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박인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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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건 은하철도 999다

철이는 그토록 바라던 영원히 죽지 않는 삶, 기계인간이 되길 거부했을까. 그렇게 고생하며 간 곳,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질 그 순간 왜 거부한걸까

죽음이 없는 삶은 의미도 없다. 한낱 기계쪼가리가 되어 아무 것에도 열정할 수 없는 삶이 죽음과 무엇이 다른가. 영생의 삶을 선택하는 그 순간, 철이는 죽는 것이다. 영생은 곧 죽음일수도, 어쩌면

바니타스 바니타움 옴니아 바니타스(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항상 옆에 있으나 모른척 하는 것 , 돌아 오지 못하는 곳 누구나 가는 곳 ,가장 평등하다고 알려진 그 곳.

천국과 지옥?

이젠 테드창의 단편소설 처럼 지옥은 불이나 내장이 쏟아지는 형벌이 난무하는 곳이 아닌 그저 하느님의 은총이 없는 곳. 예수의 사랑이 없는 곳.그리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인식 못하는 지옥일수도.

죽음을 그림으로 극복하는 것, 영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좀 덜 두려워하며 익숙해 지는 것.

화가들도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그림 속 죽음은 무서움보단 고민과 사념을 , 아름다움마저 담고 있다.


죽음의 의인화로 주로 해골들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에로틱하다

혹은 꽃들에 둘러싸인 미인들은 죽음보다 그저 유혹하듯 잠든 듯 하다. 죽음을 아름다움으로 몽환과 쉼으로 표현했다. 죽음에 대한 자세들은 세월에 따라 변했고 그런 모습은 그림과 사진에 담겨 있다. 현대에 올수록 죽음에 대해 점점 예의 없어지고 천박해짐을 느낀다. 삶의 끝에 주어지는 쉼에 대한 존중이나 그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경과 아름다움에 대한 것들은 현실이니 사실이니 하며 삐딱선을 탄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죽음이 쉼이며 아름다움이라거나 몽환적이란 면이 있다면, 또 어느 한켠앤 가장 어둡고 오열하며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죽은 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망자를 물건 취급하며 그 앞에서 떠들어 댄다. 혹은 늙고 가난한 죽음앞엔 숭고함은 없다. 그 죽음엔 가난의 찌듦이 낱낱히 드러난다. 그런 죽음들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들을 화가는 어떨 때는 안타까움으로 어떨때는 존경이나 아름다움으로 어떨 땐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나 혐오로 담았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듯 애도의 눈빛으로 그린 이도, 오로지 객관적인 눈으로 그린 이도 혹은 동정을 또는 안타까움의 화가 각자가 가슴에 달린 눈으로 그려내면, 보는 이들 또한 화가들의 눈으로 그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수십페이지의 구구절절한 글귀보다 그림 속 두 개의 눈동자가 혹은 희미한 미소가 가슴을 뒤흔든다. (물론 한 문장만으로도 전율이 좌르르 오는 책들도 많지만 )

장식성 짙은 클림트는 죽음에게도 장신구를 달았다. 수많은 색들의 만개와 해골마저 화려한 옷을 떨쳐 입었다

누구도 울지 않고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수 많은 색들 속에 한켠엔 죽음이 다른 옆 칸엔 삶이 흘러간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이지.

텅 빈 영혼의 빈집 해골은 바니타스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사람들 앞에서 앙상한 뼈들을 드러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죽음앞에 한없이 약한 인간들이, 한 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무언가에 집착해 현재를 허비하는 모습들을 비웃는다.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무도, 해골들과 병자들과 다양한 계층들이 춤을 추며 죽음의 길로 가는 모습은 흡사 축제긴 한데 으스스한 할로윈의 날같다.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무도 시리즈는 누구나 평등하게 죽어나가던 중세 흑사병시대의 암울함이 담겨 있다.


죽음에 관한 명화와 그 명화의 작가 소개, 죽음과 관련된 책과 영화들도 실려있다. 챕터마다 마지막엔 스스로에게 죽음에 대해 묵는 질문도 수록되어 있다.

​헛되고 헛되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간다 . 종착역은 삶을 이어간 후 만나게 됨을 알기에, 어찌 됐든 손은 비었으나 그 죽음의 찰나에 웃음과 행복이 마음 어느 한켠엔 있기를 바란다.그것도 욕심일까. 잘 살다가 웃으며 외롭지 않게 가기를.

