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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 춘일

金入垂楊玉謝梅 금입수양옥사매

小池春水碧於苔 소지춘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 연자불래화미개

봄날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봄 시름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얕은가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조선사람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春日 춘일이라는 시다.

온전히 누려야 할 봄날이다.

봄빛도 어느덧 짙어지는 때인지라 선명했던 연두둣빛 새순들이 묻혀지는 아쉬움이 크다. 다투어 드러내는 것들이 바야흐로 감추어야 할 때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숨어들기 전에 품어야 할 것은 품고 보내야 할 것엔 미련을 두지 말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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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醉심취

얼레지 핀 숲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꽃과 눈맞춤 했다. 처음엔 화려한 자태에 넋놓고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눈에 익자 은근하게 달려드는 향기에 젖어서 나중엔 그 향기를 놓칠세라 차라리 눈을 감고 말았다.

새싹이 올라와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 햇살이 눈부시게도 비춘다.

어찌 취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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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 춘풍

春風空蕩漾 춘풍공탕양

明月已黃昏 명월이황혼

亦知君不來 역지군불래

猶自惜掩門 유자석엄문

봄바람은 괜스레 살랑살랑 불어오고

달이 밝으니 이미 황혼이구나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면서

그래도 문을 차마 닫지 못하네

*조선사람 복아(福娥)의 시다. 황윤석의 '이재란고'에 복아의 어머니가 부안의 명기 매창(梅窓)의 후손이라는 사연과 함께 실려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봄볕의 아지랑이도, 흐드러진 벚꽂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살랑거려야 봄이다. 싱숭생숭한 마음 피할 이유가 없다.

마음이 밑도 끝도 없이 살랑거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진 까닭이다. 기다리는 줄을 알면서도 오지 않은 이나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나 서로 못할 짓이다. 무심하게 달은 뜨니 심사는 더 복잡하다. 차마 닫지 못하는 대문은 또 무슨 죄인가.

봄바람에 한껏 젖혔던 꽃잎을 닫았다. 허망한 마음 단속이라도 할 요량이지만 날 밝으며 대문을 열어두듯 꽃잎도 활짝 열어 젖힐 것이다. 봄 석달 열흘 내내 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다.

모든 게 봄바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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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 피었으니

터전을 옮기고 나무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어 눈과 입을 비롯하여 오감五感으로 호강을 한다. 그 중 당연히 앵두나무도 있다.

이제 시절은 봄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내게 앵두꽃은 이른 봄꽃 맞으러 다니며 분주했던 마음에 점하나 찍고 봄의 한 고개를 넘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엔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엔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

https://youtu.be/Plr-mDKscys

*이제부터 시시때때로 온 산천 붉은 진달래로 만발할 4월 어느날까지는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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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다투지 마라

속도전을 치루는 것이 봄이다.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삶의 중요한 일을 마쳐야하는 생명들에게 봄은 미적거릴 틈이 없다. 이 숙명은 한해살이 아주 작은 풀이나 여러해살이 키큰나무나 다르지 않다. 아지랑이 사라지기 전에 일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다. 벼랑끝에 뿌리를 내려 터전을 잡았다. 매년 꽃을 피워올려 눈맞춤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봄이 지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그 잎이 말라서 긴 치마를 입은듯 붙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나무보다 더 짧은 생을 사는 사람이 봄마다 봄앓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봄앓이가 심할수록 단단하게 성장하고 깊은 향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봄앓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봄의 속내와 다투어 자신의 내실을 키우는 봄앓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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