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립국악단 제11회 정기연주회


'관현악 연희에 취하다'


2015.11.5. pm 7.30
광양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관현악을 위한 '길을 열다' -작곡 김성국
*관현악&광양 '전어뱃노래' -작곡 이화동, 편곡 강종화
*관현악&설장구 '소나기' -작곡 이경섭
*관현악을 위한 '판놀음' -작곡 김성국, 편곡 강종화


ᆞ비나리, 상모돌리기, 판굿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 이 풍물을 기초로 하였다.
ᆞ기악, 현악 연주자들이 모두 상모를 돌리고 풍물을 하는 판굿 형식으로 진행된다.
ᆞ'감상'이라는 틀 보다는 '같이 즐기는'무대로 진행된다.


*젊디젊은 연희다. 젊음을 표출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아우성만 남았다. 연희에 주목하다 보니 현악은 맥을 못춘 격이다.


조화 속 공감을 일으키는 매개는 무수히 많다. 그 중 하나가 관객의 호응 아닐까 싶다. 관객의 호응으로만 본다면 대단히 성공적인 공연이다. 연희, 그것이 본래 판 속에서 함께 어우러짐에 있다면 "관현악 연희에 취하다"는 성공적 공연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기악, 현악 연주자들이 모두 상모를 돌리고 풍물을 하는 판굿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실험적 공연은 공연자 스스로 즐기는 공연으로 의미가 있을듯 싶다.


다소 낯선 공연의 모습과 관람석 보다 높은 무대, 무대 위 소리가 관객에 전달되지 못하는 음향장치, 현란한 싸이키 조명 등 다소 어설퍼 보이는 공연이지만 관객의 환호성이 젊은 '광양시립국악단'의 앞날에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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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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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청춘의 생존방식

시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사회적 동질감은 어디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떻게 누리는 것일까?사회적 약자는 그 약자들의 편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제법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 사회면의 이슈가 있다사회적 조건이 비슷한 환경과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로가 서로를 다양한 형태로 유린하는 이야기다물론 보편적 상황은 아닐 것이다특수 상황이니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과 공감을 확인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사회적 조건과 처지가 비슷하다면 서로의 소통할 수 있는 근거는 많을 것이지만 먹고 먹히는 정글마냥 살벌한 삶의 현장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또 왜일까?

 

김의의 소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속에서 그 단편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초라한 변두리 아파트에서 엄마와 이혼한 엄마와 살아가는 한 철학과 자퇴생의 일상이 담긴 작품이다.

 

어둡고 습한 동굴이다햇볕도 바람도 들지 않는다매우 습하고 칙칙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그저 지독한 어둠뿐이다죽음보다 더 어두운 동굴이다불안하고 우울한 동굴이다그 동굴 속엔 우주로부터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하다그래서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들지 않고 은빛 날개를 가진 새는커녕,박쥐 한 마리도 날아들지 않는다나는 그 쓰레기들을 하나씩 파헤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대변하는 문장으로 읽힌다다양한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삶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감대나 공동체의식과 같은 것은 사라지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날을 꾸역꾸역 살아간다.

 

가난이혼트랜스젠더강간폭력죽음자살 등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정적 요소들이 난무한다어느 한 순간도 숨 쉴 틈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저항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상황을 수용한다.마치 그것만이 삶을 이어갈 유일한 방법인양 말이다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통해 알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은 개를 태워 돈을 버는 철학과 자퇴생 인우의 유일한 현실도피처는 고양이를 그리는 것이다자신이 그린 고양이가 되어 그 속에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자유에로의 탈출을 시도한다작가는 왜철학과 자퇴생이라고 설정했을까철학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혜에 대한 학문으로부터 벗어나버린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세상 끝 먹이사슬 속에서 파괴된 한 청춘의 자화상은 결국 자살로 막을 내린다자신을 무력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그악마와 함께 삶을 마감한다. “세상 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나와 세상을 향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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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다'
한곳을 바라보는 지극한 마음이 닿고자 하는 곳이다.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하는 막막함 그것이다. 이는 상대를 염려하는 마음바탕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궁극에는 상대의 알 수 없는 미묘한 마음자리 그곳에 닿고자 하는 열망이다.

닿을 수 있을까? 애기나팔꽃의 촉수가 뻗어나갈 의지처가 아득해 보인다. 얼마나 더 나아가야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기어이 닿고자 하는 간절함이 강하다. 그러기에 저 애기나팔꽃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제 길을 간다.

이처럼 아득하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접점이 멀어 결코 닿을 수 없어 아득해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겹으로 쌓아온 시간을 공유하기에 알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상대의 마음자리에 대한 짐작이 여지없이 무너질때 오는 처연한 감정이다. 결코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상대의 마음자리를 발견하는 날에 느끼는 절망감과도 같은 것.

하지만, 아득하다는 것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는 것이 아니다. 애기나팔꽃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지처를 향해 나아가듯 상대의 마음자리에 닿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하여, 마음자리 한구석이 아득히 멀어 보일지라도 그대를 향한 발걸음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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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간절함이다. 마음에 간절히 생각하고 기원하는바가 쌓여갈수록 그 공간은 깊이와 무게를 더해간다. 사무치는 마음이 간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 도달하는 끝에 그리움이 있다. 

잿빛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쑥부쟁이는 안다. 언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하늘향해 고개 내밀던 그때의 바람으로 지금 활짝 핀 이 순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ᆢ. 잿빛하늘에 차가워지는 바람을 맞서며 쑥부쟁이는 다시 꿈을 꿀 것이다. 어쩌면 매번 반복되는 쑥부쟁이의 꿈은 같을지도 모른다. 다시 꽃 피울 그날로 돌아가는 것. 그리움과 다르지 않다.

그립다는 것은 쌓인 시간의 겹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감정이며 또다른 맑고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의지다. 가슴에 품은 순간순간이 쌓여 변화를 가져온 결과가 다시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하여, 쌓인 그리움은 오늘을 살아갈 힘이다. 그대를 그리워함은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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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사람들'


서도역의 가을 - 시월의 노을로 덮다
2015.10.31 오후 3시


열차가 멈추고 떠난 열차와 함께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 가는 곳, '서도역'이다.
최명희의 '혼불'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였고, 기차역에 대한 소회를 안고 있던 사람들의 정성으로 보존된 곳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낮, 이를 기억하고자 사람들이 모였다. 노래하고 시를 읇고 소리를 하며 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짙어지는 가을만큼이나 깊어진다.


저물어가는 가을볕에 반짝이는 은행잎과 국화꽃 향기는 사람들이 사라져 이제는 퇴색한 역사의 빈 공간을 채워준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 서도역의 가을은 더 두텁게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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