( 페르디난디 호들러 가 그린 발랑틴의 머리 푼 모습과 병상모습 죽은 후의 모습, 죽음의 일상성을 보여주는 밀레의 죽음과 나무꾼 ,월터 랭글리의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무너지는구나. 이다)

(아참 오타 167쪽 둘째 줄에 따가라면서~ 따라가면서 )
* 요즘 들어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은 것 같다 명화들을 유사주제로 묶어 설명하는 책. 나야 원래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그림이나 내용이 좀 겹치는 안타까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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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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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 영화 좀 안다는 애들이 용돈 모아 샀던 잡지들, 로드 쇼니 스크린 등의 잡지가 기억나게 하는 책이다. 물론 로드쇼나 스크린등에선 주로 돈이 되는 영화들과 최고의 인기스타만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는 유투버로 먼저 유명해진 경우다. 거의 없다란 이름은 ‘싸가지가 거의 없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거의 없다,나름 참 예의바른 말 아닌가. 없다라고 하기엔 좀 말하는 이가 너무 도덕적 예의 관념이 투철해서 조금 돌려 말한. 그런데 왜지? 싸가지 없다보다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거의 없다 님은 “리얼”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열심히 로드쇼와 스크린을 사 모았다. 좀 더 덕후인 아이들은 어디선가 외국잡지를 사서 오곤 했다. 영어나 일본어가 가득했던 잡지책들, 영어사전이나 일어사전을 들고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딘가를 헤메다가 결국은 사진들을 찢어 붙이고 장식하며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난다. 초딩때 그레고리 펙부터 시작해서 중학교땐 탐 크루즈와 리버 피닉스 그리고 고딩땐 양가위와 장만옥, 그리고 브래드 피트에 열광했던 우리들. 지랄맞고 요란하게도 좋아했던 그 시절이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를 구려 하며 나름 평도 했었다. 그 땐 주로 외국영화는 쏘 판타스틱 오 마이 갓, 원더풀!!!!!등등, 한국영화는 음 아직 미장센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둥, 메소드 연기가 부족해 등..이 무슨 사대주의적 지랄발광같은 유치짬뽕 평인가. 그런데 이 책이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나는 전설이다>를 책으로 접한 내게, 윌 스미스의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건질거라곤 그 잘생긴! 너무 잘생긴 강아지 정도? 내 맘을 어찌 알았는지 딱 알맞은 표현들로 잘근 잘근 씹는다. 다이하드에서 드디어 람보형이 아닌 평범한 동네 아저씨같은 브루스 윌리스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내뱉으며 진짜 죽기살기로 가족들을 지켜낸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 영웅, 미국인들은 유독 영웅을 좋아한다. 그러니 비록 나이는 좀 들고 배는 쬐금 나왔어도, 망토도 없고 초능력도 없어도 농담조차 재미없어도 엔딩크레딧이 내려오면, 그의 매력에 초절임되는 브루스 윌리스형 영웅을 애타게 기다렸을 거다.

남편이 내게 의외라고 한 점 중에 하나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거다. 특히 B급 감성이 담긴 묘하게 병맛으로 웃긴, 내가 웃어서 더 기분 나쁜 그런 류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캐빈 인 더 우즈“를 보며 흐뭇하게 웃을 수 있었다. 남편은 도대체 이 미친 삐삐삐삐는 뭐냐며 반쯤에서 포기했지만. 이 책 저자의 해석이 진지해질수록 이 영화는 더 매력적인 B급을 뽐낸다.

그 외에 내 청소년기, 친구들과 오열하며 봤던 “죽은 시인의 사회”, 내 맘속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의 “에어리언” 등 나도 아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나와서 더 좋았다. 나름의 해석과 시대상황 등도 담겨 있고, 영화 속 인물들의 매력 포인트와 왜 좋았는지 왜 별로였는지가 너무 솔직하게 적혀 있다.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최근에 케이블에서 보고 반했던 ‘시카리오’ 속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어찌할 수 없는 개인의 무너짐에 대한 이야기들도 좋았다.

솔직히 나는 책을 좀 더 좋아한다. 온전히 내 머리 속에서 이들을 재구성하고 꿈꾸곤 한다. 특히 좋아하는 책들은 머리 속에 그 공간을 만들어 곱씹으며, 내가 좋아하는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조심하라고. 혹시 분열이 일어날지 모른다고..헉 만약 분열이 일어난다면 자아분열이 아니라 아메바적 분열이 아닐까. 그리고 책이 원작인 영화들에 대한 실망감? 나라면 이 배우가 더 어울릴텐데 하는 아쉬움과 이 장면에선 이런 배경이 맞을텐데하는 아쉬움. 그러다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아 저 장면들과 갈등을 책으로 풀어내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까지.


