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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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255쪽)

영인아 나는 1924년 갑자생이라고 밝히던 안채할머니. 고급진 시금치나물이며 일용할 양식을 나눠주시고 영인와 가끔 술대작을 해 주시던 안채할머니. 계동의 온기다. 시크하고 멋진 온기, 필요한 말과 필요한 양식과 필요한 침묵을 아는 안채할머니와 말 없는 할아버지는 그 동네 계동을 구체적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닌 신삥이다’생각하며 살아. (336쪽)

꼭 겨울이어야 할 것 같다. 겨울 계동의 골목길, 영인이 그 남자와 생선 굽는 여자를 훔쳐 보던, J가 있던 그 커피숍을 ,쓰고 싶지만 쓰여지지 않아 하염없이 걷던 그 길을 걸어 보고 싶다.

되고 싶은 나와 되어 있는 나의 괴리감은 실망으로 좌절로 찾아 온다. 인기없는 나와 소외되고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나는 세상보단 상상속에서 행복하다. 글을 읽고 난 뭔가 다르다는 듯 책 속을 해멘다. 난 다르기에 상처받지 않을거고 초라해지지 않을거다
외롭게 늙다보면 그냥 그런거다. 뭔가 쓰지 않으면 더 외롭다. 쓰지라도 않으면 나는 없어질 거 같고 무의미할 것 같다. 그래서 쓴다. 쓰레기같아도 어쩔 수 없고 맘에 들지 않아도, 내 머리 속 글들관 전혀 다른 낯선 글들이라도, 아침이면 죽게 부끄러운 글이라도 쓰고 또 쓰고 그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라이팅 클럽이 자꾸만 파이팅클럽으로 읽히는 아침, 어제 마시고 남은 소주 두 잔을 친구삼아 파이팅 하며 또 누구도 읽지 않을 글을 쓰며 자신을 보듬을 라이팅 클럽. 비웃지마라, 그저 종이를 좀 더 쓸 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진 않으니. 라고 말하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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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17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구판으로 읽었는데 넘 좋아서 재독했던 기억 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