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작가를 알고 있었던 것은 몇 년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을 선뜻 읽게 되지는 않았다.
물론,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는 알고 있었고, 그가 소설가이면서도 여러 권의 책을 번역한 번역가이기도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읽게 된 소설이 <원더 보이>이고, 이 책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원더보이>를 읽은 후에도 작가의 몇 권의 책을 읽어겠다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을뿐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더 이상 읽지를 못했다.
그런 중에 출간된 김연수의 산문집이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 기회에 김연수 작가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펼쳐 들게 되었다.
작가의 산문집이란 보통은 어릴 적의 이야기에서부터 성장기 ,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까지가 담겨 있기 마련이니, 작가와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마련이다.
작가의 삶, 그리고 생각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작가 소개의 글부터가 참 재미있게 씌여져 있다. 그 글 속에는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5 킬로미터부터 시작해서 42.195 킬로미터까지 달려 봤는데, (...)" (작가 소개 글 중에서)
여기에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달리기를 말할 때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가 생각났다.
33살의 나이에 '러너'라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과 30살 이후에 늦깎이 소설가로 출발한 것이나 그에게이 2가지 일이 운명적으로 찾아 온 것이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일이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어렴풋한 기억이 나는데......
실제로 그는 아테네에서 진짜 마라톤의 길에 도전하여 완주하기도 했고, 그후에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연수 작가에게 마라톤이란,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p. 9)
평소 사진 속의 김연수 작가의 모습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일 것처럼 보여졌었는데, 이 책 속에 담긴 사적인 이야기들은 그런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어린 시절에 동네 골목대장이었던 적을 빼 놓는다면, 그의 삶은 책과 함께 해 왔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나의 아름다운 천국'이라는 꼭지에서는
어릴적에 처음 책을 읽게 된 때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와 함께 가던 책방 이야기. 성장하여 읽게 되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 그런 작가의 독서 역사가 마치 얼마 전의 일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책 속에 담겨져 있다. 그만큼 그에게는 책와의 인연이 깊다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그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이야기, 문학이야기, 자연과의 교감.작은 풀 한 포기까지도 그는 벗인양 느끼는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인 것이다.
폭설에 대한 이야기에서,
" 진짜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뜻하지 않은 폭설이라면 최고의 인생이리라. " (p. 70)
그에게 달리기는,
" 매일 1시간씩 달리게 되면 인생을 압축적으로 맛보게 된다. 1시간 동안의 달리기는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 부담을 안고 슬슬 달리기 시작한다. 한 동안은 그 속도에 몸을 적응시킨다. 그다음에는 달리기를 즐긴다.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런 몸의 변화에 맞춰 나의 생각도 바뀐다. (...)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는 순간 순간 조금 전의 자신을 배반하는 생각들이 오간다. 1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나'로 분리됐다가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 (p. 220)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와 소설쓰기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했다면, 김연수는 <지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서 달리기와 무엇을 함께 이야기할까.
달리기는 그의 일상이고, 이제는 습관적으로 달리고 있으니, 그는 달리기를 통해서 무언가 깨달음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달리기를 삶의 한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완주를 할 수 있듯이, 그리고 그 과정이 말해 주듯이,
우리의 삶도 하루 하루가 모이고 모여서 끝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마라톤에서 힘겹고 버거운 코스가 있듯이, 인생도 때론 그렇게 힘든 과정이 있게 마련이고, 그 과정들을 이겨나가다 보면 마라톤 완주의 기쁨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문장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 김연수가 누구인가를, 그리고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이 한 권의 책은 그의 어떤 소설보다도 더 많은 것을 담아 내고 있으며, 그래서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