지금도 내가 어릴 때처럼 개봉영화를 소개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체 잊힌 영화들을 소개하는 프로가 있다. 예전만큼 인기가 덜 한 것 같은데, 그건 어쩌면 내가 예전만큼 챙겨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엔 진짜 열심히 보고, 추천영화는 반드시 봐야 하며, 감독은 애매해도 주인공과 조연의 이름쯤은 줄줄이 나와야 가오? 가 살았던 시절이니.

그 시절을 추억하며 즐겁게 읽었다. 작가분의 글빨도 매력적인 B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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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12-2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이라면.. 혹시 그 영화 제목을 말하는 건가요? ㅎㅎㅎ 김수현 팬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영화죠... ^^;;

mini74 2020-12-21 21:0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ㅎㅎ 조근조근 하나하나 가루가 되게 까이더라구요 ㅠ

psyche 2020-12-22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없다의 유튜브 <영화걸작선>재미있게 보는데 책도 나왔군요.
 

인생을 위로하는 책,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책입니다. 책 속 크리스마스 풍경과 함께 로라도 함께 자랍니다. 선물을 기다리던 로라가 이제는 선물을 준비하는 엄마가 되지요. 소박하지만 각자 가진 것 중 제일 소중한 것을 내어줄 줄 아는 로라네 가족들의 이야기는 참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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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8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는 영문판으로 다 있어요.ㅎㅎ

mini74 2020-12-18 14:26   좋아요 0 | URL
헉 영문판. 저는 남편이 신혼때, 생일선물로 사주더라고요. ㅎㅎ 까방권 10장 줬더랬죠 ㅎㅎ

stella.K 2020-12-18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책이 있군요.
저는 초등학교 때 TV로만 봐서.
참 착한 드라마였는데. 초원의 집 한국판이 <전원일기>란 말도 있어요.ㅋ

mini74 2020-12-18 16:58   좋아요 1 | URL
우와 비유가 딱! 그렇지만 시월드는 없습니다. 조금 더 착한 전원일기 ㅎㅎ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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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뭐요? 나는 분명히 푸른 빛으로 칠했는데 왜 분홍이 된거요?”

“이봐요, 나는 샛노란 색으로 칠했다고요 그런데 왜 회색이죠?”

“헉, 내 볼록한 귀여운 브라운관들은 어디로 간 거요? 뭐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 말세야 말세.”

피카소와 고흐와 백남준이 살아 돌아와, 자신들의 그림 앞에서 복원가들에게 항의를 한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들이 항의해야 대상은 빛과 먼지와 세월이다. 아, 백남준작가는 삼성에 항의를 할지도 모른다. 다다익선을 할 때 브라운관을 제공해 준 건 삼성, 30년도 되지 않는 세월동안 이렇게 브라운관이 납작해지고 얇아질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가 하면 데미안 허스트는 쿨하다. 프롬알데히드에 담아 놓은 자신의 상어 3조각이 변질 될 기미가 보이자, 별일 아닌 듯 상어를 바꾼다. 상어를 바꾸는 비용은 당연 작품을 사는 사람몫이다.


숭례문이 불탔다. 그리고 복원, 복원된 숭례문은 예전의 그 숭례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복원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장 닮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대적인 발전의 일부를담아도 되는걸까.

얼마 전 브라하에서는 한 할머니가 오래 된 예수님 그림을 본인이 마음대로 복원하면서 (일명 원숭이예수님)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가, 후에 오히려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아이콘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옛날 그림이나 조각들에 대한 복원의 원칙과 그 속에 담긴 과학 지식과 역사등을 사례로 엮어 풀어내고 있다.

테세우스의 배, 낡아가니 판자 하나씩 하나씩, 바꾸다 보니 이제 예전 테세우스의 부품은 남아있지 않다. 이건 테세우스의 배가 맞을까, 아니면 테세우스의 배에 대한 모방품일까.



예전엔 복원에 침이 쓰였다고 한다. 실제 침에 소화효소 등이 있어 낡고 굳은 먼지들을 살살 녹여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외선 레이저(라식수술 등에 쓰이는 )가 사용된다. 침과 레이저라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뒷면에 왁스나 밀랍을 발라 복원을 했는데, 뻣뻣해지면 그림의 생기가 줄어든다고 한다.

