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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랄랄라 하우스>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의 형식을 종이 위에 펼쳐 보여 주었던 그 책'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 책 속에 고양이 이야기가 나왔던 것같은데...
맞다, <랄랄라 하우스>의 시작은 방울이와 깐돌이의 입양 소식이었다.
작가의 아내는 친구가 1주일만 봐달라고 길고양이를 데려 오게 된다.
정에 약한 그들은 이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는데, 고양이 이름이 방울이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비에 흠뻑 젖은 검은 털뭉치 깐돌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이야기가 이 책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개정판의 '책을 내면서'를 통해서 방울이가 2011년 봄에 퇴행성 뇌잘환이 악화되면서 신체기능이 정지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해외에 거주하기에 방울이의 죽음을 함께 하지는 못했다는 말과 함께.
그러고 보면 내가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2009>에서도 그가 시칠리아에서 머물면서 길고양이를 돌보았던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은 잘 나가던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유랑길(?)에서 이야기를 담았던 책인데,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작가의 내면 세계를 엿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개정판인 <랄랄라 하우스>를 펼쳐든다.
그런데, 독특했던 구판의 미니홈피 형식의 콘셉트는 개정판에서는 볼 수가 없다.
구판에서는 미니홈피의 낯익은 폴더가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는데,
Free Talk , 사진책, 방명록, 그리고 댓글까지.
free talk는 3부분으로 '방울이와 깐돌이' , '길 위에서' , '문학 앞에서' 로 분류되어 있었다.
(2005년 출간된 구판 '랄랄라 하우스'의 책 내용 중에서)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작가의 선곡'까지 있어서 미니홈피의 음악 설정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랜덤을 타고 남의 미니홈피를 엿 보는 것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젊은 작가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는데, 이런 모든 콘셉트가 사라지고, 책 속의 글들은 꼭지마다 지름 약 1cm의 작은 원에 사진이나 그림이 담겨 있다.
2005년에 이 책이 출간될 당시의 책과는 변화가 있는 것이다.
그당시에 인기있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제는 철 지난 해수욕장같다고나 할까.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이동을 하였으니...
책장을 넘기면서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전혀 읽지 않은 내용의 글들도 보인다. 개정판을 내면서 새로운 글이 추가되었다고는 하나, 기억이란 한계가 있어서 전에 읽었던 내용들의 상당수는 그동안 망각의 흐름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어떤 글은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망상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역시 작가의 글은 지적이면서도 재치가 넘쳐 흐른다.
책 속의 내용 중에는 이 이야기가 어떤 소설의 한 부분으로 변하기도 했음을 느끼게 한다.
'썰렁한 대화' (p 76)라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정말 리얼하다. 이런 경우 각 가정에서 허다한 일일텐데, 그 광경 자체가 썰렁하면서도 소통이 단절된 우리네 가정의 모습인 것만 같다.
개화기와 해방후에 많이 나온 번안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외국 문학 작품을 줄거리, 사건은 그대로 두고 인물, 장소, 풍속 등 만을 자기 나라 것으로 바꾸어서 쓰는 문학 작품을 일컫는 것이 번안 작품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일본판 번안 작품은 '암굴왕'이다. 우리나라판으로는 '해왕성'이다.
어릴적에 '암굴왕'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내용의 일부는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암굴왕'이 우리나라 작품인 줄만 알았는데, 일본 번안 작품명인 것이다.
그것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 그러나 무엇보다도 압권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가 이 책을 번역하였는데, 순수한 우리말로 된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너 참 불상타>" (p. 115)
책을 읽다가 " 팡" 터진다.
김훈 작가가 원고를 쓸 때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만난 세계적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 뿐만아니라, 여행, 영화, 사진, 그리고 그림까지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그가 쓴 글은 폭넓은 지식과 상식과 잡식이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의 소설인 <검은꽃>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취재를 위해 간 여행에서의 이야기.
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가 이우일과 함께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라는 책을 낼 정도로 영화에도 관심이 많으니. 책 속에는 영화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함께 살펴 보기도 하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그리고 왕가위의 사랑 삼부작이라고 하는 <아비정전>, <화양연화>, <2046>을 함께 분석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을 처음 쓸 당시인 2005년과는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읽으니까 다소 어색한 이야기들도 있다.
'낭독의 발견'이란 내용중에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갔을 때의 이야기를 담아 내용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신간을 출간하게 되면 강연을 주로 하게 되는데, 그당시에 이미 외국에서는 작가들이자신의 작품의 일부를 낭독하는 행사가 많이 열렸다고 한다. 그런 행사를 접하고 그는 이 책 속에,
" 자기 책을 조용히 읽는 작가와 그것을 귀여겨 듣는 독자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p 225)라고 써 놓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작가들이 독자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 낭독회, 음악과 함께 하는 북 콘서트 등이 많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김영하의 작품만을 골라 읽던 때도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검은꽃>은 아직 읽지를 못했다.
이제는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즐겨 읽게 되는데, 그래도 빠트린 책이 있는 것이다.
<여행자 2007 하이델베르크>처럼 한 권의 책에 에세이, 사진, 소설이 묶여 있듯이, 그의 책은 기존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독자들의 감각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다.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처럼 '추억의 사진첩'이 실려 있다.
방울이도, 깐돌이도, 그리고 그가 여행지에서 담아 온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