거운 독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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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에 대해서 시인이 쓴 글을 옮겨보면,
" 위대한 옛 소설들은 해가 갈수록 고풍스러워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탁월만이 빛을 읽어 가는 건 아니다." (p. 101)
"'일곱 박공의 집'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질서의 달콤한 맛과 그것이 결여된 신맛(끔찍하게 오래가는 쓴맛)에 대한 이야기다." (p. 113)
'호손'의 소설로는 <주홍글씨>만을 읽었기에 이런 글을 접하고 보니 <일곱 박공의 집>도 관심이 가는 소설이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메리 올리버의 시들은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경이와 기쁨을 단순하고 빛나는 언어로 노래한다. (...) 미국 시인 맥신 쿠민은 소로가 '눈보라 관찰자' 였던 것처럼 올리버는 '습지 관찰자'이며 '자연 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고 일컬었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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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에 담긴 산문 중의 일부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시처럼 아름다운 글들이기에 읽으면서 자연이 내게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시는 시인의 말처럼, " 시들은 작은 '할렐루야' " (p. 15)이기도 하고 "(...) 그 시들은 몇 송이 백합 혹은 굴뚝새 혹은 신비한 그림자들 사이의 송어, 차가운 물, 거무스름한 떡갈나무다. " (p. 15)
이 책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음미하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