구본웅화가가 그린 이상을 왁스등으로 복원했더니 조금 다른 이상이 되었다. 초췌하고 낡아보이던 이상의 얼굴이 조금 더 강렬해졌다.(아래 첫 번째 그림)

세월이 흐르면 그림에도 주름이 잡힌다고 한다. 그림에 쫘악 쫘악 금처럼 가는 균열, 그런데그런 균열을 선호하는 작가들은 오히려 그림을 오븐에 구워 그런 느낌을 내려 하기도 한다.

너무나 유명한 <진주귀걸이 소녀>눈 레이저 등으로 봤더니 원래 배경에 초록색 커튼이 있었으나, 퇴색되어 사라졌다고 한다. 색면화가로 유명한 로스코의 그림들은 빛에 탈색되는 경우가 많아, 그 퇴색된 부분엔 프로젝터로 원래 색을 비춰지게 한다. 빛으로 변색된 그림을 빛으로 복원한다. 백남준의 브라운관 작품들은 더 이상 브라운관이 생성되지 않아 고심이다. 지금의 최신형 모니터로는 그 뚱뚱한 브라운관의 곡면이나 미세한 지직거림과 떨림을 표현할 수 없다.

그림은 벌레, 물, 화재, 이동 등에 취약하다. 특히 이동시에는 전문가인 쿠리어가 일을 총괄하며, 고흐그림을 옮길때는 1300만원짜리 박스에 담아 비행기로 이송했다고 한다.


주로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고, 화가의 뒷이야기를 읽고 즐거워 한다. 혹은 아름다운 색과 선앞에서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런 그림들과 조각들이 온전히 그 모습으로 그 오랜 세월 있음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복원가들에 대해 알게 해 주는 책이다. 뭉크의 그림들은 복원가들에겐 골칫거리라고 한다. 실험 정신이 투철해서인지, 뭉크는 자신의 그림들을 노지에 내 놓기로 유명하다. 실험정신이 아니라, 뭉크는 자신의 그림들을 자연속에서 노화되도록, 그래서 본인과 같이 늙어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제목처럼 예술가의 손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세월 앞에서는 과학자의 손길로 유지된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최신기술로 유지되길 바랄까, 아니면 자신처럼 자연의 손길에 맡겨 어느 순간 그저 이치에 맞듯 사라지길 바랄까. 감상자의 입장에선 모나리자가 혹은 고흐의 작품들이 빛바래고 낡아 사라진다면 슬프겠지만.

이제 그림을 볼 때 그 뒷면도 감상하게 될 것 같다. 저 그림들엔 복원가들의 침이나 땀이 녹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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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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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255쪽)

영인아 나는 1924년 갑자생이라고 밝히던 안채할머니. 고급진 시금치나물이며 일용할 양식을 나눠주시고 영인와 가끔 술대작을 해 주시던 안채할머니. 계동의 온기다. 시크하고 멋진 온기, 필요한 말과 필요한 양식과 필요한 침묵을 아는 안채할머니와 말 없는 할아버지는 그 동네 계동을 구체적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닌 신삥이다’생각하며 살아. (336쪽)

꼭 겨울이어야 할 것 같다. 겨울 계동의 골목길, 영인이 그 남자와 생선 굽는 여자를 훔쳐 보던, J가 있던 그 커피숍을 ,쓰고 싶지만 쓰여지지 않아 하염없이 걷던 그 길을 걸어 보고 싶다.

되고 싶은 나와 되어 있는 나의 괴리감은 실망으로 좌절로 찾아 온다. 인기없는 나와 소외되고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나는 세상보단 상상속에서 행복하다. 글을 읽고 난 뭔가 다르다는 듯 책 속을 해멘다. 난 다르기에 상처받지 않을거고 초라해지지 않을거다
외롭게 늙다보면 그냥 그런거다. 뭔가 쓰지 않으면 더 외롭다. 쓰지라도 않으면 나는 없어질 거 같고 무의미할 것 같다. 그래서 쓴다. 쓰레기같아도 어쩔 수 없고 맘에 들지 않아도, 내 머리 속 글들관 전혀 다른 낯선 글들이라도, 아침이면 죽게 부끄러운 글이라도 쓰고 또 쓰고 그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라이팅 클럽이 자꾸만 파이팅클럽으로 읽히는 아침, 어제 마시고 남은 소주 두 잔을 친구삼아 파이팅 하며 또 누구도 읽지 않을 글을 쓰며 자신을 보듬을 라이팅 클럽. 비웃지마라, 그저 종이를 좀 더 쓸 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진 않으니. 라고 말하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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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17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구판으로 읽었는데 넘 좋아서 재독했던 기억 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